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3: 10 투 유마'(3: 10 to Yuma, 2007년)는 특유의 비장미가 물씬 풍기는 잘 다듬어진 서부극이다.
3시 10분까지 유마로 죄수를 호송해야 하는 임무를 띤 주인공의 외로운 싸움을 다룬 이 작품은 정의의 사나이가 모든 것을 거머쥔다는 미국식 서부극보다는 허무한 폭력과 싸움의 처절한 뒤 끝을 강조한 점에서 스파게티 웨스턴에 가깝다.
엘모어 레너드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무엇보다 등장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탁월하다.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서 마지막 희망으로 죄수 호송을 선택한 주인공, 선과 악을 넘나들며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악당, 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악당에 대한 동경이 교차하는 아들 등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선을 정교하게 그려내 보는 이를 끌어들인다.
특히 작품 속에 녹아있는 정의와 돈 사이에서 주인공이 겪는 갈등, 목숨을 걸었다는 묘한 동질감 때문에 주인공과 악당 사이에 피어나는 선 굵은 사나이들의 우정은 근래에 들어 제작된 여느 서부극과는 한 차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준다.
여기에는 크리스찬 베일, 러셀 크로우 등 두 주연배우의 뛰어난 연기와 마르코 벨트라미의 비장한 음악이 한 몫했다.
과거 서부극의 대명사였던 헨리 폰다의 아들 피터 폰다의 등장도 눈여겨 볼 만 하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평범한 화질이다.
색감은 괜찮지만 원경에서는 미세한 이중윤곽선이 보이고 더러 지글거림 현상도 나타난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간헐적으로 서라운드 효과가 나타난다.
부록으로 한글 자막과 함께 실린 서부시대 무법자들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볼 만 하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이 작품은 1957년에 델마 데이비슨 감독이 연출하고 글렌 포드와 벤 헤플린이 주연한 같은 제목의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17세때 원작을 처음보고 오래도록 다시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영화에 등장한 1874년식 콜트 개틀링 6연발 기관총.
핑커튼 탐정국 요원으로 등장한 피터 폰다. 원래 그가 맡은 역할은 원작에 없다. 서부 시대 당시 보안관의 상당수는 웰스파고 탐정사나 핑커튼 소속 요원들이었다. 핑커튼은 남북전쟁 당시 설립돼 링컨 대통령 경호를 맡으며 유명해졌다. 그러나 핑커튼 요원들도 현상범을 잡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무법자와 다름없다.
술집 마담 역을 맡은 비네사 쇼.
크리스찬 베일의 부인으로 등장한 그레첸 몰.
멕시코의 디아블로 캐년과 뉴멕시코 일대에서 촬영. 맨골드 감독은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주, 조연은 물론이고 단역까지 실제로 말을 잘 타는 배우들을 뽑았다. 호주의 커다란 목장을 갖고 있는 러셀 크로우를 비롯해 운동으로 다져진 크리스찬 베일, 피터 폰다 모두 승마를 잘 하는 배우들이다.
맨골드 감독은 악당인 러셀 크로우가 주인공 일행과 동행하는 이유를 "악당 노릇에 지쳐 슬슬 염증을 느끼던 차에 주인공에게 색다른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작품은 감독 말마따나 "일이 안풀리는 목장주와 악당이 만나 불가능한 여정을 떠나는" 버디 무비다.
서부극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무법자들은 1849년 골드러시 이후 등장했으나 크게 늘어난 것은 남북전쟁 이후였다. 양 군에 몸담았던 병사들은 종전 후 갱이 됐는데, 특히 남군 출신들이 많았다. 남부가 패한 뒤 북부에 항거하기 위해 은행과 철도를 표적으로 삼았고, 남부 지지자들은 그들을 영웅시했다.
특히 제임스 영거 갱단이 가장 유명했다. 캘리포니아에서 밤에만 활동한 블랙 바트도 악명 높았는데, 총 대신 나뭇가지로 사람들을 속이고 기차를 털기도 했다.
