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한공주 (블루레이)

울프팩 2017. 6. 18. 19:37

이수진 감독의 '한공주'(2013년)는 치유와 아픔의 영화다.

성폭행을 당한 여주인공이 이를 극복하고 다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렸다.

 

어찌보면 자극적인 소재일 수 있는데 원인이 된 사건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황이 워낙 끔찍하기에 드러내놓고 묘사하지 않아도 그 뒷부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어서 보는 내내 참으로 고통스럽다.

 

내용을 보면 2004년 발생한 밀양의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떠오른다.

감독은 직접적으로 해당 사건을 언급하지 않지만 가해학생들이 집단으로 장기간에 걸쳐 여학생 두 명을 번갈아 성폭행하고 사건이 드러난 뒤에 가해자들의 부모들이 피해학생을 핍박한 정황, 경찰에서 피해자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모멸감을 준 일 등이 영화 내용과 흡사하다.

 

감독이 관심을 가진 것은 사건 자체보다 그 뒷이야기다.

그것도 피해자가 고통과 상처를 잊고 다시 일어서려는 몸부림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주인공이 매달린 것은 수영과 음악이다.

주인공은 두 가지 일에 빠져들며 상처를 잊고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를 다진다.

 

그렇다고 이를 설득하려고 하지 않고 감정 과잉으로 치달아 눈물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조용히 주인공들의 생활을 담담하게 지켜본다.

 

그렇기에 주인공의 지난한 삶과 그 끝이 더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특히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수수방관하는 경찰이나 학교, 부모도 어찌보면 또다른 가해자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한 순간도 편치 않고 웃음기 하나 없는 건조한 영화이지만 절절한 울림과 메시지가 묵직하게 가슴을 누른다.

그만큼 사건을 냉정하고 담담하게 바라보면서도 성폭행 피해자의 고통이 뼈저리게 다가오도록 잘 묘사한 수작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우수하다.

건조하고 담백하면서도 자연스런 빛을 잘 살린 색감이 인상적이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 활용도가 높아서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 있다.

후방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가 은은하게 공간을 감싼다.

 

부록은 이 감독과 천우희, 남동찬 프로그래머의 음성해설, 감독의 단편인 '적의 사과'가 들어 있다.

단편은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화는 시간 배열을 섞어 놓아서 현재와 과거 회상이 혼재돼 있다. 또 죽은 친구와의 기억 등은 약간의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 있다.

감독은 천우희의 노래 실력도 감안해 주인공으로 발탁했다고 한다. 천우희는 이 작품에서 'Give me a smile'이라는 노래를 직접 불렀다. 또 이 곡만 연주법을 배워 기타를 쳤다.

감독은 배우들의 감정을 살리기 위해 성폭행 당하는 장면을 먼저 찍고 나머지 장면들을 찍었다. 많은 장면을 핸드헬드로 찍었으나 카메라 워킹이 안정적이어서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이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예상치 않은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일단 피하려는 반응을 보인다"며 학교나 경찰, 부모, 친구들이 주인공에게서 등을 돌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결코 야하거나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황과 소리만으로 끔찍한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주인공을 연기한 천우희. 그는 '곡성' '손님' '뷰티 인사이드' 등에 출연했다.

2004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은 채팅으로 알게 된 여중생을 가해 학생들이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그들은 성폭행 장면을 촬영해 인터넷에 퍼뜨리겠다고 협박해 약 10개월에 걸쳐 여중생을 성폭행했으며 나중에는 여동생까지 불러내 자매를 성폭행하고 감금한 채 고문까지 했다.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밀양의 물을 흐려놨다"는 폭언과 함께 가해자들 앞에서 지목하라고 피해자를 핍박했다.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는 5,000만원을 받고 합의해 44명의 가해자 가운데 14명을 풀어줬다.

영화 속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는 주인공이 "키스를 몇 번이나 해봤냐"는 학교 친구의 질문에 농담처럼 "고릴라와 43번했다"고 대답한다. 극 중에서 가해자들은 번갈아 고릴라 가면을 쓰고 주인공을 괴롭혔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한공주
한공주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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