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카메라를 들고 달리면서 찍은 핸드헬드 영화는 대화면에서 보면 최악이다.
50, 60인치 TV에서는 별로 티가 나지 않을 수 있지만 100인치 넘어가는 대화면으로 보면 커다란 화면이 물결치듯 출렁이기 때문이다.
핸드헬드로 찍은 영상을 프로젝터를 이용해 100인치 이상으로 보면 마치 바이킹을 타고 영화를 보는 것처럼 세상이 요동치고 거센 파도 위에 흔들리는 조각배를 탄 것처럼 멀미가 난다.
하물며 수백 인치 사이즈가 넘어가는 극장에서라면 더 말할 게 없다.
끔찍한 멀미 유발자
맷 리브스 감독의 '클로버필드'(Cloverfield, 2008년)가 그런 영화다.
이 작품은 멀미가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영화다.
오죽했으면 관객들이 하도 멀미를 호소해서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극장 개봉 시 매표소에 멀미 주의를 알리는 경고문을 붙여 놓았다.
어찌나 어지럽고 멀미가 나는지 영화 내용도 안 들어오고 빨리 끝나기만 기다렸다.
덕분에 상영 시간이 85분에 불과하지만 서너 시간짜리 영화를 본 것처럼 길게 느껴진다.
내용은 뉴욕에 괴생명체가 출연하면서 아비규환에 빠진 사람들이 달아나는 얘기다.
이 과정을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보여준다.
일본으로 발령받아 떠나는 친구의 송별회 파티에 참석한 친구들 가운데 한 사람이 핸디캠을 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한다.
이 친구가 손에 핸디캠을 들고 죽을 힘을 다해 달리면 화면은 위아래로 심하게 출렁인다.
그러다가 넘어지거나 구르기라도 하면 영상도 함께 뒤집히고 굴러간다.
아마 감독은 관객들을 괴롭히는 악취미가 있거나 아니면 대화면에서 느낄 수 있는 어지럼증을 몰랐거나 무시한 모양이다.
이 같은 핸드헬드 촬영이 현장감을 살릴 수 있을지 몰라도 편안한 감상과 거리가 멀다.
사실적인 영상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고통스럽기 위해 영화를 보는 사람은 없다는 점을 감독이 간과한 모양이다.
영화는 게임이나 자동차 경주가 아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어디로 갈지 알기 때문에 뇌와 시신경이 동시에 반응해 어지럽지 않지만 옆좌석에 앉은 사람은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눈 앞에 갑자기 변하는 풍경을 미처 뇌가 따라가지 못해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1인칭 FPS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을 진행하는 사람은 다음에 어디로 갈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어지럽지 않거나 멀미를 덜 느끼지만 게임을 구경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그런 점에서 지나친 핸드헬드 촬영은 고문이나 다름없다.
어지럽고 답답한 영상
핸드헬드 촬영은 영상의 포맷을 살리기도 어렵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홈무비 앵글을 강조하다보니 대화면에서 시원하게 보여주는 와이드 앵글 등이 전혀 등장하지 않아 시야가 시종일관 답답하다.
영상도 어둡고 의도된 화질 저하 때문에 그림이 깨끗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내용이라도 재미있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하다.
괴물의 정체는 끝끝내 드러나지 않으며 원인과 결과도 없고 게임처럼 쫓기던 주인공 일행이 게임 오버 상황에 이르면 그냥 끝난다.
이런 작품은 아마추어 영화 동아리에서 시험 삼아 만들어 무료로 돌려보는 작품 정도면 알맞다.
이런 한심한 작품을 상업용 영화로 만들어 돈 받고 파는 것은 문제가 있다.
1080p 풀 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홈무비 같은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된 화질 저하 때문에 화질을 논하는 게 의미가 없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요란한 폭발음이 각 채널에서 쏟아져 나온다.
특히 저음이 묵직하다.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시각효과, 촬영과 NG 장면, 삭제 장면들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부록들은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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