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클루즈 감독의 '사망유희'(1978년)는 이소룡의 유작 아닌 유작이다.
이소룡이 일부 액션 장면을 촬영해 놓고 죽는 바람에 중단됐으니 유작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영화의 상당 부분은 골든하베스트 사장인 레이몬드 쵸가 돈을 벌려는 욕심에 '용쟁호투'를 만든 로버트 클루즈 감독을 기용해 엉뚱한 이야기를 만들어 붙였다.
그 바람에 당초 이소룡이 기획했던 영화와 너무 거리가 먼 작품이 돼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의미 있는 것은 이소룡 하면 언뜻 떠오르는 상징 같은 위아래가 붙은 노란 트레이닝복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원래 이소룡이 기획한 내용은 네팔에서 국보를 강탈해 한국의 한 섬으로 도망친 악당들을 해치우는 얘기다.
악당들은 높은 탑에 각 층마다 무술 고수들을 배치해 이소룡이 각 층을 올라가며 이들을 격파한다.
이소룡은 이런 구상 아래 일부 장면을 찍었는데 촬영 후 편집한 필름 분량만 100분이 넘었다.
레이몬드 쵸 사장은 이 중에서 28분가량의 대결 장면 가운데 15분만 떼어내 활용했다.
그렇다 보니 이야기 연결이 되지 않아 당룡이라는 중국식 예명으로 활동하던 한국의 김태정을 이소룡 대역으로 기용해 나머지 장면을 찍었다.
태권도를 하던 김태정은 이소룡의 몸짓을 흉내 냈지만 아무래도 어색했고 특히 얼굴이 너무 다르다 보니 심지어 이소룡 얼굴을 오려 붙인 가면을 쓰고 나오기도 했다.
그 바람에 4분의 3 가량은 엉터리 이야기로 진행되다 막판 대결 장면에서 이소룡의 눈부신 액션이 작렬한다.
그런데 막판 15분의 액션이 어찌나 황홀한 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하다.
더욱 이소룡이 사망한 뒤여서 액션의 비장미와 절절함이 더 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압권은 댄 이노산토와 벌이는 쌍절곤 대결이다.
정작 이소룡에게 쌍절곤을 가르친 사람은 댄 이노산토인데 청출어람이라고, 이소룡이 더 잘 휘두른다.
이소룡과 대결을 펼치는 무술 고수 중에 한국의 합기도 사범 지한재, NBA 스타인 LA 레이커스의 센터였던 카림 압둘 자바도 등장한다.
영화의 완성도를 뛰어넘어 잠깐이지만 이소룡의 뛰어난 무술 솜씨를 다시 볼 수 있어 반가운 작품이다.
4K로 국내에 다시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기존 블루레이 타이틀보다 화질이 개선됐다.
2160p U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영상은 기존 블루레이 타이틀보다 디테일이 더 명료해져 괜찮은 화질을 보여준다.
DTS-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저음이 다소 과하게 설정됐다.
부록으로 제작과정에 얽힌 인터뷰와 사연, 이소룡이 촬영했으나 삭제된 39분 분량의 영상, 아웃 테이크, 1시간 26분 분량의 홍콩 버전 등이 들어 있다.
참고로 영화 본편은 1시간 40분 분량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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