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추억을 먹고 산다.
모치즈키 토모미 감독의 저패니메이션 '바다가 들린다'(1993년)는 박학기의 노래 '향기로운 추억' 같은 작품이다.
나른하면서도 아른한 음색으로 여름날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노래처럼 이 작품은 안타까우면서도 가슴 설레는 지나간 청춘의 한 때를 생각나게 한다.
일본 시골 마을에 전학 온 여학생과 두 남학생 사이에 피어나는 우정과 사랑을 담담하게 그려낸 점이 돋보인다.
미묘한 감정선을 이야기로 잘 다듬어낸 점도 훌륭하지만,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 답게 단연 그림이 발군이다.
특히 수채화처럼 농담을 잘 살린 풍경과 색채, 은은한 트럼펫 소리가 가슴을 아리게 하는 서정적인 음악이 훌륭하다.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제작연도를 감안하면 괜찮은 편.
잡티 하나 없는 뚜렷한 색감이 인상적이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한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지브리 작품이 언제나 그렇듯 사실적이고 정교한 그림이 돋보인다.
이 작품은 지브리가 TV 시리즈용으로 처음 도전한 작품이다. 토쿠마쇼텐, 일본TV, 지브리가 함께 제작해 일본TV에서도 방영됐다.
한때 국내에서도 유행했던 티셔츠를 등 뒤에 걸치는 방식이 작품 속에 등장한다. 추억을 다룬 영화만큼이나 과거의 기억이 새로운 장면이다.
이 작품의 특징은 수채화 같은 풍경에 있다. 특히 색의 농담을 잘 조절해 멀리 있는 희미한 색채의 풍경과 가까이 있는 풍경의 색을 뚜렷하게 표현해 절로 원근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든 점이 뛰어나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 작품의 최초 내부 시사회때 화를 냈다. 자신과 스타일이 너무 달랐기 때문. 나중에 지브리 사람들은 미야자키 감독이 이 작품을 만든 젊은 작가들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사실 미야자키 감독으로서는 표현하기 힘든 섬세함이 이 작품 속에 녹아 있다.
사실적인 표현이 압권인 장면. 특히 빛과 그림자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제작진은 이 작품을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작품 속 배경이 된 실제 코오치를 방문해 사진을 찍고 그대로 그림으로 재현했다.
원작의 줄거리도 훌륭했고 애니메이션의 구도도 완벽했기에, 나중에 TV드라마로도 제작됐다.
실제 코오치에 있는 오비야마치 풍경. 사진으로 착각할 만큼 실제와 똑같다.
나가타 시게루가 담당한 음악도 훌륭했다. 주제가 '우미 니 나레따라'는 사카모토 요코가 불렀다.
원작의 분위기를 놀랍도록 똑같이 재현할 수 있었던 것은 원작의 삽화를 그린 콘도 차크야가 이 작품의 작화 감독을 맡았기 때문이다. 콘도 차크야는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붉은 돼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원화를 그렸고 '추억은 방울방울'의 작화 감독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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