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지붕 위의 바이올린'(Fiddler On The Roof, 1971년)은 유명한 'Sunrise, Sunset' 이 노래 한 곡만으로도 충분한 작품이다.

러시아에서 박해를 받는 유대인 사회를 다룬 이 작품은 가난한 시골의 유대인 농부가 딸 다섯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뤘다.

 

유대인 박해라면 무조건 힘들고 고통받는 삶을 다루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은 탈무드 특유의 유머가 흐른다.

주인공은 뜻하지 않은 일이 터지면 "왜 하필 나냐"며 신에게 따지고 슬쩍 비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항상 종국에는 잘될 것이라는 낙천적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동전의 양면처럼 그들의 박해받는 삶이 더더욱 힘들고 부당하게 보인다.

 

원래 이 작품은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한 뮤지컬이다.

이를 영화로 그대로 옮겨 오면서 브로드웨이 뮤지컬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다.

 

비결은 감독의 뛰어난 연출과 캐스팅, 아름다운 음악에 있다.

이 작품을 연출한 감독은 바로 노만 주이슨이다.

 

노만 주이슨은 독특한 발상의 영상을 통해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록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만든 인물.

그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이전에 이 작품을 통해 뮤지컬 영화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

 

이 작품에서 그는 주인공이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며 마치 관객에게 말을 걸듯 대사를 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갔다.

이런 방식은 보는 사람의 집중도를 높여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때로는 인물의 얼굴을 크게 잡는 과도한 클로즈업과 끝 간 데 없이 넓은 벌판을 함께 보여주는 와이드샷, 등성이에 인물들이 일렬로 늘어서 움직이는 동작을 통해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회화적 영상까지 다채로운 화면을 보여준다.

그만큼 주이슨 감독이 각각의 프레임을 얼마나 연구하고 고심했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그의 뮤지컬 영화가 주는 힘은 음악과 아귀가 딱 맞아떨어지는 영상에 있다.

각각의 그림이 음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영화 속 선율과 영상은 한 몸처럼 움직이며 관객의 뇌리에 각인된다.

 

이 작품에서 대표적인 곡은 바로 결혼식 장면에 흐르는 'Sunrise, Sunset'이다.

어른들의 지혜를 전하는 이 노래는 경사스러운 결혼식과 정반대로 애잔한 선율로 흐르며 앞으로 다가올 유대인 가족의 어려움을 예감하게 한다.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이 노래는 알 정도로 너무나 유명한 곡이다.

이런 노래들이 귀에 쏙쏙 박히듯 꽂히는 것은 더할 수 없이 뛰어난 캐스팅에 있다.

 

중저음이 매력적인 주인공을 연기한 토폴을 비롯해 아픈 몸을 이끌고 촬영을 마친 엄마 역할의 노마 크레인 등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훌륭했다.

그렇다 보니 영화에 빠져들게돼 무려 3시간에 이르는 상영시간도 길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재미있다.

 

더불어 간간히 흐르는 놀라운 바이올린 연주도 빼놓을 수 없는데, 이 연주는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자인 아이작 스턴이 맡았다.

그의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영화다.

 

주이슨 감독이나 원작 뮤지컬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전통의 변화다.

사람들이 지키고자 하는 전통은 결국 새로운 시대를 맞아 바뀔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주며 변화의 흐름에 역행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훌륭한 음악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감성적인 주이슨 감독의 연출 등 3박자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걸작 뮤지컬 영화다.

뮤지컬 영화 팬이라면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와 더불어 절대 놓치면 안 되는 고전이다.

 

이 작품의 블루레이 타이틀 역시 국내에 출시되지 않아 안타까움이 크다.

미국에서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에는 한글 자막이 없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입자가 거칠고 윤곽선도 두터운 편.

 

클로즈업 영상은 화질이 좋지만 더러 필름의 잡티와 얼룩이 그대로 보이기도 한다.

색감도 깨끗하지 않고 약간 탁한 편이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부록은 감독과 토폴의 음성해설, 노만 주이슨에 대한 회고, 존 윌리엄스의 음악, 각종 노래들, 삭제곡 영상, 컬러로 촬영된 악몽 장면, 배역 설명, 스토리보드와 영상 비교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으나 자막이 전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노만 주이슨 감독은 처음에 주연으로 유렵 배우를 고려했으나 런던 뮤지컬 공연에서 하이만 토폴의 연기를 보고 바로 주연으로 섭외했다.

타이틀 장면은 러시아 화가 마르크 샤갈의 그림 '더 데드맨'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림을 보면 지붕 위에 올라가 바이올린 켜는 사람이 나온다. 지붕 위에서 언제 떨어질지 모를 불안한 자세로 연주하는 바이올린 주자는 변화의 바람 앞에 놓인 전통을 상징한다.

가난하지만 낙천적인 유대인 농부인 테비에의 보물은 다섯 명의 딸이다. '록키'시리즈에서 록키의 아내로 나와 유명한 탈리아 샤이어는 딸 역할로 오디션을 봤다.

테비에의 악몽 장면은 컬러로 촬영한 뒤 흑백 영상처럼 보이도록 탈색 처리했다.

유명한 'Sunrise Sunset'이 흐르는 결혼식 장면. 전기 조명 대신 100개 이상의 촛불을 켜놓고 찍었다.

머리에 병을 얹고 전통 춤을 추는 장면은 압권이다. 결혼식 장면은 런던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촬영.

테비에의 부인 골데를 연기한 노마 크레인은 촬영 당시 유방암 투병 중이었다. 그는 감독과 토폴 등 일부에게만 사실을 알리고 촬영한 뒤 영화 개봉 후 2년 뒤 죽었다. 앤 밴크로프트도 골데 역을 제의받았으나 거절했다.

원작 뮤지컬은 조셉 슈타인이 대본을 썼으며 제리 복이 작곡, 유명한 안무가 제롬 로빈스가 안무를 맡았다. 유대인이었던 제롬 로빈스는 '왕과 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등 히트 뮤지컬 안무로 유명하다.

극 중 러시아 혁명가들의 집회 장면은 지금 크로아티아가 된 구 유고슬라비아의 수도 자그레브에서 촬영. 당시 유고슬라비아의 티토 대통령이 대단한 영화광이어서 촬영을 허가했다.

당시 제작진은 아무리 기다려도 눈이 오지 않아 대리석 가루를 눈처럼 뿌리고 촬영했다.

오손 웰스, 앤서니 퀸, 말론 브란도는 주연을 제의받았으나 거절했다. 프랭크 시나트라는 주연을 하고 싶어 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주이슨 감독은 골데 역으로 이스라엘 여배우 한나 마론을 선택했다. 그러나 한나 마론이 뮌헨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의 테러를 당해 한쪽 다리를 절단하는 바람에 노마 크레인으로 바뀌었다.

유대인들이 정착촌을 떠나는 장면은 이스라엘 민족의 디아스포라를 연상케 한다.

주이슨 감독은 제작비 초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 영화는 900만 달러의 제작비를 썼다. 이 작품은 1970년에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사가 가장 많은 제작비를 쓴 영화다.

주이슨 감독은 촬영 당시 30대였던 토폴이 늙어 보이도록 머리와 수염, 눈썹 등을 희게 분장했다.

지붕위의 바이올린 (2Disc)
노만 주이슨
Fiddler on the Roof (지붕 위의 바이올린) (한글무자막)(Blu-ray)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예스24 | 애드온2

Posted by 울프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