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드러내서 아름다운 사랑이 있고, 감추고 지켜봐야 하는 사랑이 있으며, 말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랑도 있다.
이안 감독의 '색계'(Lust, Caution, 2007년)는 그 가운데서도 가장 지독한, 모든 것을 던진 절망적인 사랑이다.
이 작품은 역적을 처단하기 위해 신분을 숨긴 채 잠입한 여자 스파이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미묘하게 흔들리는 이야기다.
그래서 욕망을 뜻하는 '색'(色)과 경계하고 자제할 것을 뜻하는 '계'(戒)가 결합됐다.
이안 감독의 특징은 차분하고 조신하게 감정을 끌어올린다는 것.
마치 계단을 성큼성큼 뛰어오르는게 아니라 한계단 한계단 조심스럽게 밟아 올라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결혼피로연' '음식남녀' '와호장룡' 등 그가 만든 작품들을 보면 화선지에 스며드는 물처럼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감정의 삼투압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
격렬하면서도 아슬아슬한 이야기와 그 속에 녹아든 감정의 소용돌이가 어느새 보는 이를 끌어들여 함께 가라앉는다.
여기에는 독특한 매력을 풍기는 배우 탕 웨이, 관록의 양조위가 뿜어낸 매력과 로드리고 프리에토 촬영 감독의 안정된 프레임, 알렉산드르 데스플라의 차분한 음악도 톡톡히 제 몫을 했다.
그러나 가장 큰 공은 이야기의 흐름을 밀도 있게 끌고 나간 이안 감독에게 있다.
농밀하고 은은해서 자극적이며 아름다운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극장에서 봤더라도 블루레이나 DVD로 다시 한 번 볼 만 하다.
극장 상영판과 달리 20여분이 추가된 무삭제판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블루레이가 화질, 음향에서 압권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영상은 물로 씻은 듯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하며 모든 색이 영롱하게 반짝인다.
특히 풀HD 프로젝터를 이용해 100인치 영상으로 키워 놓으면 극장이 부럽지 않다.
음향은 블루레이는 DTS-HD 7.1 채널, DVD는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한다.
서라운드 효과가 그리 많지 않으나 블루레이의 음향을 들어보면 바람에 따라 방향이 바뀌는 빗줄기 소리를 그대로 느낄 만큼 자연스럽고 우수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블루레이는 복잡한 방법을 쓰지 않으면 화면 캡처를 할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화면 캡처는 DVD를 이용했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이 작품의 히로인 탕 웨이. 이안 감독이 공개오디션을 통해 1만명 이상의 후보들 가운데 고른 여배우다. 여배우 탕 웨이는 정사 장면 때문에 중국 정부로부터 입국 금지를 당한 뒤 영화, 방송, 인쇄 매체 출연금지까지 당했다. 또 이미 방송중이던 CF는 방영금지됐다.
탕 웨이는 다면적인 배우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표정이 나온다. 논란이 된 정사장면은 결국 중국에서 30분 가량 잘렸고, 국내에서도 20분 가량 삭제됐다.
영화속 무대가 된 홍콩과 상하이. 홍콩 전경은 CG를 사용했으며 상하이 조계지역은 세트 촬영했다.
'마지막 황제' '저지 드레드' 이후 오랜만에 조안 첸을 봤다.
이 작품은 노신과 더불어 중국 근대문학사의 중요한 작가로 꼽히는 장 아이링의 동명 단편소설이 원작이다. 1921년 상해에서 태어나 40년대 유명해진 그는 명문가의 자녀로 태어났지만 아편과 도박, 주색에 빠진 아버지 때문에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결국 어머니는 이혼 후 영국으로 홀로 떠났고 이 영화속 여주인공처럼 홍콩에서 혼자 대학에 진학해 유학생활을 한다.
장 아이링은 대학 진학후 잇따라 소설을 발표했고 44년 호란성이라는 남자와 결혼한다. 그러나 남편은 영화속 양조위 역할처럼 이미 유부남이었고 매국노였던 왕정위 정권에서 일한 친일파였다. 결국 남편에게 새 여자가 생겨 이혼한 장 아이링은 중국이 공산화 된 뒤 홍콩으로 이주해 작품활동을 했다. 이후 60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30세 연상인 작가 페르디난드 메이어와 두 번째 결혼을 했고 95년 76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근대 중국의 모습을 단정하고 깔끔하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한 영상 덕분에 베니스영화제에서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과 촬영상을 받았다. 촬영은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에 올랐던 로드리고 프리에토가 맡았다.
상근이도 출연.
이 작품 속 여주인공이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말이 많았는데, 중국은 일반 여성들이 제모를 하지 않는다. 과거에 그랬던 것이 아니라 요즘도 일반 여성들은 제모를 잘 하지 않는다. 한국 여성들도 제모를 한 것이 얼마되지 않는다. 80년대만 해도 제모가 일반화되지는 않았다.
양조위가 연기한 이장관 역은 정보를 캐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깊숙히 숨겨야 했던, 지독히 외로운 자기 부정적인 존재다.
차분한 음악도 좋았다. 음악은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의 음악을 맡았던 알렉산드르 데스플라가 담당.
이 작품은 원작자인 장 아이링 뿐만 아니라 대만에서 나고 자란 이안 감독의 경험담이 약간씩 녹아들었다.
