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2-선리기연

유진위 감독의 '서유기2-선리기연'(1994년)은 주성치 팬들을 위한 선물이다.
중국 4대기서 중 하나인 서유기에 토대를 둔 이 작품은 타임머신을 응용한 공상과학물에 주성치 특유의 코미디가 가미됐다.

500년후 지존보라는 인간으로 환생한 손오공.
그곳에서 뜻하지 않게 여인네들을 만나며 인연이 얽히여 사건이 벌어진다.

주성치 코미디의 특징은 한마디로 황당무계.
말도 안되는 상황을 태연자약하게 연출하고 시치미를 뚝떼는 점이 주성치 코미디의 특징이다.

'선리기연'도 마찬가지.
삼장법사가 팝송 'Only You'를 개사해 부르는 장면에서는 절로 실소가 나온다.

그만큼 주성치 특유의 컬트적인 재미가 이 작품에 가득하다.
그러나 무조건 황당무계로만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

지존보와 자하의 이뤄지지 않는 사랑은 나름대로 애절함을 준다.
"인간사의 가장 큰 고통은 바로 후회"라는 대사가 이 영화의 주제를 함축한다.

더불어 노관정, 막문위 등이 부른 노래도 인상깊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옛날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일부 장면에서 붉은 색이 번지고 화면이 미세하게 떨린다.
광동어 DTS의 경우 소리의 이동음이 잘 살아있다.

주성치 팬클럽의 감수 덕분에 한글 자막 번역이 훌륭하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와이드 앵글속에 중국의 풍광을 잘 살렸다.

주성치와 운명이 얽힌 여인으로 등장하는 주인.

손오공과 500년뒤 환생한 지존보 역을 훌륭하게 소화한 주성치.

저팔계와 사오정. 아동극 수준의 분장이다.

이 작품은 곳곳에 다른 영화의 장면들을 패러디한 요소를 찾을 수 있다. 이 장면은 스타워즈의 외계인들을 보는 것 같다.

'못말리는 비행사' 시리즈를 보는 듯한 황당한 설정들.

안타까운 점은 조명. 쇼오락프로그램처럼 번쩍거리고 산만한 조명은 영화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손오공 분장은 훌륭하다. 주성치는 몸짓까지도 그럴듯하게 손오공을 연기했다.

액션 장면에서 와이어가 보이고 특수효과, 무대 세트 등에서 어설픈 부분들이 자주 눈에 띈다. 실감보다는 극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막판 인연의 정리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이 장면에서 흐르던 노관정이 직접 작곡하고 부른 애절한 노래 '일생소애'(一生所愛)를 잊을 수 없다.

"인간사의 가장 큰 고통은 후회"라더니, 그래, 미련이 남았던가. 손오공은 발길을 쉬 떼지 못하고 다시 돌아본다. 주성치 작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이 작품은 웃음과 애잔한 사랑이 어우러져 묘하게 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