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규 감독의 '완벽한 타인'(2018년)은 연극적인 영화다.
한정된 무대와 등장인물들이 쉼 없이 대사를 주고받으며 상황을 변주하는 형식이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다.
내용은 성공한 의사 부부의 집들이에 초대된 친구들이 휴대폰을 꺼내놓고 통화와 문자 등을 공개하는 게임을 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뤘다.
당연히 휴대폰 안에 숨겨 놓은 비밀들이 드러나면서 갈등이 발생하고 엉뚱한 오해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 과정이 때로는 긴장을 유발하고 때로는 폭소를 터뜨리며 어느 순간 가슴을 아프게 만들기도 한다.
그만큼 영화가 갖고 있는 응집력이 대단하다.
다양한 장소나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아닌 한정된 공간에서 소수의 배우만 갖고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전적으로 원작의 힘이 크다.
이 작품은 원래 2016년 이탈리아에서 만든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스'(Perfetti sconosciuti)가 원작이다.
등장인물이 크게 다르지 않고 벌어지는 이야기도 대동소이하다.
스마트폰에 매몰된 현대인의 삶을 정확히 짚어낸 원작은 워낙 이야기가 재미있다 보니 한국 독일 스페인 프랑스 그리스 등 해외 각지로 리메이크 판권이 팔려나가며 오히려 원작 판권 가격보다 리메이크 가격이 더 올라갔다.
국내에서 만든 리메이크 작은 등장인물과 장소를 한국으로 바꾸고 여기에 우리네 정서를 얹었다.
영랑호 에피소드와 고향의 맛인 속초 음식을 한 상 가득 벌려 놓아 원작과 차별화를 꾀했다.
비록 줄거리와 인물 설정이 원작과 다를 바 없지만 배우들의 연기 호흡 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유해진, 염정아, 이서진, 김지수, 조진웅, 윤경호, 송하윤 등이 연기를 워낙 잘해 마치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특히 이서진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유해진, 염정아의 평소와 다른 모습이 인상 깊었다.
더불어 이서진의 휴대폰 벨소리로 사용된 글로리아 게이너의 노래 'I Will Survive'가 신의 한 수였다.
적절한 타이밍에 긴장을 깨트리고 울려 퍼지는 노래 소리는 웃음과 동시에 의미심장한 긴장을 유발한다.
원작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한계는 있지만 그래도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실제로 저런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있을 지 의심스럽지만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휴대폰이라는 소품을 이용해 보여준 훌륭한 영화다.
1080p 풀 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장소가 실내로 한정되고 의도적인 색감 조정 때문에 약간 어둡게 보이지만 윤곽선이 깔끔하고 디테일도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간헐적인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그만큼 음향 효과는 자연스럽다.
부록으로 삭제 장면, 촬영 전 고사 풍경, 캐스팅과 세트, 컴퓨터 그래픽 장면, NG 장면과 제작 과정, 이재규 감독 및 유해진 염정아 송하윤 윤경호의 음성해설이 들어 있다.
부록 영상들은 모두 HD로 제작됐다.
'얘는'을 '애는'으로 표기하는 등 한글 자막에 보이는 오자가 옥의 티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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