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맥티그 감독의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2005년)는 '매트릭스'에 이어 워쇼스키 형제의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또다른 스타일리쉬 액션 영화다.
워쇼스키 형제가 각색하고 제작한 이 작품 역시 절대권력이 통제하는 미래사회에서 자유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외로운 영웅의 이야기다.
'매트릭스'가 컴퓨터가 조종하는 사회에서 활약하는 디지털 전사의 이야기였다면 이 작품은 조지 오웰의 '1984'처럼 절대 권력의 억압체제 속에서 16세기 식으로 싸우는 복고풍 전사가 주인공이다.
존 허트가 닮은 서틀러 의장은 히틀러를 연상케 한다.
강력한 보안 조직을 통해 국민들을 통제하고 반정부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들은 강제수용소로 보낸다.
강제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은 생화학 무기를 위한 실험 도구로 쓰인다.
그런 점에서 일종의 정치범 수용소인 강제수용소는 제2차 세계대전때 나치 독일이 운용한 유대인 절멸 수용소를 연상케 한다.
여기 맞서는 브이는 약자들의 영웅이다.
정부에 맞서 싸우다 고초를 겪는 사람들과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수용소로 끌려간 사람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
따라서 이 영화는 억압받는 자들을 위한 송가, 즉 마이너리티를 위한 영화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제작진은 행동하는 양심이 되기를 호소한다.
결국 주인공 브이는 행동하는 양심의 상징인 셈이다.
무엇보다 앨런 무어와 데이비드 로이드의 원작 만화를 그대로 살린 영상이 압권이다.
독특한 마스크의 주인공과 몸짓, 심지어 세익스피어의 지적인 대사까지 그대로 따왔으며 만화 속의 현란한 액션을 원작보다 더 화려하게 살렸다.
비록 '매트릭스'만큼 이야기가 충격적이거나 오락성이 앞서는 작품은 아니지만 음악과 의상, 배경 등 독특한 미장센이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폭넓은 콘트라스트를 지원한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를 들려준다.
후방 채널에서 울리는 소리의 반향이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감독과 제작자 대화, 나탈리 포트만의 오디션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작품의 모티브는 1605년 제임스 1세 시절 국교기피자법에 항거하는 의미로 의사당을 폭파하려한 가이 포크스 사건에서 따왔다. 국교기피자법은 영국의 신교예배에 불참한 구교도를 처벌하는 법이었다.
카톨릭 신자였던 케이츠비가 조종한 사건에서 가이 포크스는 시도도 못해보고 체포돼 처형됐다. 이를 추모해 영국인들은 400년이 넘도록 그가 체포된 11월5일이면 불꽃놀이를 한다.
앨런 무어와 데이비드 로이드는 1981년 냉전 이데올로기가 판치던 대처 수상 시절에 원작 만화를 창작했다. 원래 출판사가 가난해 흑백으로 나왔으나 1990년 DC코믹스가 판권을 사서 컬러판으로 재출간했다.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에 맞춰 진행되는 형사재판소 폭파는 브이의 활약을 알리는 서곡이다. 제임스 맥티그 감독은 '매트릭스'의 조감독이었다.
브이의 가이 포크스 가면은 유명 조각가 벤젤이 찰흙으로 제작한 원본을 이용해 섬유유리로 만들었다. 한 번도 가면을 벗지 않는 브이 역할은 '매트릭스'에서 스미스 요원을 연기한 휴고 위빙이 맡았다.
원작 만화는 말풍선이 거의 없는 점이 특징이다. 대신 배경에 소설처럼 해설문장을 넣었다. 영화는 이를 내레이션으로 살렸다.
브이의 은신처인 쉐도우 갤러리는 프리츠 랑 감독의 무성영화 '메트로폴리스'를 촬영한 베를린의 바벨스베르크 스튜디오에 세트를 만들어 찍었다.
음악은 이탈리아의 다리오 마리아넬리가 담당. '다키스트 아워' '안나 카레니나' '어톤먼트' '오만과 편견' 등의 작품도 그가 음악을 맡았다.
여주인공을 연기한 나탈리 포트만은 삭발투혼을 감행.
이 영화의 메시지는 한가지, "정부는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
영화속 2040년의 영국은 조지 오웰의 '1984'처럼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일당 독재의 경찰국가다.
6개의 비수를 이용한 브이의 활약은 화려한 스타일리쉬 액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매트릭스가 날아가는 총알들을 잡아냈다면 이 작품은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비수를 보여준다.
때로는 실시간으로, 때로는 춤추듯 느린 동작으로 터져나오는 브이의 액션장면은 2005년 사망한 애드리언 비들 촬영감독의 솜씨다.
브이의 싸움에 자극 받은 런던 군중들이 몰려나와 항거하는 장면은 실제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과 화이트홀 주변을 폐쇄하고 촬영.
폭발하는 의사당은 높이 9미터로 축소된 빅벤과 길이 13미터의 의사당 모형을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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