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도(홋카이도)를 다시 찾게 됐다.
2월에 다녀갔으니, 7개월 만이다.
북해도는 아무래도 설국인 만큼, 겨울에 다녀가는 것이 제 맛이지만 단풍이 든 가을도 색다른 느낌이다.
2월에 왔을 때에는 일정상 노보리베츠를 가지 못했는데, 이번에 방문하게 돼서 다행이다.
원래 북해도는 일본과 별도로 아이누 민족의 땅이었지만 메이지 유신때 속국이 됐다고 한다.
그래서 노보리베츠로 향하던 길에 시라오이에 있는 아이누 민족박물관을 찾아갔다.
이곳은 우리네 민속촌 같은 곳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백인이 정복한 아메리카 인디언 박물관에 가깝다.
아이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 지 보여주는 곳인데, 생각보다 별로 볼 것이 없고 싱겁다.
정작 이 곳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하얀 백구와 그림같은 호수였다.
맑은 하늘아래 끝간데없이 펼쳐진 호수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이어서 찾은 곳은 노보리베츠의 유카라 마을.
노보리베츠를 들어서면 커다란 도깨비상과 얼굴이 움직이는 염라대왕 상이 우선 반겨준다.
도깨비와 염라대왕을 보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지옥이다.
이를 반영하듯 온천으로 유명한 노보리베츠의 유카라 마을은 지옥계곡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붉은 빛과 회색 빛이 도는 계곡 사이로 증기 구름이 뭉게 뭉게 피어오르고, 초입부터 진한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 속에서 일본인들은 지옥을 봤나 보다.
그러나 별칭과 달리 노보리베츠의 온천은 정말 좋았다.
아무리 피곤해도 커다란 대욕탕에 들어가서 진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면 그대로 피로가 녹아 없어지는 듯하다.
우리가 묵은 타키모토관의 온천은 온천이 갖춰야 할 11가지 성분이 골고루 들어있어서 일본에서도 최고로 꼽힌다는 탕들을 고루 드나들다가 열기가 더해지면 휴게실에 나와 몸을 식히고 다시 탕에 들어간다.
몸에 묻은 온천수는 수건으로 닦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린뒤 무료로 제공하는 시원한 우롱차를 마시면 그 맛이 아주 달디 달다.
그렇게 온천을 마친 뒤 료칸으로 돌아와 이부자리에 몸을 누이니 그제사 여행을 떠난 실감이 난다.
내일은 아내와 들렸던 오타루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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