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곤 감독의 '해치지 않아'는 황당무계한 코미디다.
망해가는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새로 부임한 법무법인 출신의 변호사 태수(안재홍)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다.
동물을 사 올 방법이 없자 영화 특수효과를 담당하는 회사에 의뢰해서 그럴듯한 동물탈을 만들고 이를 동물원 직원들이 뒤집어쓴 채 동물 노릇을 한다는 발상이다.
우리에서 멀리 떨어져 보면 잘 안 보이고 동물원에 가짜 동물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사람들이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벌인 일이다.
태수의 생각은 사람들의 통념을 뒤집어 허를 찌르는 역발상이다.
그때부터 동물원 직원들은 북극곰, 사자, 나무늘보, 고릴라가 돼서 사람들을 맞는다.
그러던 어느 날 북극곰 탈을 뒤집어쓴 태수가 갈증을 못 참고 콜라를 마시다가 사람들에게 들킨다.
그런데 오히려 이 모습이 화제가 돼서 사회관계형서비스(SNS)에 퍼지면서 졸지에 동물원이 유명해지며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 또한 역발상이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오히려 사람들에게는 관심거리가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영화는 계속 사람들의 통념을 비집고 파고드는 역발상으로 승부를 건다.
그렇지만 이 작품의 운은 거기까지다.
동물원 직원들의 어설픈 동물 흉내나 좋아하는 여인 해경(전여빈)을 내팽개친 남자 성민(장승조)을 혼내주기 위해 고릴라가 돼셔 편의점으로 쳐들어가 쑥대밭을 만드는 건욱(김성오)의 모습 등은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그 뒤에 동물원을 인수한 법무법인이 거대 기업과 손잡고 리조트를 만들려는 계획을 벌이면서 후반부는 뻔하고 식상한 스토리로 무너져 내렸다.
태수가 대기업 오너를 찾아가 친환경 동물원을 만들자고 설득하고 이를 대기업 오너가 덥석 받아들이면서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사건이 해결되는 결론은 너무 용두사미다.
그렇다 보니 거대 리조트 계획이나 이를 밀어붙이는 법무법인 대표(박혁권)는 억지로 갈등 구조를 만들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굳이 이렇게 까지 무리수를 두어가며 갈등 구조를 만들고 어설프게 마무리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HUN이 그린 웹툰 원작처럼 사람들의 생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어도 충분히 공감하고 재미있게 풀어갔을 텐데 쓸데없이 판을 벌려 배가 산으로 간 꼴이 돼버렸다.
1080p 풀 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필터를 사용한 색감이 부드럽게 표현됐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리어 채널을 적절하게 활용한 것까지는 좋으나 대사 음량이 좀 작은 편이다.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들의 음성해설, 삭제 장면, 배우 인터뷰, 특수분장 설명, 모션 캡처 촬영, 로케이션 및 캐스팅 설명 등이 들어있다.
모두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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