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목승 감독의 '천장지구'(天若有情: A Moment Of Romance, 1990년)는 대학 시절 극장에서 봤던 영화다.

개봉 극장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인터넷을 찾아보니 중앙극장) 유덕화라는 이름과 흠뻑 빠져서 봤던 '열혈남아'를 연상케 하는 유덕화 사진이 들어간 포스터에 반해 극장을 찾았다.

 

하지만 영화는 실망스러웠다.

액션이 아닌 애닲은 사랑이야기에 치중한 내용이 너무 신파적이었다.

 

'열혈남아'에서 봤던 유덕화의 액션이나 느와르적인 느낌이 강하지 않았다.

당시 유덕화하면 '열혈남아' 아니면 '지존무상'에서 보여준 강렬한 액션과 의리남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천장지구'의 유덕화는 그렇지 못했다.

 

물론 그가 극중에서 맡은 배역은 밑바닥에서 험하게 굴러먹는 막장 인생으로, 깡패들 싸움에 휘말려 피를 보지만 그렇다고 이 작품을 '영웅본색'이나 '열혈남아' 류의 '홍콩 느와르'로 분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야기의 주축이 밑바닥 인생인 깡패와 부유한 집안 외동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사랑의 순간이라는 영문 제목이나 '하늘에도 정이 있다면' 이라는 뜻의 원제인 '천약유정'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물론 홍콩 영화 특유의 싸움질이 나오지만 홍콩느와르처럼 액션이 본류는 아니다.

 

그렇다 보니 작품 속 유덕화의 이미지 또한 싸움 고수인 영웅의 모습과 거리가 있다.

어쩌면 그것이 만화적 캐릭터로 일관한 '영웅본색'에 비해 좀 더 현실적일 수 있지만 피 끓는 열혈 주인공을 기대한 팬들에게는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더불어 당시로서는 생소한 여배우 오천련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고 청승맞아 보였다.

오천련은 이 작품이 데뷔작이다.

 

그만큼 유덕화의 필모그래피에서 높게 쳐주기 힘든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억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일부 장면과 음악 때문이다.

쇳덩어리 가스통에 강하게 머리를 맞은 뒤 연신 쌍코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오토바이를 타고 연인을 찾아가던 유덕화의 모습과 사라진 애인을 찾아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맨 발로 도로를 달리던 오천련의 모습은 두고 두고 기억에 남는다.

 

여기에 이 장면들 위로 흐르던 밴드 비욘드의 '단잠적온유'(短暫的溫柔), 원봉영의 '청춘무회'는 애잔한 느낌을 더 강하게 부각시켰다.

특히 두 곡은 영상과 아주 잘 어울렸고, 영화를 떠나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다.

 

비록 내용은 청승맞은 신파이지만 잊지 못할 일부 장면과 훌륭한 노래 때문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DVD 타이틀 보다는 좋지만 요즘 나오는 블루레이 타이틀에 비하면 많이 미흡하다.

 

디테일이 뭉개져 제대로 살아 나지 못하고 잡티와 필름 손상 흔적인 세로줄까지 나타난다.

음향은 DTS HD MA 2.0 채널을 지원한다.

 

황당하게도 케이스에는 2.0으로 표기돼 있는데 셋업메뉴에는 5.0으로 표시돼 있다.

실제 음향은 2.0 채널로 나온다.

 

부록은 전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주인공을 맡은 유덕화와 오천련. 영화의 기본 토대는 두 사람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국내 개봉제목인 천장지구(天長地久)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하늘과 땅은 영원히 변함 없다는 뜻.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에 걸쳐 쏟아져 나온 홍콩영화들은 기본적으로 1997년 영국이 조차지로 사용하던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는 시대적 배경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 그만큼 중국 귀속을 앞둔 홍콩 젊은이들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한 방황과 혼란이 영화의 주요 정서를 이룬다.

이 작품의 감독은 진목승인데, 실제 연출은 제작자로 참여한 두기봉이 맡았다. 당시 두기봉은 자신의 조연출이었던 진목승이 이 작품의 감독을 맡았으나 너무 미숙해서 대부분의 연출을 대신했다고 밝혔다.

카메라 앵글에도 문제가 있다. 사전 동선 계획을 치밀하게 설계하지 못한 탓인지 여배우의 목이 잘렸다.

오천련은 이 작품으로 데뷔했다. 대만에서 대학을 다니던 그는 주로 CM송을 부르는 일을 했다.

마카오의 세인트폴 대성당도 등장. 마카오는 유덕화가 잠시 피신을 한 장소로 나온다.

아주 젊디 젊은 유덕화의 모습. 얼굴에 주름하나 없다.

쇳덩어리 가스통으로 뒤통수를 내려 치는 장면은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유덕화가 멈추지 않는 코피를 흘리며 키스를 나눈 뒤 애인을 나꿔채 달아나는 장면에서 유명한 비욘드의 노래 '단잠적온유'가 흐른다.

오천련은 데뷔 당시 대만 배우 탁종화와 사귀고 있었으나 2000년에 헤어졌다. 이후 오천련은 200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사업가와 조용히 결혼했다. 지금은 연예계 활동을 하지 않는다.

결혼 예복 차림으로 기도를 올리는 장소는 홍콩의 해피밸리 외곽에 있는 성 마가렛 성당이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홍콩에 들리면 이 곳을 찾는다.

촬영은 '영웅본색' 1,2편과 '첩혈가두' 등을 찍은 황영항이 맡았다.

오천련이 맨발로 비틀거리며 도로를 달리는 엔딩에서 흐르는 노래는 원봉영의 '청춘무회'다. 원래 봉비비가 불러 유명한 '추몽인'이 원곡으로, 중국의 TV드라마 '설산비호' 주제가이기도 하다. 오천련도 '추몽인'을 아주 느리게 불러 음반을 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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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울프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