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석 감독의 데뷔작 '죄 많은 소녀'(2017년)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돼 뉴커런츠 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은 영화다.
이 영화는 죄의식과 책임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한 여고생이 같은 반 친구의 자살을 둘러싸고 책임이 있다는 지목을 받으며 시달린다.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지면서 같은 반 아이들은 물론이고 죽은 아이의 엄마까지 여고생을 찾아와 궁지로 몰아넣는다.
이후 벌어지는 사태들은 사람들이 죄의식 앞에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얼마나 비겁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김 감독은 이 작품을 자신의 경험을 반영해 만들었다고 한다.
학창 시절 소중한 친구를 잃고 나서 자책의 드라마를 쓰고 싶어 만든 것이 이 작품이다.
눈에 띄는 것은 주연을 맡은 전여빈의 연기다.
그는 친구의 자살 이후 졸지에 조리돌림을 당하는 여고생 영희의 연기를 똑 떨어지게 잘했다.
지나치게 감정과잉으로 흐르지 않고, 그렇다고 무미건조하지도 않으면서 적당한 선에서 위악과 위선을 오가는 영희의 심리를 잘 표현했다.
그래서 그의 연기를 보노라면 절로 영희의 심정에 수긍이 간다.
감독이 연출도 잘했겠지만 전여빈이 영희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이해해서 체화하지 않았다면 관객의 공감을 얻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참 불편하다.
보고 있노라면 한 소녀의 자살을 둘러싼 책임은 모두가 조금씩 나눠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희조차도 화장품을 훔치기 위해 죽은 소녀에게 누명을 씌웠고 엄마나 담임교사는 아이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무리 지어 누군가를 험담하는 아이들은 마치 못된 어른들의 패거리 문화를 보는 듯하다.
그렇다 보니 관련 인물들은 끊임없이 아이의 죽음을 둘러싼 책임을 찾기 바쁘다.
스스로 느끼는 죄 의식보다 더 큰 책임을 누군가에게서 찾아내야 각자의 짐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 과정을 밀도있게 그리지만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공감대를 통해 같이 나눠져야 하는 책임의 무게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는 한 소녀의 죽음으로 표현했지만 크게 보면 세월호나 광주 민주화운동처럼 시공간을 함께 한 역사적 사건의 책임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메시지가 주는 엄중함과 무게감 못지않게 영화적 표현 또한 불편한 부분이 있다.
생리혈이 묻은 생리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나 독극물을 마시고 발버둥 치는 소녀의 모습은 오래 쳐다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의 공감대나 배우들의 연기, 짜임새 있는 감독의 연출은 칭찬할 만하다.
그렇지만 두 번 보라면 선뜻 내키지 않은 작품인 것도 분명하다.
즉 재미로 볼 영화는 아니다.
1080p 풀 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전체적으로 깨끗한 영상이지만 색감이 바랜듯하고 윤곽선이 예리한 편은 아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거의 없다.
부록으로 영화제 스케치, 갤러리와 뮤직비디오, 감독 인터뷰, 감독과 배우들의 음성해설 등이 들어 있다.
영화제 스케치의 경우 울리는 말소리를 그냥 수록해 무슨 소리인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이런 경우 자막을 넣어주면 좋은데, 부족한 배려가 아쉽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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