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 감독이 만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 2010년)는 그동안 봤던 앨리스와 많이 다르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원작자인 루이스 캐럴이 쓴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속편 격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 등 두 편의 이야기를 합쳐서 팀 버튼 식 해석을 더했다.
팀 버튼식 해석이라면 원작 속 인물들에 대한 독특한 비틀기다.
여기에 잿빛 배경이 떠오르는 우울한 서정을 가미한다.
이 작품은 이 같은 팀 버튼의 해석이 적용된 인물들과 세계관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우선 주인공인 앨리스가 어린 소녀가 아니라 약혼을 앞둔 19세의 처녀다.
앨리스는 원작처럼 엉뚱한 세상으로 굴러 떨어지지만 그곳은 원작의 이상한 나라인 원더랜드가 아니라 땅 밑 세상인 언더랜드다.
당연히 등장하는 캐릭터도 조금씩 다르다.
흰 토끼와 첼셔고양이, 쌍둥이 형제 등은 변함없지만 언더랜드를 폭압적으로 통치하는 붉은 여왕은 머리가 커다란 대두로 변했고, 이에 맞서는 백색 여왕은 원작에서 100세가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공주처럼 등장한다.
그만큼 팀 버튼 특유의 비틀기식 해석이 가미돼 일부 인물들은 우스꽝스럽게 변형됐고 일부 인물들은 졸지에 히어로가 됐다.
특히 모자 장사는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에 혜성처럼 등장하는 영웅이 됐고 앨리스 또한 나이 먹은 여전사의 이미지를 갖췄다.
막판 붉은 여왕과 백색 여왕이 체스판 위에서 목숨 걸고 벌이는 전투는 급기야 용까지 등장하며 중세 판타지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처럼 원작과 다르게 희한하게 비틀린 인물들이 우울한 배경 속에 얽히고설키며 변주곡을 만들어 내는 것이 팀 버튼 영화의 특징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팀 버튼 작품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여기에 물감을 뒤집어쓴 것처럼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현란한 캐릭터들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시각효과가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더불어 화려한 스타 파워도 빼놓을 수 없다.
팀 버튼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조니 뎁은 물론이고 그의 연인 헬레나 본햄 카터, 앤 해서웨이 등이 주요 배역을 맡아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줬다.
다만 일부 장면들은 팀 버튼이 자기 복제를 한 것처럼 그의 이전 작품들에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팀 버튼이 만든 '배트맨'이나 '슬리피 할로우' 같은 우울한 영웅담에 '스위니 토드' 같은 비극과 공포의 분위기까지 엿보이는 묘한 작품이 됐다.
덕분에 원작을 소재로 만든 이전 영화들과 확실하게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원작과 다르게 비껴간 만큼 이전 작품들과 동일하게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원작과 다른 개성 강한 앨리스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알록달록한 색감이 잘 살아 있고 디테일이 좋다.
그러나 컴퓨터 그래픽이 많이 들어간 장면은 윤곽선의 예리한 맛이 떨어진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 활용도가 높아서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각 캐릭터 설명과 제작과정, 특수효과가 한글 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두 장으로 구성된 이번 타이틀은 별도 디스크에 3D 영상을 따로 담았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팀 버튼 감독은 루이스 캐럴이 1865년에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속편 '거울 나라의 앨리스' 두 편을 섞었다.
쌍둥이는 매트 루카서가 1인2역의 모션 캡처 연기를 했다. 이후 배우의 얼굴 표정을 따서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캐릭터에 입히는 페이스 패스팅 작업을 거쳤다.
현자 같은 캐릭터인 애벌래 압솔렘의 목소리는 '다이하드'의 악당, '해리포터' 시리즈와 '러브액추얼리'에 나오는 유명한 앨런 리크먼이 맡았다.
루이스 캐럴은 원작 소설에 쌍둥이 형제로 표현하지 않았으나 삽화가 존 테니얼이 쌍둥이로 그린 뒤 사람들 사이에 쌍둥이 형제로 알려졌다.
헬레나 본햄 카터가 연기한 붉은 여왕.
마치 '슬리피 할로우' 분위기를 자아내는 영상. 팀 버튼은 여러 부분에서 자기복제 같은 영상을 선보인다.
광기어린 모습의 모자장사를 연기한 조니 뎁. 예전 유럽에서 모자를 만들던 사람들은 수은이 다량 함유된 접착제를 만졌기 때문에 손에 얼룩이 남고 정신도 혼미해지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조니 뎁은 극 중 모자장사가 수은에 중독돼 광기를 보이는 것으로 묘사했다.
백색여왕을 연기한 앤 해서웨이. 원래 그는 팀 버튼 감독으로부터 앨리스 역을 제안받았으나 이전 작품에서 했던 역할과 이미지가 비슷해 보여 백색여왕을 맡았다.
주인공 앨리스를 맡은 미아 와시코우스카. 다양한 색상이 등장하지만 장면마다 한 가지 색조가 지배하는 편이어서 모노톤의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붉은 여왕과 백색 여왕의 성은 디즈니의 '신데렐라' 성을 모델로 했다.
중세 판타지물의 단골 캐릭터인 용까지 등장한다. 이에 맞선 앨리스는 검을 뽑아 든 여전사가 됐다.
팀 버튼은 이 작품을 처음부터 3D로 찍지 않고 2D로 촬영한 뒤 3D로 변환하는 방식을 택했다.
특수 효과는 '스타워즈 에피소드6 제다이의 귀환', '포레스트 검프' 등을 담당했던 켄 랄스톤이 맡았다. 드웨인 존슨도 모자장사 역으로 고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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