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소울메이트 메이킹 다이어리

울프팩 2023. 4. 22. 15:39

어려서부터 영화를 보면 내용보다 저 장면을 어떻게 찍었는지 뒷얘기가 더 궁금했다.

이소룡의 '정무문'을 본 친구들이 도장에서 이소룡이 몇 명의 상대를 쓰러트렸는지 옥신각신 할 때, 난 이소룡의 팔이 시바의 여신처럼 여러 개로 보이는 장면의 비결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 관련 책에 관심이 많았다.

1980년대는 지금과 달리 영화 관련 서적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스크린'과 '로드쇼'라는 영화잡지가 창간되기 전에는 한진출판사 등에서 007 시리즈나 '콰이강의 다리' 등 영화 관련 번역 소설, 또는 '신과 악마의 동화' 같은 배우들 이야기를 찍어낸 게 전부였다.

나중에 집문당이나 영화진흥공사에서 직접 펴낸 영화이론총서 등을 보며 영화의 문법 등을 배웠지만 꽤 난해한 번역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지금은 숱한 감독 및 배우들의 자서전과 평전, 영화비평서들이 쏟아져 나와 예전보다 풍성하게 자료들을 구할 수 있다.

그럼에도 특정 영화에 얽힌 제작 뒷얘기를 다룬 책들은 많지 않다.

블루레이 타이틀 제작사로 유명한 플레인에서 펴낸 '소울메이트 메이킹 다이어리'. 마치 몰스킨 다이어리를 보는 것 같다.

'대부'나 '왕가위' 영화들 얘기를 제외하면 '아바타' '스타워즈'처럼 공상과학(SF) 물이 많다.

그런 점에서 최근 플레인에서 펴낸 '소울메이트 메이킹 다이어리'는 반가운 책이다.

 

좀처럼 우리 영화 제작에 얽힌 책들이 쉽게 나오지 않는 상황에 오랜만에 만난 우리 영화 제작기다.

예전 풀빛출판사에서 소설 형식으로 펴낸 장선우 감독의 동명 영화 제작 과정을 다룬 두 권짜리 '나쁜 영화' 이후 실로 오랜만이다.

이 책은 민용근 감독이 연출하고 김다미 전소니가 주연한 '소울메이트'의 제작과정을 다뤘다.

이 작품은 민용근 감독의 '소울메이트' 제작과정을 다뤘다.

김다미 전소니가 출연한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꽤 인기를 끈 대만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을 재미있게 봐서 리메이크 작품도 궁금했는데 정작 영화보다 제작기를 다룬 책으로 먼저 만났다.

책은 제목처럼 몰스킨을 연상케 하는 다이어리 형태로 만들었다.

우리 영화의 제작과정을 다룬 책들이 흔치 않아서 더 반갑다.

다이어리처럼 표지를 묶는 세로띠가 들어있고 이를 벗겨내면 다이어리처럼 곱게 정리한 내용들이 나온다.

감독과 배우 인터뷰, 제작 과정, 제작 뒷얘기, 미술과 소품, 음악까지 마치 블루레이 타이틀에 들어 있는 부록을 보는 것처럼 일목요연하고 깔끔하게 정리를 잘해놨다.

 

따라서 바이칼 호수 장면의 촬영 비밀이나 원작의 글을 그림으로 바꾼 이유 등 감독의 의도가 궁금했다면 책장을 넘기며 궁금증을 풀 수 있다.

제작 뒷얘기뿐만 아니라 화보집처럼 큼지막한 사진을 적절하게 곁들인 덕분에 지루하지 않고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촬영 배경부터 각종 소품, 음악 등에 얽힌 이야기를 다양하게 풀어냈다.

더불어 세심하게 신경 쓴 디자인도 예쁘다.

책등과 표지 등 장정을 곱게 꾸며서 서가는 물론이고 식탁 등 어디에 꽂아놔도 잘 어울린다.

 

민 감독은 서문에서 '만듦의 과정을 하나의 결과물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은 영화를 만든 이들에게 더없는 영광이자 축복'이라고 했다.

공감 가는 그의 말은 비단 영화인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책등과 하드커버 표지 등 장정을 꽤 공들여 만들었다.

영화 애호가 입장에서도 영화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면 반갑다.

그런 점에서 이런 서적들을 더 자주 볼 수 있도록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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