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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죽음과 소녀'-알반베르크 현악4중주단 DVD

울프팩 2005. 12. 7. 23:57

유명한 알반베르크 현악4중주단(Alban Berg Quartett)이 연주한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의 '죽음과 소녀' DVD 타이틀이 나왔다.
아주 조용히, 소리 소문 없이 한글 자막이 들어간 라이선스반으로 나왔다.

영화도 잘 안 팔리는데, 하물며 클래식 DVD가 팔릴까 싶어서 그랬는지 너무 소리 없이 나와 안타까울 지경이다.
안타까운 까닭은 알반베르크 현악4중주단의 '죽음과 소녀'(Streichquartett No. 14 ‘Der Tod und das Mädchen)는 이대로 묻히기에 너무 아까운 최고의 연주기 때문이다.

이 곡을 연주한 악단은 많지만 이들의 연주가 가장 드라마틱하다.
EMI에서 나온 이들의 CD음반을 처음 들었을 때 2악장에서 느꼈던 숨이 막힐 듯한 감동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낮게 깔리는 첼로와 격정적인 바이올린 소리는 어느 순간 회오리바람처럼 몰아치며 듣는 이의 감정을 한껏 자극한다.
넋 놓고 듣다 보면 어느새 2악장이 막을 내렸다.

10분 남짓한 시간 속에 감정의 소용돌이가 참으로 순식간에 흘러갔다.
DVD는 그때 받았던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눈으로 확인시켜 줬다.

4 대 3 풀스크린을 지원하는 영상은 계단 현상도 보이고 샤프니스도 높지 않지만 100인치 프로젝터 영상으로 키워놓아도  볼 만하다.
장점은 DTS 5.0을 지원하는 음향.

완연하게 펼쳐지는 공간감은 아니지만 실내악의 분위기를 충분하게 느낄 수 있을 만큼 편안하게 음장감이 형성된다.
그렇지만 소리 그 자체만 놓고 보면 CD 음반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부록으로 알반베르크 현악 4중주단이 직접 지도하는 마스터클래스 다큐멘터리가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있다.
이 곡에 대한 그들의 해석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다.

거장들의 완숙한 경지에 오른 명연을 접할 수 있는 만큼 충분히 소장가치가 있는 DVD 타이틀이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알반베르크 현악 4중주단. 제1 바이올린에 귄터 피츨러, 제2 바이올린에 게르하르트 슐츠, 첼로에 발렌틴 에르벤, 비올라에 토마스 카쿠스카로 구성됐다.
실루엣 촬영 등 단조롭지 않도록 영상도 다양하게 꾸몄다. 선율에 맞춰 조명이 하나씩 차례로 켜지며 연주자가 드러나는 2악장은 참으로 감동적이다.
슈베르트는 자신이 작곡한 가곡의 선율을 모티브로 이 곡을 작곡했다. 그는 소품 위주의 곡이 많아 감상적인 작곡가라는 평을 받지만 이 곡을 들어보면 베토벤 못지않은 웅장한 스케일과 격정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