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슌지 감독의 최근작 '하나와 앨리스'(Hana & Alice, 2004년)는 가슴을 아련하게 만드는 이와이 슌지 감독 특유의 감성이 잘 살아난 작품이다.
두 여고생이 한 남학생을 사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러브레터' '4월이야기'처럼 명쾌한 결론없이 일말의 여백을 남겨두고 끝난다.
원래는 일본 네슬레사가 초콜렛 브랜드 광고를 위해 이와이 슌지에게 의뢰한 단편 3부작을 장편으로 늘린 것.
이와이 슌지는 이 작품에서 감독, 각본은 물론이고 음악까지 맡아 훌륭한 재능을 과시했다.
이 작품을 보면 감성도 외모처럼 타고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는 화질에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 DVD 특유의 뿌연 느낌과 투명하지 못한 색감은 예쁜 영화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한다.
<파워 DVD 캡처 샷>
이 작품은 동갑내기 두 여고생 아리스가와 테츠코(앨리스)와 아라이 하나(하나)의 이야기이다.
언제나 그렇듯 이와이 슌지 감독의 감성코드는 꽃이다. 화면을 온통 연분홍색으로 물들인 벚꽃은 일본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풍경.
사건은 멍청한 남학생 미야모토 마사시 때문에 시작된다. 그는 책을 보며 걷다가 건물 셔터에 부딪쳐 쓰러진다. 뒤에서 몰래 따라가던 하나는 쓰러진 그에게 달려가 그를 기억상실증이라고 몰아부치며 자신이 그의 애인이라고 강제로 믿게 만든다.
이야기는 하나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사실 이 작품의 히로인은 앨리스이다. 앨리스 역을 맡은 아오이 유우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 이어 이 작품에 출연하며 스타가 됐다.
하나 역은 '삼나무에 내리는 눈'에 출연했던 스즈키 안이 맡았다. 그는 독특하게도 우는 입매가 예쁘다.
이 영화에는 카메오가 많이 나온다. 가수인 아이다 쇼코가 철없는 앨리스의 엄마로, 모델 출신 아베 히로시는 엄마의 남자친구로 등장.
하나는 마사시에게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앨리스에게 예전의 가짜 애인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어쩌나, 친구를 위해 과거의 가짜 애인으로 나선 앨리스는 그만 마사시와 사랑에 빠진다.
뮤직비디오를 많이 찍은 감독들은 하늘을 넓게 잡고 앙각을 자주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그림이 꼭 CF나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같다.
'러브레터'의 눈덮힌 벌판처럼 앨리스의 그리움의 공간이 돼버린 바다.
거짓말을 들킨 앨리스는 마사시와 이별을 한다. 헤어지면서 앨리스가 건네는 말, "워 아이 니." 마사시가 묻는다. "그게 무슨 뜻이야?" 앨리스의 짧은 대답. "비밀이야." 그림같은 장면이다.
만화광인 이와이 슌지 감독은 영화 곳곳에 만화 아이콘을 숨겨 놓았다. 두 여고생이 다니는 학교인 데츠카 고교는 '아톰'을 그린 만화가 데츠카 오사무의 이름에서 따왔으며 상호, 역 이름 등도 모두 만화 주인공이나 작가 이름을 인용했다.
이 영화의 사실상의 클라이맥스. 오디션을 보러간 앨리스는 춤을 춰보라는 감독의 말에 즉석에서 종이컵을 테이프로 붙여 토슈즈를 만들어 신고, 발레를 춘다. 이와이 슌지 음악에 맞춰 앨리스가 춤을 추는 이 장면은 꿈결처럼 아름답다.
뜻하지 않은 춤을 보게된 감독이 한마디한다. "반바지라도 줄까?" "괜찮아요. 본다고 닳는것도 아닌데요, 뭐." 의외로 당돌한 앨리스의 답변이 순수해 보인다.
실제로 아오이 유우는 2세때부터 발레를 배웠다. 이 장면 덕분에 아오이 유우는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 상영을 기념해 찾아 왔을 때 엄청난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와이 슌지는 두 소녀의 사랑이 어떻게 됐는 지 설명하지 않는다. 시작처럼 변함없이 깔깔거리는 두 소녀를 보여주며 영화를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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