갱단 중에는 보안관 출신들도 많았다. 달튼 형제의 경우 3형제 모두 부보안관 출신이다. 초창기에는 기차에 경비가 없어 무법자들의 쉬운 표적이 됐다.
우리에게 익숙한 OK목장의 결투는 영화와 달리 사실상 학살이었다. 당시 총에 맞아 죽은 아이크 클랜튼과 톰 맥로리는 비무장이었다. 보안관 버질 어프는 동생들과 10~20대 후반의 카우보이들을 목장으로 데려갔다. 처음에는 4 대 6으로 악당이 많았으나 곧 3명이 도망가 4 대 3이 됐고, 나머지 3명도 총이 없는 상황에서 손을 들고 투항했으나 보안관 일행은 30여발의 총을 난사해 그들을 사살했다.
당시 싸움에 참여했던 유명한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는 1929년에 80세로 죽을 때까지 총을 맞지 않았다.
서부극을 보면 주민들이 나약한 존재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유명한 제임스 영거 갱단도 미네소타주 노스필드에서 은행을 습격했다가 주민들의 일제 사격을 받고 상당수가 사망했다. 달튼 갱단 역시 은행을 털다가 주민들의 총알 세례로 모두 죽었다.
서부극의 매력은 가진 것 없이 맨 몸으로 맞선다는 점. 이 작품 역시 궁지에 몰린 주인공의 절박함이 있었기에 더욱 빛났다.
이 작품의 결말은 원작과 다르다. 원작은 주인공과 악당 모두 기차를 타고 떠나는 것으로 돼 있는데, 맨골드 감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결말을 고쳤다.
결말은 엘파소에서 촬영. 촬영 전 폭설이 쏟아져 배경에 눈이 보인다. 제작진은 알칸소에서 증기 기관차를 분해해 옮겨오고 흙으로 눈을 덮은 뒤 800미터 선로를 깔아 촬영. 막판 잡혀가는 러셀 크로우가 휘파람으로 말을 부르는 장면이 의미심장하다.
3시 10분까지 유마로 죄수를 호송해야 하는 임무를 띤 주인공의 외로운 싸움을 다룬 이 작품은 정의의 사나이가 모든 것을 거머쥔다는 미국식 서부극보다는 허무한 폭력과 싸움의 처절한 뒤 끝을 강조한 점에서 스파게티 웨스턴에 가깝다.
엘모어 레너드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무엇보다 등장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탁월하다.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서 마지막 희망으로 죄수 호송을 선택한 주인공, 선과 악을 넘나들며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악당, 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악당에 대한 동경이 교차하는 아들 등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선을 정교하게 그려내 보는 이를 끌어들인다.
특히 작품 속에 녹아있는 정의와 돈 사이에서 주인공이 겪는 갈등, 목숨을 걸었다는 묘한 동질감 때문에 주인공과 악당 사이에 피어나는 선 굵은 사나이들의 우정은 근래에 들어 제작된 여느 서부극과는 한 차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준다.
여기에는 크리스찬 베일, 러셀 크로우 등 두 주연배우의 뛰어난 연기와 마르코 벨트라미의 비장한 음악이 한 몫했다.
과거 서부극의 대명사였던 헨리 폰다의 아들 피터 폰다의 등장도 눈여겨 볼 만 하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평범한 화질이다.
색감은 괜찮지만 원경에서는 미세한 이중윤곽선이 보이고 더러 지글거림 현상도 나타난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간헐적으로 서라운드 효과가 나타난다.
부록으로 한글 자막과 함께 실린 서부시대 무법자들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볼 만 하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이 작품은 1957년에 델마 데이비슨 감독이 연출하고 글렌 포드와 벤 헤플린이 주연한 같은 제목의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17세때 원작을 처음보고 오래도록 다시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영화에 등장한 1874년식 콜트 개틀링 6연발 기관총.
