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여행

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

울프팩 2011. 8. 29. 23:15

영국 시인 바이런 경은 이 곳을 '아드리아해의 진주'라고 불렀고,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지상 낙원'이라고 칭했다.
바로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다.

자그레브에서 국내선을 타고 50분 가량 날아가면 진푸른 바다 위로 붉은 성이 하나 보인다.
마을 전체를 둘러싼 성곽 안으로 오밀조밀 들어찬 붉은 색 지붕의 집들은 그 자체가 그림이었다.

파란색과 주홍색의 극명한 대비가 빚어내는 풍광이 너무나 아름다운 이 곳은 7세기 무렵 형성된 해상 도시다.
13세기에 지금의 두터운 성곽이 완성됐고, 이를 바탕으로 해상 도시를 건설해 베네치아와 더불어 아드리아해의 무역도시로 부상했다.

중세의 풍경이 고스란히 보존된 이 곳은 성 안과 밖이 모두 아름답다.
안에서는 아기자기한 사람들의 삶을 보는 재미가 있고, 밖에서는 눈부신 성의 자태를 내려다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랬던가, 저패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풍경에 홀딱 반해 '붉은 돼지'에 이를 고스란히 살려냈다.
붉은 돼지 포르코가 그의 새빨간 비행기를 몰고 푸른 바다와 창공, 붉은 색 지붕 위를 날던 동화같은 마을이 바로 두브로브니크였다.

고색창연한 도시가 너무 아름답기에 유네스코는 도시 전체를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했고, 1991년 내전 당시 사람들은 날아오는 포탄으로부터 이 곳을 지키기 위해 인간 띠를 형성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도시 곳곳이 전쟁으로 파괴됐으나 유네스코의 전적인 지원으로 대부분 복구했다.

크로아티아가 워낙 찾아가기 힘들다보니 사람들은 일주일 휴가를 받으면 대부분 자그레브-플리트비체-스플리트 등을 거쳐 두브로브니크로 들어와 하루 이틀 머물다 간다.
그러나 그렇게 스쳐가기에 두브로브니크는 너무 볼 것이 많고 아름다운 곳이다.

따라서 일주일 휴가를 두브로브니크에 모두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
되도록 성 가까이 숙소를 잡고, 여유있게 성 안팍을 드나들며 골목 골목 구경하고 맛난 음식들도 먹고 한가로이 해수욕을 하다보면 일주일이 꿈결같이 흘러간다.

그렇게 두브로브니크에서는 서둘지 말고 천천히 추억을 쌓아야 한다.

유명인들이 지상낙원으로 칭송하고,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의 무대가 됐으며 최근 국내에는 고현정이 나오는 커피 광고로 유명한 곳, 두브로브니크다.

저녁 무렵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에 올라 내려다 본 두브로브니크 성. 두브로브니크는 7세기에 로마식민지였던 카브타트 사람들이 쳐들어온 슬라브 민족을 피해 도망쳐 와 건설한 도시다. 튼튼한 성곽은 9세기에 사라센의 포위 공격을 15개월 동안 견뎠다.

두브로브니크는 시간에 따라 다른 옷을 갈아입는다. 아름다운 르네상스 예술품이 가득했던 이 곳은 1667년 대지진때 무려 5,000명이 죽는 대참사를 겪으며 스폰자 궁과 렉터 궁을 빼놓고 완전히 파괴됐다. 이를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했다.

밤이 되면 거리 등이 하나씩 둘씩 들어오며 성 전체가 불야성이 된다. 1808년에는 나폴레옹의 침공을 받았고, 1991년 발발한 내전으로 92년까지 2,000여발의 포탄이 도시를 강타했다. 이후 유네스코의 도움으로 도시를 재건했다.

숙소였던 힐튼 그랜드임페리얼호텔은 5성 특급 호텔 가운데 성에서 가장 가깝다. 걸어서 5분도 채 안걸린다. 특히 묵었던 방은 성이 내려다 보여 전망이 참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sobe 라고 쓰여있는 민박에 묵는데, 잘 만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고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호텔이 나을 수 있다. 힐튼 호텔 건물은 원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 시절부터 고관들이 머물던 숙소였다. 1991년 내전 당시에는 포격을 받아 불에 타기도 했다.

호텔 앞 대로를 따라 걸어가면 두브로브니크 성으로 들어가는 필레 게이트가 나온다. 이 곳은 다리를 들어올릴 수 있는 도개교가 걸려 있다. 과거 물이 흘렀던 해자는 지금 작은 공원으로 바뀌었다.

