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극 가운데 좌파적 색채를 띄고 있는 대표적 작품이 두 편 있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와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엘 토포'(El Topo, 1971년)다.
막시스트들이 여럿 참여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는 그렇다쳐도, '엘 토포'를 좌파 영화로 분류하면 스스로 좌파를 표방한 적 없는 조도로프스키 감독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면면히 흐르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이로부터 벗어나기를 갈구한 영상은 지극히 사회주의적이다.
재미있는 것은 조도로프스키 특유의 스타일로 성서를 재구성한 영상들이 사회주의 시각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좌파 서부극으로 보이는 것만큼이나 또다른 아이러니다.
사실 이 작품을 서부극으로 봐야할 지도 의문이다.
배경과 시대는 물론이고 총잡이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서부극의 외양을 갖추고 있지만 이 작품은 신을 꿈꾸는 사내의 고행을 다루고 있다.
구약 성서 속 네 명의 예언자인 이사야, 에스겔, 예레미아, 다니엘 등과 대결해 신의 위치로 오르려는 주인공은 다름아닌 예수의 모습이다.
결국 구도의 길에 오른 주인공은 복종적 희생이 아닌 분노의 폭력적 대결을 통해 억압받는 사람들을 해방하고 순교의 길에 오른다.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작품이 언제나 그렇듯 영화는 메시지 만큼이나 잔혹하고 처절한 영상으로 가득하다.
아울러 그만큼 난해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매료되는 것은 박상륭의 소설 만큼이나 웅심깊은 조도로프스키의 영상 철학이 빛나기 때문이다.
4 대 3 풀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 화질은 제작연도를 감안하면 괜찮은 편이다.
지글거림이 보이지만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쳤기 때문에 잡티가 난무하는 일본판 박스세트 DVD보다는 훨씬 낫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음량도 작고 서라운드 효과도 미미하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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