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빌뇌브 감독은 충격적인 내용의 '그을린 사랑'에서 분노와 공포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문화와 종교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간극이 있어서 등장인물들이 갖고 있는 분노와 공포에 쉽게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보는 사람이 영화 속 등장인물 입장에서 해법을 찾기도 힘들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후속작인 '프리즈너스'(Prisoners, 2013년)에서는 해법을 고르기가 더 힘들어졌다.
미국 동부의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오순도순 정답게 살아가던 이웃이 어느날 한꺼번에 아이를 잃어 버린다.
멀쩡하게 잘 뛰어놀던 소녀 둘이 동시에 증발하듯 사라져 버렸다.
온 가족은 미친 듯이 아이들을 찾아 헤매지만 흔적 조차 발견하기 힘들었다.
경찰은 유력한 유괴 용의자를 확보했지만 증거가 없어 풀어준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느라 모든 것을 내려 놓다시피 한 아버지는 그런 경찰의 처사에 분노한다.
결국 아버지는 아이를 찾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이 느끼는 분노와 공포를 이야기한다.
다만 전작과 다른 점은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전작이 중동의 분쟁지역이라는 특수한 배경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뤄서 체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사는 곳이 어디든 유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생활 속 사건을 다뤘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만큼 분노와 공포의 정도도 커진다.
다만 이를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빌뇌브 감독은 등장인물 속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아이를 잃은 한 아버지의 극단적인 선택이 옳은 지, 법과 정의의 수호자인 경찰의 권고를 따를 것인 지 선택지는 단출하지만 쉽게 결정하기는 힘들다.
그만큼 극 중 주인공인 아버지의 선택을 비난하기도, 두둔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빌뇌브 감독은 이 과정을 치밀하고 꼼꼼하게 구성해 설득력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휴 잭맨, 테렌스 하워드, 제이크 질렌할 등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 극 중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든다.
물론 캐릭터 묘사에 치중하다 보니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있다.
아버지 역할을 한 휴 잭맨이 홀리 존스를 연기한 멜리사 레오를 두 번째 찾아간 부분도 설명이 부족하고 자연스럽지 못하다.
이 부분까지 진행되는 과정에서 걷잡을 수 없이 분노를 표출한 휴 잭맨의 행동에 비춰보면 유독 이 부분에서 지나치게 침착해 오히려 상황을 몰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점층적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구성이 뛰어나다.
특히 빌뇌브 감독은 폭력적인 장면에서 공포의 직,간접 효과를 적절하게 사용했다.
일부 장면에서는 엉망진창이 된 폴 다노의 모습을 폭탄 던지듯 직접 들이대 충격을 주지만, 폴 다노가 밀실에 갇힌 장면에서는 정작 당하는 모습보다 소리만 들려줘 보는 사람이 끔찍한 상황을 상상하게 만든다.
여기에 로저 디킨스가 찍은 모노톤의 우울한 영상도 극 중 분위기에 빠져드는데 일조했다.
감독의 정교한 연출과 배우들의 혼신을 다 한 연기, 깔끔한 촬영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도 깔끔하고 암부 디테일이나 색감도 괜찮은 편.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 있다.
전 채널을 울리며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어보면 현장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부록으로 촬영 뒷이야기, 감독 인터뷰와 휴 잭맨, 제이크 질렌할, 테렌스 하워드와 마리아 벨로 등 배우들의 인터뷰가 HD 영상으로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캐나다 출신인 드니 빌뇌브 감독은 리조트에서 아들 하나가 잠깐 실종된 적이 있어 그 경험을 많이 떠올리며 연출했다고 한다.
목에 문신이 살짝 보이는 설정은 제이크 질렌할이 제안했다. 이를 통해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원래 감독의 편집본은 3시간 분량이었다. 극장 상영 판본은 약 2시간 30분 분량이다.
미국 동부의 외곽지역에서 촬영.
휴 잭맨이 아이를 잃은 아버지 중 하나를 연기. 그가 연기한 역할은 선과 악의 경계에 놓인 인물이다. 상황에 따라 선악이 바뀌는 것을 잘 표현했다.
휴 잭맨은 수년 전에 안톤 후쿠아 감독 연출로 이 작품에 출연하려고 했으나 무산된 적이 있다.
마크 월버그는 주인공 아버지 역할을 하고 싶었으나 기회가 되지 않아 제작자로 참여했다.
제이크 질렌할은 작품 속에서 왼손에 프리메이슨을 상징하는 반지를 끼고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마이클 패스빈더도 아버지 역할로 물망에 올랐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도 이 작품 연출에 욕심을 냈다. 로저 디킨스 촬영감독은 '007 스카이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파고' '쇼생크 탈출' 등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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