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리아 버로프 감독의 '더 키친'(The Kitchen, 2019년)은 때로는 여성들이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갱단의 일원인 남편들이 강도짓을 하다가 체포된 뒤 먹고살기 위해 여성들이 조직을 접수하는 내용이다.
원작은 올리 매스터스와 밍 도일의 그래픽 노블이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3명의 여자가 헬스 키친으로 알려진 뉴욕 맨해튼의 웨스트사이드 지역을 차지하는 과정을 다뤘다.
나약하고 심지어 남편에게 얻어맞으며 죽은 듯 살아가던 여인들이 갑자기 용기가 치솟아 남자들도 못하는 일을 해낸다.
다른 조직과 흥정을 벌여 거대한 공사를 따오기도 하고 정적들을 제압하기도 한다.
언뜻 보면 여성 전사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활약을 펼치는 여성들은 아니다.
그저 평범한 가정주부처럼 보이는데 돈과 협상력으로 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
더러 총질도 등장하지만 주는 아니다.
그렇다 보니 범죄물인데도 진행 과정이 심심하다.
액션에 대한 의존도가 낮고 중요한 순간에 망설이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답답하게 보이기도 한다.
버로프 감독은 폭력 장면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여성들의 결정권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는데 그 바람에 액션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닌 그저 평범한 드라마로 끝났다.
특히 주민들이 여성들에게 보호해 준다는 말 한마디에 선뜻 돈을 내주는 장면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도대체 뭘 믿고 여성들에게 그리 쉽사리 돈을 내주는지 알 수가 없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헬스 키친을 장악했던 조직원들이 한순간에 방심했다가 우르르 무너지는 과정 또한 너무 허무할 정도.
여기에 범죄물과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 또한 작품의 몰입에 방해가 된다.
한마디로 시작은 요란하지만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뒤로 갈수록 용두사미처럼 힘이 빠진다.
다만 하트의 'Barracuda', 레너드 스키너드의 'Simple Man', 플리트우드 맥의 'The Chain', 밥 딜런의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 등 익숙한 예전 노래들이 흘러나와 귀를 즐겁게 한다.
1080p 풀 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1970년대 아련한 느낌의 색감이 영상에 잘 묻어난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요란한 총격전이 등장하는 영화가 아니어서 서라운드 효과를 느낄 만한 장면이 많지 않다.
부록으로 제작과정과 1970년대 뉴욕 세팅, 삭제 장면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부록은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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