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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허 (블루레이)

울프팩 2017. 6. 29. 07:59

'벤허'하면 많은 사람들이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1959년에 만든 찰튼 헤스톤 주연의 영화를 떠올린다.

그만큼 1959년작이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따라서 이후 만든 작품들은 아무래도 1959년작과 비교될 수 밖에 없다.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이 2016년에 만든 '벤허'(Ben-Hur)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오랜만에 재탄생하는 대작이라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지만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1959년작을 본 사람들이 비교해 평가했고 이런 의견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는 1959년작의 리메이크가 아니다.

루 월러스가 쓴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든 또다른 작품일 뿐이다.

 

그래서 1959년 영화와 많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결말이다.

 

1959년작과 다른 점들

 

1959년작은 벤허와 메살라가 목숨을 건 전차 경주를 벌인 끝에 한 쪽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지만 이번 작품은 디즈니식 해피 엔딩에 가깝다.

감독이나 각본을 쓴 제작자 존 리들리가 기독교적 세계관에 입각한 화해와 용서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벤허가 노예인 에스더와 관계도 1959년작은 연정을 품는 정도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부부 인연으로 이어진다.

또 벤허의 운명이 바뀌는 원인도 1959년작은 여동생의 실수 때문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열성당원의 공격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달라진 부분은 일장일단이 있다.

메살라가 벤허를 죽게 만들게 된 과정과 이유에 대한 설명은 상영 시간이 2시간에 불과한 이번 작품이 3시간30분에 이르는 1959년작보다 더 자세하고 설득력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메살라가 벤허를 떠나게 된 이유와 전장을 떠 돈 얘기들이 제법 자세하게 나온다.

벤허와 멧살라가 화해와 용서에 이를 수 있도록 깊은 인연을 만들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

 

반면 군선의 노잡이 노예가 된 벤허의 운명이 반전하는 대목은 1959년작이 훨씬 더 드라마틱하다.

1959년작에서는 벤허가 로마 장군의 목숨을 구하면서 하루 아침에 노예에서 장군의 양자가 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벤허 혼자 자력갱생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 바람에 1959년작보다 전차 경주를 알선하는 상인의 비중이 더 커졌다.

이번 작품에서는 상인의 역할을 중량감 있는 배우인 모건 프리먼이 맡았다.

 

벤허의 최고 절정인 전차 경주 장면도 차이가 있다.

1959년작은 세트의 위용 등에서 풍성한 볼륨감이 느껴지는 가운데 카메라 기교나 디지털의 도움이 전혀 없이 긴장감 넘치는 경주 장면을 만들어 냈다.

 

반면 이번 작품은 1959년작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현장감을 극대화 시켰다.

배우들과 장비에 부착한 카메라인 고프로까지 동원한 덕분에 마치 전차에 올라타고 셀카를 찍은 듯한 영상을 구현했다.

 

그만큼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느낄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또 일부 장면에서 디지털로 재생한 말 덕분에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장면을 구현했다.

 

자동차 추격전이 등장하는 영화에 비교하면 1959년작이 스티브 맥퀸의 전 솜씨가 압권이었던 '블리트'라면 이번 작품은 디지털의 힘이 돋보이는 '분노의 질주' 같은 셈이다.

한마디로 이번 작품의 전차 장면은 할리우드 액션극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1959년작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번 작품이 상영 시간도 짧고 디지털 효과가 가미된 액션을 즐길 수 있어 보기 편할 수 있다.

하지만 1959년작에 진한 향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달라진 여러가지 설정이 이질적이고 가볍게 보일 수 있다.

 

부족한 스타 파워와 서사의 무게감

 

그런데 이 작품이 1959년작에 비해 가장 부족한 점은 내용이나 촬영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스타 파워다.

 

1959년작에서 주연을 맡은 찰튼 헤스톤은 190cm가 넘는 장신에 당당함이 돋보이는 배우였다.

극 중 유대인 역할이었지만 사실 미국적 마스크를 지녀 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존 웨인 계열이었다.

 

메살라를 연기한 스티븐 보이드도 강단있는 마스크와 함께 냉혹한 연기를 잘해냈다.

반면 이번 작품의 주연을 맡은 잭 휴스턴이나 토비 켑벨은 1959년작의 배우들만큼 강한 이미지를 주지는 못했다는 생각이다.

 

다만 에스더나 벤허의 여동생 등 여배우들은 외모나 연기 등에서 1959년작보다 돋보였다.

