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비디오드롬

울프팩 2010. 8. 12. 20:23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들은 보기 불편하다.
'플라이' '네이키드 런치' '스파이더' '폭력의 역사' 등 그의 작품들은 온통 그로테스크한 영상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비디오드롬'(Videodrome, 1983년)도 마찬가지.
사람의 형체와 TV가 기괴하게 변하거나 배를 가르고 물건을 꺼내는 등 징그러운 영상들이 많다.

하지만 가학적인 영상들이 전부는 아니다.
그로테스크한 영상들 뒤에는 크로넨버그 감독이 전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조롱이 숨어 있다.

내용은 사람들에게 좀 더 자극적인 영상을 전해주기 위해 골몰하던 해적 방송 사장(제임스 우즈)이 급기야 비디오 영상에 지배돼 현실과 환상을 혼동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여기에는 자극적인 영상으로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TV에 대한 비판과 여기 빠져 맹목적으로 TV만 바라보는 우매한 사람들에 대한 우려가 들어 있다.

급기야 해적 방송 사장은 스너프 필름까지 손을 뻗치고, TV라는 미디어에 중독된 사람들은 TV와 섹스를 나누는 환상까지 꿈꾸게 된다.
라디오를 죽이고 등장한 비디오에 대한 참으로 통렬하면서도 예리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결국 크로넨버그 감독의 기괴한 영상들은 문제점을 더욱 극명하게 부각시키는 돋보기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만큼 비판의 대상이 더욱 혐오스럽고 끔찍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더러 그의 작품들을 공포물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영상이 징그럽고 무섭다고 무조건 호러로 분류하기에는 아까운 작품들이다.
특히 이 작품은 VHS와 베타의 기나긴 규격 전쟁을 끝내고 하나의 신드롬으로 자리잡은 비디오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비판한 훌륭한 작품이다.
다만 영상이 거북하기에 제 값어치만큼 대접을 못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오래전 작품인 만큼 좋은 화질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저 보기 무난한 정도.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예고편과 갤러리가 전부.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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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해적 방송 사장을 연기한 제임스 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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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상대역인 니키 브랜드는 밴드 블론디의 보컬인 데보라 해리가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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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상징같은 장면. TV와 사람이 혼연일체 되는 모습을 통해 몸과 마음마저 온통 영상에 빼앗긴 비디오 세대들을 풍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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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 속으로 비디오를 우겨넣는 장면은 비교적 얌전한 편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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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럽고 끔찍한 장면들은 그 자체가 영상 폭력이다. 크로넨버그 감독은 이 같은 영상 폭력으로 강렬한 충격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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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곧 현실이고, 오히려 현실이 TV만 못하다"는 영화 속 대사에 이 작품의 메시지가 모두 녹아 있다.
비디오드롬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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