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슈퍼맨 티셔츠였다.
반팔 셔츠였는데, 슈퍼맨 의상과 달리 빨간 색 바탕에 검은색 슈퍼맨 로고가 붙어있거나 흰 색 바탕에 빨간 색 슈퍼맨 로고가 붙어있는 티였다.
상표도 없이 시장에서 팔던 티셔츠였는데 급우가 입은 것을 보고 어린 마음에 갖고 싶어서 부모님을 졸랐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 당시 영화 '슈퍼맨'을 보지는 못했다.
4학년때인 1977년은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연한 영화 '슈퍼맨'이 미국에서 개봉하기 1년 전이었다.
그 뒤로 몇 년이 지나서 영화 '슈퍼맨'을 봤다.
당시는 미국에서 영화가 개봉하더라도 바로 들어오지 않았다.
1년이 지난 뒤 국내 개봉하는 것은 다반사고, 심지어 몇 년이 지나서 들어오기도 했다.
어린 시절 티셔츠에 얽힌 추억을 만들어준 슈퍼맨이 다시 돌아왔다.
여전히 바지 위에 팬티를 입고 붉은 망토를 휘날리는 의상은 변함없지만 크리스토퍼 리브보다 훨씬 핸섬한 브랜던 라우스가 맡아 인물은 더 좋아졌다.
심지어 악당까지 업그레이드됐다.
별명이 뽀빠이였던 진 핵크먼과 달리 이목구비가 뚜렷한 케빈 스페이시가 악당 렉스 루더를 연기했다.
그렇다면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다시 부활시킨 '슈퍼맨 리턴즈'(Superman Returns, 2006년)가 새롭게 들고나온 것은 무엇일까.
물론 화려한 볼거리가 제일 첫 번째로 꼽히겠지만 인간적인 고뇌가 곁들여졌다는 점이 기존 시리즈와의 차이다.
원래 슈퍼맨은 지극히 기독교적인 영웅이다.
바른 자세, 바른 생각, 바른 마음, 바른 말씨의 표본을 보여주는 슈퍼맨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이땅에 내려온 구세주처럼 아버지 조엘에 의해 크립톤 행성에서 지구로 보내진 존재다.
너무나 바른 도덕 교과서같은 인물이기에 사랑도 언제나 멀리서 지켜보는 애절한 사랑만 한다.
이번에도 그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사모하는 여인인 여기자 루이스 레인(케이트 보스워스)에 대한 연정을 음으로, 양으로 드러내며 고뇌하고 번민한다.
그렇지만 과거 4편까지 이어진 슈퍼맨 시리즈를 본 사람들이라면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찾기는 힘들다.
스케일은 커졌지만 슈퍼맨의 활약이 색다르지는 않기 때문.
오히려 70년대 끊어진 철도를 몸으로 대신해 기차를 지나가게 하고 눈으로 광선을 내뿜던 그 시절 슈퍼맨이 더 신기했다.
마치 디자인은 업그레이드됐으나 본질은 오리지널 비틀에 뒤쳐지는 뉴비틀 자동차를 보는 느낌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화질이 좋다.
최신작답게 잡티하나 없이 깨끗한 영상을 자랑한다.
다만 색깔이 약간 옅은게 흠.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의 서라운드 효과는 뛰어나다.
소리의 이동성과 방향감이 탁월하고 저음이 묵직하며 힘이 있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슈퍼맨이 돌아왔다. 감독은 '유주얼 서스펙트', '엑스맨'을 만든 브라이언 싱어 감독.
악당인 렉스 루더에게 막대한 재산을 남기고 죽어가는 부자 여인은 1948년 TV 시리즈 '슈퍼맨'에서 최초로 루이스 레인을 연기한 노엘 닐이 맡았다.
악당 렉스 루더를 연기한 케빈 스페이시. 78년에 처음 개봉한 극장판 '슈퍼맨'에서는 진 핵크먼이 연기.
초반 농장 장면은 호주의 탬워스에서 촬영. 슈퍼맨이 어린 시절 놀라운 도약을 하는 장면은 와이어 액션.
매끈한 미남자가 돼서 돌아온 슈퍼맨을 연기한 브랜던 라우스. 언뜻보면 사망한 크리스토퍼 리브와 닮았다.
이번 작품은 소니와 파나비전이 공동 개발한 HD카메라인 제네시스로 촬영한 최초의 작품이다. 데크 제작을 맡은 소니는 내부에 대형 CCD를 장착해 고화질은 물론이고 색감이 아날로그 못지않게 풍부하다.
초반 추락하는 비행기를 슈퍼맨이 구조하는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했으며 보잉777 조종실은 실제 여객기와 동일한 세트를 만들어 짐벌 위에서 흔들며 찍었다.
촬영은 톰 시겔이 담당. 그는 '유주얼 서스펙트' '엑스맨' 등 여러 작품에서 브라이언 싱어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전투기에 장착하는 개틀링 기관포탄을 가슴으로 튕겨내는 슈퍼맨.
총알이 슈퍼맨의 눈에 맞고 찌그러지는 장면은 오리지널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점이었다.
슈퍼맨의 의상은 몸에 달라붙는 밀리스킨이라는 소재로 제작. 근육이 두드러져 보이도록 내부에 특수 패드를 붙였다. 그 바람에 망토까지 합쳐 의상무게만 5kg에 육박한다.
슈퍼맨의 영원한 연인 루이스 레인은 케이트 보스워스가 연기.
과거보다 슈퍼맨이 하늘을 나는 장면이 상당히 부드럽고 자연스러워졌다. 이를 위해 브랜던 라우스는 물 속에서 나는 자세 연습을 했다.
악당의 이동기지 역할을 한 배도 18미터 길이의 실제 세트를 만들어 촬영.
렉스 루더가 도시 파괴 시뮬레이션을 시험해 보는 모형 방은 독일 마크랜드사에서 제공한 기차세트를 이용해 만들었다.
슈퍼맨의 원작 만화는 1938년 DC코믹스에서 처음 출간됐다.
스케일이 커져서 이제는 슈퍼맨이 땅덩이를 들고 날아다닌다. 그래도 예전 시리즈에서 지구를 역회전 시켜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던 것만큼 놀랍지는 않다.
비교적 미국내 흥행성적이 좋았던 탓인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2009년 개봉을 목표로 후속작 '슈퍼맨-맨 오브 스틸'을 기획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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