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권태 감독의 데뷔작 '우리 형'을 2004년 9월 20일 서울극장에서 열린 기자 시사회에서 처음 봤다.
이 작품은 원빈을 위한 영화다.
제목은 '우리 형'이지만 원빈이 연기한 동생 종현이 영화를 이끌어간다.
단순히 동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 아니라 원빈의 연기가 두드러졌다.
원빈은 '친구'의 장동건처럼 놀라울 만큼 변했다.
불량끼 가득한 동생 역을 맡은 원빈은 진한 부산 사투리로 욕설을 내뱉으며 건들거리고 주먹 쓰는 연기를 그럴듯하게 했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보여준 모습과 너무 달라 조용한 성격의 형 성현을 연기한 신하균보다 튀어 보일 수밖에 없다.
종현네 가족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콤플렉스의 집합체다.
장남에 대한 홀어머니의 지나친 기대와 이를 감당해야 하는 장남의 부담, 공부 잘하고 작문과 그림에 능한 재주 있는 형에 비해 말썽만 부리는 비뚤어진 동생, 잘 생기고 싸움 잘하는 동생과 달리 구순구개열(언청이) 때문에 남 앞에 제대로 나서지 못하는 형의 열등감 등 어느 가정에나 있을 법한 문제점들이 모여 있다.
그만큼 관객의 공감대를 쉽게 끌어낸다.
안 감독은 이런 문제들을 무겁거나 심각하지 않게 술술 넘어가는 소설처럼 재미있게 풀어냈다.
그러나 중반 이후 영화는 힘을 잃는다.
중반까지 형제의 갈등 요소로 자리 잡았던 러브 스토리는 "서울 간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진 여주인공 미령(이보영)을 따라 실종된 채 '친구'처럼 조폭 스토리로 변신한다.
이정철 감독의 영화 '가족'이 그렇듯 이제 가족사를 다룬 영화에도 조폭이 끼어든다.
실종된 러브 스토리의 빈 공간을 대신 채운 것은 예측 가능한 결말로 치닫는 느슨한 이야기들이다.
그런 점에서 초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더욱 아쉽다.
영상에서도 갖가지 이미지의 중첩이 보인다.
'친구'에서 조감독을 한 안 감독과 '친구'를 찍은 황기석 촬영감독 등 다시 모인 '친구'와 '똥개'의 제작진은 깊이 있고 다양한 앵글의 영상을 선보이지만 여러 장면에 '친구'와 '똥개'에서 본 영상과 흡사한 그림을 보여준다.
부담을 가득 짊어진 신인 감독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 영상은 HD텔레시네를 거친 만큼 화질은 그런대로 볼만하다.
암부 디테일이 부족한 점이 아쉽지만 우리 영화로는 잘 나온 편이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극장보다 낫다는 느낌이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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