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 감독의 '나인스 게이트'(The Ninth Gate, 1999년)는 이름값을 못하는 영화다.
명감독 로만 폴란스키와 유명한 촬영 감독 다리우스 콘지(Darius Khondji), 그리고 똑 부러지는 연기를 하는 조니 뎁(Johnny Depp)까지 면면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영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연출이나 스토리텔링은 평범하고 촬영 또한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이 별로 없다.
조니 뎁 또한 엉성한 구성 속에 떠내려가는 뗏목처럼 소모돼 버렸다.
다리우스 콘지와 조니 뎁을 데리고 왜 이렇게 밖에 만들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큰 작품이다.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난해한 원작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연출을 들 수 있다.
원작은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로 통하는 작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Arturo Pérez-Reverte)가 쓴 '뒤마 클럽'(The Club Dumas)이라는 소설이다.
1993년 출간된 이 책은 고서적을 수집하는 코르소가 책을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 추리소설이다.
형식은 추리소설을 띄고 있지만 에코가 쓴 '장미의 이름'(The Name of the Rose)처럼 고서적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파악하기 힘든 난해한 작품이다.
영화는 그중에서도 세상에 세 권 밖에 남지 않은 '어둠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아홉 개의 문'이라는 희귀 서적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일부 세력이 이 책을 악마를 불러내는데 이용하려 들면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책의 방대한 내용을 함축적으로 줄이다 보니 건너뛴 부분도 있고 원작과 다르게 고치면서 얼개가 엉성한 작품이 돼버렸다.
특히 악마 추종자들을 다룬 여타 영화들처럼 비슷한 플롯으로 전개되면서 뻔하고 예측 가능한 이야기 탓에 범작에 머물렀다.
화끈한 액션과 거리가 먼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특성상 볼거리도 별로 없다.
그렇다고 '오멘'(The Omen)이나 '엑소시스트'(The Exorcist) 같은 오컬트 작품도 아니어서 충격적 영상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애매모호한 주인공과 정체불명의 여인, 어설픈 악당이 벌이는 서투른 모험담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여러가지를 암시하는 마지막 결말은 B급 영화를 흉내낸 듯한 어설픈 영상으로 마무리됐다.
다만 소프라노 조수미가 부른 주제가는 참 아름답다.
엔딩 타이틀에 흐르는 이 곡은 스테판 코니체크 지휘로 프라하시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았다.
다시금 로만 폴란스키는 모험물과 잘 맞지 않는 감독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준 작품이다.
영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그런지 블루레이 역시 실망스럽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떨어진다.
입자가 거칠고 윤곽선도 두터우며 약간 뿌연 편이어서 색상의 그러데이션도 잘 살지 않는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리어 채널에서 울리는 빗소리가 현장감을 잘 살렸다.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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