아무래도 역할 비중이 1959년작보다 늘어났기 때문에 감독이 신경을 쓴 모양이다.

 

1959년작과 굳이 비교하며 보면 이번 작품은 여러가지로 성에 차지 않을 수 있지만 독립적으로 따로 떼어내서 보면 즐길만한 오락거리 역할을 충분히 한 작품이다.

그러나 벤허하면 떠오르는 1959년작이 지닌 70mm 화면의 장중한 느낌과 해전 장면 등에서 보여준 압도적이고 스펙타클한 무게감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 아쉽다.

 

1080p 풀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 타이틀은 최근작답게 화질이 좋다.

강렬한 색감이 선명하게 잘 살아 있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를 적절하게 활용해서 우수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캐스팅, 벤허 원작 이야기, 예수 그리스도 관련 내용, 전차 경주 연출, 삭제장면과 확장 장면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촬영은 제임스 본 시리즈와 '잭 리처 네버 고 백' 'U-571' '페이스 오프' '다이하드2' 등을 찍은 올리버 우드가 맡았다.

예루살렘 장면은 남부 이탈리아의 오래된 마을인 마테라에서 찍었다.

메살라가 벤허와 떨어져 있던 공백기는 1959년작보다 더 자세하게 묘사했다. 확실히 액션 장면 연출은 베크맘베토브 감독이 돋보인다.

1959년작에서 벤허의 여동생이 기와장을 떨어뜨려 로마 총독을 다치게 하는 장면은 이번 작에서 열성당원의 직접적인 화살 공격으로 바꿨다. 그만큼 당시 로마와 유대 민족의 갈등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요소를 더 부각시켰다.

벤허를 연기한 잭 휴스턴은 원래 메살라를 맡을 예정이었으나 제작사에서 마땅한 배우를 찾지 못하는 바람에 벤허를 연기하게 됐다. 공교롭게 1959년작에서 찰튼 헤스톤도 원래 메살라 역으로 캐스팅됐었다.

벤허가 노잡이 노예 생활을 한 갤리선 장면은 세트를 만들어 촬영. 베크맘베토브 감독에 따르면 군선이 충돌하는 장면은 버스가 다리에서 떨어지는 한국의 유튜브 영상을 참조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버스 내부에 달린 블랙박스 영상에 찍은 동영상이었는데 차가 뒤집히는 장면이 들어 있었다고 음성해설을 통해 설명했다.

1880년에 원작소설을 쓴 루 월러스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북군에서 복무한 37세의 최연소 장군이었다. 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1,200명을 모아 만든 예비군 연대를 지휘했다. 하지만 샤일로 전투때 전장에 제때 도착하지 않아 그랜트 장군의 눈 밖에 나면서 면직돼 군 생활을 접었다.

티베리우스 전차 경주장은 이탈리아의 치네치타 스튜디오가 소유한 로마 근교 땅에 실제로 지었다. 실제 크기보다 6분의 1 정도로 축소해 만들었고, 객석 상단을 채운 군중들은 컴퓨터그래픽이다.

32마리의 말들을 이용해 전차 경주 장면을 촬영. 조련용과 예비용, 스턴트용까지 합쳐 총 86마리의 말이 동원됐다. 배우들은 33일간 찍은 전차 경주 장면을 위해 12주간 전차 다루는 법을 배웠다.

제작진은 카메라를 전차 경주장 바닥에 묻어 놓고 전차가 그 위를 달리도록 해 1959년작과 다른 앵글을 많이 만들었다.

일부 장면은 액션 캠인 고프로를 배우의 몸과 전차 등에 설치해 현장감있게 촬영했다.

말끼리 충돌하고 쓰러지며 관중석으로 뛰어드는 장면에 나오는 말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었다.

1959년작에 등장하는 아랍 출신 상인이 이번 작에서 아프리카 출신으로 바뀌었다. 역할은 모건 프리먼이 맡았다.

1959년작에서는 예수 얼굴이 나오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예수 얼굴이 나온다. 호드리구 산토르가 예수를 연기.

제작진은 벤허의 집에서 활로 로마 총독을 공격한 열성당원 소년을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힌 선한 도둑으로 설정했다.

토비 켑벨이 메살라를 연기. 그는 '콩 스컬 아일랜드' '판타스틱4'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등에 출연.

노예인 에스더가 벤허의 아내로 등장한 점도 1959년작과 다르다. 에스더는 나자닌 보니아디가 연기.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벤허 (1Disc) : 블루레이
벤허 (1Di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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