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숱하게 들렸던 라스베이거스 출장 중에 사하라 호텔에 묵은 적이 있다.
사하라 호텔 건너편에는 바로 라스베이거스의 전설이 시작된 플라멩고 힐튼 호텔이 있다.
밤이면 분홍색으로 곱게 빛나는 플라멩고 힐튼은 라스베이거스를 만든 인물로 알려진 전설적인 갱 벅시 시겔의 플라멩고 호텔을 힐튼가에서 사들여 증축하고 이름을 바꾼 곳이다.
워렌 비티가 제작, 주연을 맡고 배리 레빈슨 감독이 연출한 '벅시'(Bugsy, 1991년)는 1940년대 미국 암흑가를 주름잡은 갱 벅시 시겔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본명이 벤자민 시겔인 벅시 시겔은 13세때 미국의 마피아 조직을 일으킨 대부 럭키 루치아노를 알게 된다.
힘 세고 배짱이 좋았던 시겔은 랜스키와 함께 루치아노의 살인청부업자로 활약한다.
이후 마피아가 서부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시겔은 서부조직 대표가 돼 LA로 이주한다.
그곳에서 시겔은 운명의 여인인 영화배우 버지니아 힐을 만난다.
이후 시겔은 네바다 사막을 가로지르다가 라스베이거스에서 거대한 도박장을 열 계획을 구상한다.
조직에서 거액의 돈을 빌려 플라멩고 호텔을 지었으나 손님이 들지 않고, 업친데 덮친 격으로 힐이 그의 돈을 스위스 은행으로 빼돌린다.
이를 알게 된 마피아 보스 루치아노는 LA로 히트맨들을 급파한다.
결국 시겔은 자신의 집에서 온 몸에 총을 맞고 42세에 생을 마감한다.
워렌 비티는 유독 갱 이야기를 좋아한다.
'벅시'를 비롯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딕 트레이시' 등이 모두 갱이야기다.
그래서 그런지 '벅시'는 갱을 상당히 미화한 작품이다.
벅시라는 인물이 워낙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 간 인물인 만큼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영화처럼 미화할 정도의 위인은 아닌듯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만큼 드라마는 잘된 편이다.
이야기보다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스산한 음악과 아네트 베닝의 한창 때 모습이 매력적인 작품.
DVD는 극장 개봉시 삭제된 15분이 추가됐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는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쳤는데도 불구하고 화질이 뿌옇고 디테일이 떨어진다.
잡티와 스크래치도 간간히 보인다.
음향은 DTS를지원.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배경음악은 공간감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벅시'인 벤자민 시겔은 1906년 뉴욕의 가난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13세때 마피아 대부인 럭키 루치아노와 인연을 맺는다.
벅시는 두 딸을 둔 아빠이자 유부남인데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3류배우였던 버지니아 힐에게 첫 눈에 반한다. 영화에는 안나오지만 힐은 나이트클럽에서 일한 적도 있다.
아네타 베닝의 한창 때 모습. 워렌 비티는 베닝에게 반했으나 서로 사귀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베닝은 "사랑과 일을 함께 했다"고 다른 고백을 했다. 결국 베닝이 촬영중 비티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이 밝혀지
면서 나중에 둘은 결혼을 한다.
'벅시'는 시겔이 워낙 잔인한 짓을 잘해서 '벌레같은 놈'이라는 뜻으로 붙은 별명.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 스크린 뒤로 걸어들어간 두 사람이 모습이 그림자로 투영된다. 마치 흑백영화처럼 윤곽이 뚜렷하다. 촬영은 앨런 다보우의 솜씨.
1940년대 라스베이거스는 조그만 선술집 같은 카지노가 두어개 서 있는 조그만 도시였다. 당시 네바다 최고의 도박도시는 르노였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뒤바뀌어, 르노는 라스베이거스에 비하면 너무 초라하다.
벅시는 사막 한가운데서 환상의 도박도시 꿈을 꾼다. 그의 꿈은 그가 죽고 나서 수십 년 뒤에 현실이 된다.
감옥에서도 벅시는 호텔같은 생활을 한다. 음악을 맡은 엔니오 모리코네는 당시 영어를 할 줄 몰랐단다.
벅시가 600만달러를 들여 세운 플라멩고 호텔. 이 호텔은 라스베이거스에 들어선 최초의 '현대식' 카지노 호텔이었다. 정작 카지노를 개장했으나 손님이 오지않아 벅시는 위기를 맞는다.
LA의 집에서 처참하게 죽어가는 벅시. 실제 벅시의 시신 사진은 이보다 더 끔찍하다. 총알에 튕겨나간 한쪽 눈은 5미터나 떨어진 주방으로 굴러갔다. 그의 눈알은 버지니아 힐이 챙겼다고 한다.
버지니아 힐은 벅시의 죽음을 전해듣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호텔 밖으로 달려나간다. 더할 수 없이 스산하면서도 가슴이 아린 장면이다. 버지니아 힐은 이후 미국을 떠나 오스트리아에 머물다가 자살했다.
그가 세운 플라멩고 호텔은 지금 플라멩고 힐튼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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