멋진 하루 (블루레이)

돈이란 사람을 비루하게 만든다.
특히 채무로 얽힌 인간 관계는 참 피곤하다.

여기에 채무 관계가 헤어진 연인사이라면, 생각하기 싫을 만큼 답답하고 한심스러워 진다.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2008년)는 제목과 달리 바로 그 불편한 인간 관계에 카메라를 들이 댔다.

옛 남자(하정우)가 꿔간 돈 350만 원을 받기 위해 나타난 여자(전도연)는 남자와 하루 종일 붙어 다니며 채권 수금에 나선다.
수중에 돈이 없는 남자는 또 다른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몇 십만 원씩 다시 꿔서 여자의 돈을 갚는다.

그 과정이 지난하고 신산스럽다.
그러면서도 남자가 한심스럽고 얄밉지만 밉지 않다.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남자의 모습 속에 따스한 진정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남자를 사기꾼이 아닐까 의심했던 마음은, 극중 여자의 마음처럼 서서히 믿음으로 변해 간다.

오랫동안 동전을 손에 쥐고 있으면 온기가 전해져 따뜻해지는 것 처럼, 이 영화는 사람의 진정성이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영화다.
무엇보다 밉지 않은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 하정우의 연기가 좋았고, 새삼 서울 풍경을 달리 보이게 만든 이윤기 감독의 영상이 새로웠다.

어찌보면 하루 종일 돈을 받으러 다니는 과정은 좁은 범위의 로드 무비이자 버디 영화이기도 하다.
그 바람에 유난히 자동차 씬이 많고, 의상 변화가 거의 없다.

큰 재미 대신 평온함 속에 자잘한 재미로 승부를 거는 영화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전체적으로 괜찮지만 일부 밤 장면에서 미세한 노이즈가 보이고 윤곽선이 약간 거칠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간간히 나타나는 가운데 저음이 부드럽게 깔리며 편안한 소리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감독과 하정우 전도연의 해설, 제작과정, 배우 인터뷰, 시사회, 포스터 촬영현장 등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원작은 일본 작가 타이라 아즈코의 동명 단편 소설이다.

이 감독은 초반 도입부를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영화 스타일을 모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마장 여자로 나온 이승연은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에서 주인공 상훈의 누나 역할로 나왔다.

칼로 자른 듯 모서리가 날카롭게 보이는 부감샷은 익숙한 도시를 달리 보이게 만든다.

건물 위 골프연습장 장면은 서울 선릉역 인근에 실제 있는 장소다.

스페인에서 막걸리집을 내고 싶다는 남자의 꿈은 이 영화를 기획한 프로듀서의 실제 꿈을 감독이 듣고 대본에 반영했단다. 술집 여자 역은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오지은이 연기.

두모개 길에서 촬영한 풍경. 이 영화는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차 속에 앉아 있는 장면 등 유난히 자동차 장면이 많이 나온다.

오토바이족들이 파티를 하는 장면은 남산 하얏트호텔 밑 주택가에서 촬영.

성도중학교로 나온 곳은 성동고에서 간판을 바꿔달고 촬영. 감독은 이 곳의 반지하 공간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고 한다.

굴절버스는 일산서 촬영. 차창에 흐르는 비는 버스 위에 여러 사람이 올라가 물을 계속 뿌려서 만들었다.

이 작품은 유심히 보면 자동차 못지 않게 기차, 전철 등도 많이 나온다. 감독은 기차가 주는 도시의 느낌과 여행에 대한 생각 등을 계속 연결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배경에 기차를 많이 집어 넣었다.

서소문 아파트 단지 앞에서 촬영. 한밤중에 찍어서 1층 상가는 불을 켜달라고 부탁하고, 아파트는 모두 불이 꺼진 상태라 복도에 조명을 달아 놓고 마치 집에 불이 켜진 것처럼 촬영했다.

이 감독은 우연히 서점에서 책을 고르다가 제목이 마음에 들어 원작 단편집을 선택한 뒤 읽어보고 영화화를 결심했단다.

40여일 동안 약수동 남산타운 아파트, 한남동, 구로동 등 서울의 58군데를 돌아다니며 촬영. 요조&소규모아카시아밴드가 부른 '그런지카' '고양이 소야곡' 등 삽입곡도 괜찮았다.

		멋진 하루 다이라 아즈코 저/권남희 역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멋진하루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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