핑커튼 탐정국 요원으로 등장한 피터 폰다. 원래 그가 맡은 역할은 원작에 없다. 서부 시대 당시 보안관의 상당수는 웰스파고 탐정사나 핑커튼 소속 요원들이었다. 핑커튼은 남북전쟁 당시 설립돼 링컨 대통령 경호를 맡으며 유명해졌다. 그러나 핑커튼 요원들도 현상범을 잡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무법자와 다름없다.
술집 마담 역을 맡은 비네사 쇼.
크리스찬 베일의 부인으로 등장한 그레첸 몰.
멕시코의 디아블로 캐년과 뉴멕시코 일대에서 촬영. 맨골드 감독은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주, 조연은 물론이고 단역까지 실제로 말을 잘 타는 배우들을 뽑았다. 호주의 커다란 목장을 갖고 있는 러셀 크로우를 비롯해 운동으로 다져진 크리스찬 베일, 피터 폰다 모두 승마를 잘 하는 배우들이다.
맨골드 감독은 악당인 러셀 크로우가 주인공 일행과 동행하는 이유를 "악당 노릇에 지쳐 슬슬 염증을 느끼던 차에 주인공에게 색다른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작품은 감독 말마따나 "일이 안풀리는 목장주와 악당이 만나 불가능한 여정을 떠나는" 버디 무비다.
서부극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무법자들은 1849년 골드러시 이후 등장했으나 크게 늘어난 것은 남북전쟁 이후였다. 양 군에 몸담았던 병사들은 종전 후 갱이 됐는데, 특히 남군 출신들이 많았다. 남부가 패한 뒤 북부에 항거하기 위해 은행과 철도를 표적으로 삼았고, 남부 지지자들은 그들을 영웅시했다.
특히 제임스 영거 갱단이 가장 유명했다. 캘리포니아에서 밤에만 활동한 블랙 바트도 악명 높았는데, 총 대신 나뭇가지로 사람들을 속이고 기차를 털기도 했다.
갱단 중에는 보안관 출신들도 많았다. 달튼 형제의 경우 3형제 모두 부보안관 출신이다. 초창기에는 기차에 경비가 없어 무법자들의 쉬운 표적이 됐다.
우리에게 익숙한 OK목장의 결투는 영화와 달리 사실상 학살이었다. 당시 총에 맞아 죽은 아이크 클랜튼과 톰 맥로리는 비무장이었다. 보안관 버질 어프는 동생들과 10~20대 후반의 카우보이들을 목장으로 데려갔다. 처음에는 4 대 6으로 악당이 많았으나 곧 3명이 도망가 4 대 3이 됐고, 나머지 3명도 총이 없는 상황에서 손을 들고 투항했으나 보안관 일행은 30여발의 총을 난사해 그들을 사살했다.
당시 싸움에 참여했던 유명한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는 1929년에 80세로 죽을 때까지 총을 맞지 않았다.
서부극을 보면 주민들이 나약한 존재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유명한 제임스 영거 갱단도 미네소타주 노스필드에서 은행을 습격했다가 주민들의 일제 사격을 받고 상당수가 사망했다. 달튼 갱단 역시 은행을 털다가 주민들의 총알 세례로 모두 죽었다.
서부극의 매력은 가진 것 없이 맨 몸으로 맞선다는 점. 이 작품 역시 궁지에 몰린 주인공의 절박함이 있었기에 더욱 빛났다.
이 작품의 결말은 원작과 다르다. 원작은 주인공과 악당 모두 기차를 타고 떠나는 것으로 돼 있는데, 맨골드 감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결말을 고쳤다.
결말은 엘파소에서 촬영. 촬영 전 폭설이 쏟아져 배경에 눈이 보인다. 제작진은 알칸소에서 증기 기관차를 분해해 옮겨오고 흙으로 눈을 덮은 뒤 800미터 선로를 깔아 촬영. 막판 잡혀가는 러셀 크로우가 휘파람으로 말을 부르는 장면이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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