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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4 : 미래 전쟁의 시작 (블루레이)

울프팩 2011. 11. 18. 14:15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SF영화 속에서도 독특한 범주에 속한다.
아들이 아버지를 미래로 보내 자신을 잉태하게 만드는 등 인물들의 관계가 시공간을 왜곡하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없이 물고 물린다.

4편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에는 기계들에게 잡혀간 미래의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아들이 나서는 이야기다.

말이 되고 안되고는 따질 필요가 없다.
어차피 허구를 바탕으로 출발한 SF 시리즈물이니까.

미래의 아버지가 미래의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다는 1편의 설정은 충격적이면서 기발했다.
그런데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소재의 신선함은 사라지고 요란한 액션만 남았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
오토바이로 변하는 기계부터 집채보다 큰 대형 로봇, 사람을 쏙닮은 그럴 듯한 로봇까지 희한한 존재들이 나와 금속과 금속을 부딪치며 대결을 펼친다.

그만큼 영화는 장쾌하고 요란하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 결말과 항상 인간을 돕는 우군 역할을 하는 배신형 로봇의 존재까지 전작들의 궤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맥지 감독은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엔딩을 구상했으나,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는 이유로 다른 엔딩을 선택했다.
원래 구상한 엔딩을 선택했다면 시리즈의 종착역이 될 수 있기에, 이를 피하기 위한 선택인 지도 모르겠다.

시리즈 특유의 기계인간들과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그리고 요란한 액션에 눈이 가는 영화.
즉, 오락물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작품이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극장판과 감독판 2편을 모두 수록했다.
부감촬영한 장면들을 보면 영상의 디테일이 좋고 샤프니스도 뛰어나 윤곽선이 깔끔하게 떨어진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저음이 묵직해 액션물의 묘미를 제대로 살렸다.
소리의 이동성과 방향감이 좋아 서라운드 효과도 뛰어나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특수효과, 맥지 감독의 부분 해설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더 이상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아니다. 시리즈를 이끌었던 아놀드 대신 크리스찬 베일이 저항군 지도자인 존 코너를 맡아 이야기를 끌어간다. 주인공이 기계에서 사람으로 바뀐 셈이다.
초반 거친 전투장면은 뉴멕시코의 알바커키 인근 사막에서 촬영. 과연 아놀드 없는 터미네이터가 잘 될까 싶었는데 크리스찬 베일은 그 공백을 훌륭히 메꿨다. 오히려 아놀드에게 없는 섬세함을 채워준 듯.
초반 헬기 추락장면은 뉴멕시코 알바커키 스튜디오 주차장에서 촬영. 크레인으로 헬기를 들어올려 찍었고, 내부 장면은 360도 블루스크린이 설치된 회전대에 헬기 동체를 올려놓고 촬영. T-600은 스탠윈스톤 스튜디오에서 제작했고, ILM에서 CG를 입혔다. 기관총 발사 장면은 실총과 실탄을 사용.
브라이언 스틸이 터미네이터 분장을 하고 기관총 쏘는 연기를 했다.
주유소는 사막에 지은 세트. 거대한 하베스터 로봇은 CG로 만들었다. CG보다 실사 촬영을 선호하는 맥지 감독은 주유소 세트를 실제 폭파시켰다.
코너가 헬기로 호수 위에서 사라진 마커스를 수색하는 장면은 맥지 감독이 '지옥의 묵시록'에 대한 오마주로 비슷하게 촬영. 호수는 뉴멕시코 사막에 인공으로 만들었다.
수중 로봇인 하이드로봇은 장어의 움직임을 참조해 만들었으며, 3명의 잠수부가 물 속에서 조종했다.
T-800으로 나오는 아놀드는 배우가 아닌 CG로 만든 가짜다. 물론 아놀드의 동의를 얻어 CG로 구현.
오토바이를 닮은 모터 터미네이터는 두카티의 몬스터 오토바이를 모델로 디자인했다. 실제 탈 수 있도록 제작됐으나 도로 질주 장면은 두카티를 타고 찍은 뒤 CG를 입혔다.
미래의 아버지가 되는 어린 카일을 연기한 안톤 옐친. 이 시리즈는 전체적으로 '블레이드런너'나 '매드맥스'처럼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가졌다. 어찌보면 그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눈에 띄는 여전사를 연기한 한국계 배우 문 블러드 굿.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댄서와 치어리더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배우로 활동 중.
터미네이터2의 대성공 이후 T-800이 대표 주자가 됐다. 터미네이터 공장은 뉴멕시코의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발전소를 개조해 촬영.
암울한 세계관에 걸맞게 영화는 시종일관 회색빛이다. 스카이넷 공장 일대를 나타낸 축소모형은 천장 제작용 특수 판넬을 사용. 폭파시 산산조각나게 하기 위해서다.
원래 감독이 구상한 엔딩은 사람들을 구하고 돌아온 마커스가 갑자기 돌변해 모두를 죽이는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인류를 멸망시키는 스카이넷의 승리다. 그러나 너무 충격적이라는 반대의 부딪혀 해피엔딩으로 고쳤다. 아마 후속 시리즈를 염두에 둔 조치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