머무는 기간 내내 하늘이 구름 한 점 없는 푸른색이었다. 대신 기온이 30도에 이를 만큼 몹시 덥다.필레 게이트를 들어서면 오른쪽에서 가장 먼저 맞는 명물이 오노프리오 샘이다. 일종의 물 공급 시스템인 이 곳은 1400년대에 완공돼 무려 12km 떨어진 곳에서 물을 끌어왔다. 1667년 대지진때 심각하게 파손된 뒤 복구했으며 지금은 현대식 수도시스템으로 16개면에서 관광객들을 위해 물을 쏟아낸다.

성을 들어서면 거울처럼 반짝이는 대리석 대로가 숨을 멎게 만든다. 무려 292m의 스트라툰 대로는 원래 해협이었다. 성을 출입하는 사람들에게 통행세 대신 돌을 하나씩 가져오게 해서 이 돌로 해협을 메우고 그 위에 대리석을 깔았다. 얼마나 오래됐는 지 마치 사람들의 발길에 닳은 대리석이 물로 닦은 것처럼 반들거린다.

렉터 궁. 15세기 말 완공된 이 곳은 두브로브니크를 통치하던 지도자 집무실이었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는데 중세 시대 그림과 가구, 집기 등이 전시돼 있다.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하지만 2층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 볼 만 해 그만한 값어치를 한다.

7월 말부터 8월 25일까지 한 달간 열리는 여름축제기간에는 여기저기서 각종 문화공연을 한다. 특히 중세시대 기사상이 서있는 성 블레이즈 성당 앞 광장은 각종 공연의 중심지다.

두브로브니크가 지상 낙원으로 꼽히는 것은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중세 시대 성 바로 옆에 해운대를 연상케하는 반제 해변이 있기 때문. 두브로브니크 성의 플로체 게이트로 나가서 조금만 걸어가면 된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빼놓으면 절대 안되는 것이 성곽 투어와 케이블카 탑승이다. 두 가지를 하지 않으면 두브로브니크를 다녀온게 아니다. 성곽 투어는 높이 25m, 두께 3m, 둘레 길이 2km의 성곽을 걸으며 바다와 성 내부의 도시를 내려다보는 프로그램이다.

성곽 투어는 1인당 70쿠나를 내야 하는데, 이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내려다보는 풍경이 눈물 날 정도로 아름답다. 특히 오전과 저녁 풍경이 달라서 각각 2번이나 돌았다.

더불어 두브로브니크 투어의 또다른 묘미는 골목 탐헙이다. 수 갈래로 갈라진 골목마다 각종 가게와 식당들이 어깨를 부비며 빼곡히 들어차 있다. 가게마다 다양한 음식과 다양한 생음악을 들려줘 꼭 한 번씩 앉아보고 싶다.

그 중에서 절대 못잊을 음식이 바로 Baked Octopusy이다. 임의로 우린 문어탕이라고 불렀는데, 메뉴명 그대로 문어 다리를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 비슷한 것에 각종 해산물과 큼직한 감자를 넣고 끓여주는데 숨넘어갈 정도로 맛있다. 특히 뚝배기를 연상케 하는 작은 쇠냄비가 인상적이다. 저 음식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건물에서 서너번째 골목 안에 위치한 Lucin Kantun이라는 식당에서 판다.

올드 하버의 야경도 결코 잊을 수 없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고흐의 그림처럼 불빛이 이글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면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항구 주변의 식당에서는 연주자들이 직접 들려주는 음악들이 분위기를 돋운다.

매일 아침 광장에는 장이 선다. 날이 워낙 더워 오후 1시까지만 서는 이 장에서는 각종 농산물과 기념품 등을 판다. 하지만 과일 가격 등을 비교해보니 자그레브의 3배나 비싸다. 저녁에는 이 자리가 노천카페로 바뀐다.

위에서 내려다봐야만 위치가 보이는 노천 극장. 성곽 근처 우연히 발견한 전망좋은 카페에 들려서 차를 마시며 무심코 내려다봤다가 극장을 발견했다. 궁금해서 골목을 누비며 출구를 찾았지만 결국 극장 입구를 못찾았다.

꽤 유명한 부자(buja) 카페. 1, 2 등 두 군데가 있는데, 성벽에 붙은 바위 위에 있어서 바다를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다. 근처 바위 꼭대기에서 다이빙 하는 청년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부자게이트와 정 반대 위치인데 왜 부자 카페인지 모르겠다.

저녁 무렵 스트란툰대로를 성벽 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 저녁이 될 수록 선선해서 사람들이 더 늘어난다. 성은 주민들이 살기 때문에 24시간 개방한다.

지금도 아득한 중세 건물 위 유리창에 부딪쳐 산산히 흩어지던 저녁 햇살이 눈에 선하다. 순간이 영원처럼 아름다웠다. 두브로브니크, 결코 잊을 수 없는 곳이다.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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