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사는 홀어미는 어느덧 혼기가 찬 딸의 결혼을 서두른다.
딸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홀어미를 혼자 놔두고 시집 갈 엄두가 나지 않아 쉽게 말을 못한다.
그 마음을 알기에 지인들은 어머니의 재혼을 준비한다.
하지만 딸은 막상 어머니가 재혼한다니 왠지 서운한 생각이 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복잡 미묘한 심경.
오즈 야스지로 감독은 딸과 어머니의 안타까운 마음에 카메라를 댔다.
'가을 햇살'(1960년)은 그런 영화다.
얼핏 보면 오즈 야스지로가 1949년에 만든 '만춘'을 닮았다.
아닌게 아니라 '만춘'이 딸을 시집 보내는 아비의 마음이라면, 이 작품은 이를 그대로 뒤집어 어미의 마음을 담았다.
재미있는 점은 '만춘'에서 딸로 나온 하라 세츠코가 이번에는 어머니를 연기한다.
언제나 그렇듯, 오즈는 어느 일본 가정에서나 흔히 있을 법한 잔잔한 이야기를 단정한 구성으로 맛깔스럽게 담아냈다.
마치 정갈한 반찬으로 입맛을 돋우는 맛난 백반집같다.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변함없이 앉은 키 높이의 다다미 쇼트를 유지하며 공허한 프레임으로 여백의 미를 살렸다.
그만큼 보면서 생각할 시간을 주고 더불어 마음에 울림이 남는다.
어미와 딸의 서로를 배려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헤아려지기 때문.
그러나 어쩌겠는가, 황혼 세대를 의미하는 제목의 가을처럼 계절이 가면 나무는 낙엽을 떨굴 수 밖에 없다.
오즈 영화치고는 많지 않은 컬러 작품 중 하나라는 점도 흥미롭다.
4 대 3 풀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제작연도를 감안하면 화질이 괜찮은 편이다.
어쩔 수 없이 필름 입자가 거칠어 보이지만 특별한 잡티 하나 없이 아주 깨끗하다.
다만 윤곽선은 예리하지 않고 부드러운 편이나 색감이 생생하게 잘 살아 있다.
음향은 LPCM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전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오즈가 총애한 여배우 하라 세츠코가 딸을 시집 보내는 어머니 역할을 맡았다.
눈에 익숙해지면 편안한 느낌을 주는 다다미샷. 오즈 야스지로의 다른 영화들처럼 밥상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
일본의 유명 소설가인 사토미 돈의 원작 소설을 오즈와 노다 고고가 각색했다.
우체국 건물로 보이는 풍경. 빨간 트럭들은 우편물 차량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나란히 일렬로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또한 오즈 영화에서 자주 보는 구도다. 중년 남자들의 능청을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1960년대 일본 아파트 복도 풍경. 여기에서도 실내 다다미샷 못지 않게 앵글이 아주 낮다. 덕분에 인물들이 서양 사람들처럼 길고 커 보인다.
오즈 야스지로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스틸샷에 가까울 정도로 정적인 화면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이감이다. 마치 원근법에 집착한 르네상스 시대 이태리 화가들의 그림처럼 원근법을 느낄 수 있는 문과 창문, 등불의 배열 등을 통해 영상에 깊이감을 더했다.
역시 오즈가 좋아한 배우인 류 치슈가 온천장 주인으로 등장.
딸을 보내야 하는 어머니와 홀어미를 놔두고 시집을 가야하는 딸의 애틋한 마음을 울고 웃는 엇갈린 표정을 통해 잘 그렸다. 비록 한 사람은 울고 한 사람은 웃지만 속마음은 같으리라. 사이토 타카노부가 맡은 음악도 좋다.
일본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즐겨 다룬 오즈는 평생 독신이었다.
딸의 친구로 나온 오카다 마리코. 오즈의 다른 작품인 '꽁치의 맛'에도 나왔다.
일본 드라마를 보는 듯한 다정다감한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쇼치쿠영화사가 제작.
일본 중년들의 은근한 성적 유머가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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