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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장군

울프팩 2012. 12. 28. 23:40
버스터 키튼은 찰리 채플린과 더불어 1920년대 무성 영화 시대를 이끈 위대한 영화인이다.
찰리 채플린이 콧수염과 중절모, 빙빙 돌리는 지팡이로 대표되는 가난뱅이 떠돌이 캐릭터를 구축했다면, 버스터 키튼은 마치 가면을 쓴 것 처럼 시종일관 무표정이 특징이다.

그래서 버스터 키튼의 별명은 great stone face, 즉 위대한 무표정이었다.
보드빌 배우였던 부모를 따라 다니며 3세때부터 무대에 섰던 그는 아버지가 객석을 향해 휙휙 집어던지면 나가 떨어졌다가도 아무 일 없는 것 처럼 툭툭 털고 일어나는 연기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곡예를 연마하며 힘과 기술을 익혀 자신의 영화를 찍을 때 스턴트 연기에 유용하게 써먹었다.
키튼 영화의 특징이라면 아크로배틱 같은 곡예와 더불어 웃음과 긴장이 함께 흐르는 점이다.

즉, 그때 그때 상황이 빚어내는 웃음과 함께 추격전을 기반으로 한 전체적인 줄거리 자체가 긴장감을 준다.
흔히 채플린의 라이벌로 꼽지만 경쟁자라기 보다 채플린과 분명히 다른 스타일로 무성 영화 시대의 양대 산맥 노릇을 했다.

'장군'(The General, 1926년)은 버스터 키튼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명작이다.
그가 각본, 주연, 감독까지 한 이 작품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의 기관차 운전사인 주인공이 북부군의 음모를 파헤치고 남부군의 승리를 이끄는 내용이다.

당시 흑백 영화들이 보통 스튜디오 세트 안에서만 촬영을 진행한 반면 키튼은 이 작품을 시종일관 기차를 타고 달리며 찍었다.
그만큼 영화는 쉼없이 움직이며, 기차가 멈추면 말이 질주하거나 사람이 달리며 끊임없이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하지만 개봉 당시 흥행 성적은 좋지 않았다.
지금은 키튼의 최고 작품으로 꼽히지만 당시에는 평단이나 관객의 반응이 좋지 않아 흥행에 실패하면서 키튼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후 키튼은 유성영화가 도래하면서 여러 작품 활동을 시도했으나 무성 영화 시절만큼 평가를 받지 못했고, 점점 영화계에서 잊혀져갔다.
결국 알코올 중독 등으로 고생하다가 1966년 사망했다.

4 대 3 풀스크린 방식의 DVD 타이틀엔 '장군' '극장' '경찰' 등 키튼의 작품 3편이 들어 있다.
화질은 1920년대 작품인 만큼 당연히 좋지 않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모노를 지원하며 부록은 전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버스터 키튼 특유의 황당하면서 놀라운 웃음을 주는 연기. 카메라 효과 등의 눈속임이 아닌 직접 연기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눈만 진하게 화장을 한 상태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시침 뚝떼고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연기가 특징.
그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조력자라기 보다 엉뚱한 짓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역할들이 대부분이다. 쫓기는 상황에서도 빗자루를 들고 기차를 청소하거나, 땔감용 나무를 가져오라고 하자 손가락 같은 작은 나무조각을 들고 오는 식이다.
다리가 무너져 기차가 굴러 떨어지고 제방을 터뜨려 적군을 물로 쓸어버리는 등 비교적 스케일이 크다.
패닝과 클로즈업 등을 적절히 활용하며 영상에 변화를 주고 긴장감을 강조한 점이 돋보인다.
1921년 작품인 '극장'편에서는 혼자서 지휘자 연주자 객석의 여인 등 1인 다역을 그럴 듯 하게 소화했다.
'극장'편에서 오랑우탄 대역이 아주 실감난다.
보드빌 배우인 부모 밑에서 극단을 따라다니며 자란 영항으로 서커스 같은 곡예가 많이 들어간다.
'경찰'편에서는 훗날 '톰과 제리' 같은 만화영화에서 곧잘 써먹은 장면이 등장.
1922년 작품인 '경찰' 역시 버스터 키튼이 각본 감독 주연을 했다. 이 작품 역시 '장군'과 마찬가지로 로버트 이스라엘이 음악을 담당.
장군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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