이안 감독의 '색계'(Lust, Caution, 2007년)는 그 가운데서도 가장 지독한, 모든 것을 던진 절망적인 사랑이다.
이 작품은 역적을 처단하기 위해 신분을 숨긴 채 잠입한 여자 스파이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미묘하게 흔들리는 이야기다.
그래서 욕망을 뜻하는 '색'(色)과 경계하고 자제할 것을 뜻하는 '계'(戒)가 결합됐다.
이안 감독의 특징은 차분하고 조신하게 감정을 끌어올린다는 것.
마치 계단을 성큼성큼 뛰어오르는게 아니라 한계단 한계단 조심스럽게 밟아 올라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결혼피로연' '음식남녀' '와호장룡' 등 그가 만든 작품들을 보면 화선지에 스며드는 물처럼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감정의 삼투압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
격렬하면서도 아슬아슬한 이야기와 그 속에 녹아든 감정의 소용돌이가 어느새 보는 이를 끌어들여 함께 가라앉는다.
여기에는 독특한 매력을 풍기는 배우 탕 웨이, 관록의 양조위가 뿜어낸 매력과 로드리고 프리에토 촬영 감독의 안정된 프레임, 알렉산드르 데스플라의 차분한 음악도 톡톡히 제 몫을 했다.
그러나 가장 큰 공은 이야기의 흐름을 밀도 있게 끌고 나간 이안 감독에게 있다.
농밀하고 은은해서 자극적이며 아름다운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극장에서 봤더라도 블루레이나 DVD로 다시 한 번 볼 만 하다.
극장 상영판과 달리 20여분이 추가된 무삭제판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블루레이가 화질, 음향에서 압권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영상은 물로 씻은 듯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하며 모든 색이 영롱하게 반짝인다.
특히 풀HD 프로젝터를 이용해 100인치 영상으로 키워 놓으면 극장이 부럽지 않다.
음향은 블루레이는 DTS-HD 7.1 채널, DVD는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한다.
서라운드 효과가 그리 많지 않으나 블루레이의 음향을 들어보면 바람에 따라 방향이 바뀌는 빗줄기 소리를 그대로 느낄 만큼 자연스럽고 우수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블루레이는 복잡한 방법을 쓰지 않으면 화면 캡처를 할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화면 캡처는 DVD를 이용했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이 작품의 히로인 탕 웨이. 이안 감독이 공개오디션을 통해 1만명 이상의 후보들 가운데 고른 여배우다. 여배우 탕 웨이는 정사 장면 때문에 중국 정부로부터 입국 금지를 당한 뒤 영화, 방송, 인쇄 매체 출연금지까지 당했다. 또 이미 방송중이던 CF는 방영금지됐다.
탕 웨이는 다면적인 배우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표정이 나온다. 논란이 된 정사장면은 결국 중국에서 30분 가량 잘렸고, 국내에서도 20분 가량 삭제됐다.
영화속 무대가 된 홍콩과 상하이. 홍콩 전경은 CG를 사용했으며 상하이 조계지역은 세트 촬영했다.
'마지막 황제' '저지 드레드' 이후 오랜만에 조안 첸을 봤다.
이 작품은 노신과 더불어 중국 근대문학사의 중요한 작가로 꼽히는 장 아이링의 동명 단편소설이 원작이다. 1921년 상해에서 태어나 40년대 유명해진 그는 명문가의 자녀로 태어났지만 아편과 도박, 주색에 빠진 아버지 때문에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결국 어머니는 이혼 후 영국으로 홀로 떠났고 이 영화속 여주인공처럼 홍콩에서 혼자 대학에 진학해 유학생활을 한다.
장 아이링은 대학 진학후 잇따라 소설을 발표했고 44년 호란성이라는 남자와 결혼한다. 그러나 남편은 영화속 양조위 역할처럼 이미 유부남이었고 매국노였던 왕정위 정권에서 일한 친일파였다. 결국 남편에게 새 여자가 생겨 이혼한 장 아이링은 중국이 공산화 된 뒤 홍콩으로 이주해 작품활동을 했다. 이후 60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30세 연상인 작가 페르디난드 메이어와 두 번째 결혼을 했고 95년 76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근대 중국의 모습을 단정하고 깔끔하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한 영상 덕분에 베니스영화제에서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과 촬영상을 받았다. 촬영은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에 올랐던 로드리고 프리에토가 맡았다.
상근이도 출연.
이 작품 속 여주인공이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말이 많았는데, 중국은 일반 여성들이 제모를 하지 않는다. 과거에 그랬던 것이 아니라 요즘도 일반 여성들은 제모를 잘 하지 않는다. 한국 여성들도 제모를 한 것이 얼마되지 않는다. 80년대만 해도 제모가 일반화되지는 않았다.
양조위가 연기한 이장관 역은 정보를 캐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깊숙히 숨겨야 했던, 지독히 외로운 자기 부정적인 존재다.
차분한 음악도 좋았다. 음악은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의 음악을 맡았던 알렉산드르 데스플라가 담당.
이 작품은 원작자인 장 아이링 뿐만 아니라 대만에서 나고 자란 이안 감독의 경험담이 약간씩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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