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용한 가족'(1998년)은 잔혹코믹극을 표방한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으로, 그의 작가적 역량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다.

잔혹코믹극이란 무섭고 끔찍한 내용이지만 뜻하지 않은 상황이 가져오는 부분 때문에 역설적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영화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절벽에서 떨어질 뻔한 순간에 아슬아슬하게 나뭇가지를 움켜잡아 한 숨 돌렸는데 우지직 하면서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킬러가 지각을 하는 바람에 엉뚱한 사건이 벌어지는 식이다.

그만큼 김 감독은 상충되는 웃음과 공포의 순간을 병치하는 영리한 구성으로 반전을 꾀하며 기발한 재미를 줬다.

 

어찌보면 이는 곧 예상하지 못했던 트릭이기도 하지만 기분좋게 웃을 수 있는 장난같은 속임수다.

이런 트릭이 통할 수 있었던 것은 잘 꿰어맞춘 이야기의 연결성 덕분이다.

 

김 감독이 각본을 쓴 스토리는 다소 과장되고 황당하기는 하지만 레고 블럭처럼 서로 물고 물리며 돌아가는 연결고리의 구성이 잘 돼 있다.

이런 점은 무엇보다 인물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계속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가 사라지지만 등장과 퇴장 시점의 상황이 자연스럽게 연결돼 어색하지 않고 물 흐르듯 부드럽게 넘어간다.

어찌보면 연극 무대에서 자연스러운 배우의 등장과 퇴장을 보는 것 같은데 이는 곧 연극 연출을 한 김 감독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게 아닐까 싶다.

 

내용은 1997년 IMF가 터지고 나서 어느 가족이 산골에 내려가 사람들이 묵어가는 산장을 차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다양한 사연을 지닌 손님들이 찾아들면서 벌어지는 우습고 끔찍한 사건들이 흥미를 유발하는 포인트다.

 

특히 김 감독은 살인과 거리가 멀었던 가족들이 연쇄 살인을 겪으며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당시 정리해고 물결이 휩쓴 IMF 이후 시대적 배경하고도 맞닿아 있다.

 

많은 사람과 가족까지 힘들게 한 정리해고는 제도적 살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수 많은 기업에서 정리해고가 되풀이되는 끔찍하고 납득하기 힘든 환경이었지만 어느새 사람들은 시대적 요구에 익숙해졌다.

 

근저에는 어려운 순간을 이겨내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겠다는 강한 생존 본능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 속에서 산장에 모든 것을 걸고 내려온 가족들에게서는 그런 시대적 생존 욕구가 보인다.

 

어쩌면 영화 속에서 연속해서 벌어지는 살인사건보다 그런 시대적 배경이 더 무섭고 끔찍할 수 있다.

그랬기에 당시 극장에서 이 작품을 본 사람들은 은연 중에 영화가 주는 공포와 웃음의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힘든 시대적 순간들을 잊고 싶었던 관객의 욕구가 자연스럽게 공포와 유머로 점철된 영화와 맞물리며 흥행으로 이어졌다.

여기에는 '넘버 3'에서 코믹 연기로 주목을 받은 송강호와 최민식을 비롯해 박인환, 나문희 등 관록있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더불어 음악도 좋았다.

엔딩 타이틀에 흐르던 패트리지 패밀리의 'I Think I Love You', 스트레이 캣츠의 'Ubangi Stomp' 등 마치 해당 장면을 비꼬는 것처럼 배치된 다양한 음악들이 듣는 즐거움을 줬다.

 

1080p 풀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입자감이 두드러지고 암부 디테일이 묻히는 편이지만 밝은 장면이나 클로즈업 등의 디테일은 좋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에서 풀벌레 소리가 따로 들리는 등 간헐적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다만 저음이 약간 과해서 우퍼 설정에 따라 부밍이 일 수 있다.

 

부록으로 김지운 감독, 최민식, 송강호 인터뷰와 프로덕션 디자인, 조영욱 음악감독의 음악해설, 스토리보드와 뮤직비디오, 김감독의 단편 '커밍아웃' 등 과거 DVD 타이틀에 들어 있던 부록들이 모두 수록됐다.

신하균 김원희가 출연한 '커밍아웃'은 흡혈귀 이야기를 다룬 이색적인 작품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제작진은 두 달에 걸쳐 구조를 바꿔가며 촬영할 수 있도록 산장을 만들었다.

막내딸을 연기한 고호경. 당시 오디션에서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 그는 한때 대마초 흡연으로 체포돼 연기를 그만두고 의류사업을 하기도 했으나 나중에 케이블TV 드라마에 출연하며 복귀했다.

젊디 젊은 모습의 정재영도 등장. 매번 여자친구를 바꿔서 산장에 데려오는 인물을 맡았다.

최철호가 눈을 부릅뜨고 있는 시체 역할을 맡았다.

이윤성이 연기한 큰 딸을 유혹하려던 청년 역할은 정웅인이 맡았다.

최민식이 한눈에 반한 여인은 지수원이 연기.

김지운 감독은 1997년 제 1회 씨네21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된 이 작품으로 영화감독 데뷔를 했다.

2002년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가타쿠리가의 행복'이라는 제목으로 이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최민식은 당시 송강호 역할에 끌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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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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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울프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