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피에르 멜빌 감독의 '한밤의 암살자'(Le Samourai, 1967년)는 느와르 영화의 교과서로 꼽히는 명작이다.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 같은 소위 홍콩 느와르물과 짐 자무시 감독의 '고스트 독' 등 비장미가 흐르는 현대 느와르물은 모두 멜빌 감독의 '한밤의 암살자'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렇지만 총알이 난무하고 피가 튀는 요란한 액션을 기대하면 안된다.
이 영화는 상당히 모호한 미스터리물이다.
쉽게 말해 액션보다는 알듯 말듯한 스토리 텔링과 회색빛 우울한 영상으로 암흑가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즉, 느와르라는 장르가 얼마나 시적 분위기를 지닌 장르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속에서 액션은 그저 분위기에 일조하는 소품일 뿐이다.
그래서 액션 또한 간결하게 처리된다.
내용은 살인청부업자가 살인을 저지른 뒤 경찰에 쫓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 과정에 살인을 의뢰한 사람들과 일이 꼬이면서 살인청부업자가 도리어 그들을 추격하는 이중 미스터리가 펼쳐지며 여기에 두 여인이 가세해 비정한 로맨스를 만든다.
멜빌 감독은 때로는 긴 호흡으로, 때로는 숨막힐 듯 빠르게 전개되는 커트로 이야기의 템포를 조절하며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 들인다.
이와 함께 주인공 킬러를 맡은 꽃미남 원조 배우 알랑 드롱은 우수에 찬 눈빛으로 무표정의 연기를 펼쳐 느와르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총알이 비처럼 쏟아지는 홍콩 느와르를 기대하며 본다면 실망하겠지만, 오래도록 곱씹을 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진정한 느와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주저없이 선택할 만한 작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오래된 작품인 만큼 화질은 좋지 않다.
윤곽선이 뭉개지는 부분은 물론이고 제 색깔을 알아보기 힘든 장면도 많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모노를 지원한다.
부록으로 멜빌 감독의 인터뷰 등이 들어 있으나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파워DVD로 순간 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영화는 모호함 그 자체로 시작한다. 어둑한 방안에 조명처럼 하얀 창만 빛나고 그 속에 담배연기만 부유한다. 빈 방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가 보인다. 영화사상 너무나 유명한 이 오프닝은 뒤에 나온 영화 '백야'의 시작 부분을 연상케 한다.
느와르가 얼마나 분위기로 모든 것을 좌우하는 영화인 지를 보여주는 시퀀스. 일 나가기 전 꼼꼼하게 복장을 챙기는 알랑 드롱을 멜빌 감독은 긴 호흡으로 오래동안 차분하게 보여준다.
차 창에 흐르는 빗물이 영상을 일그러뜨리며 마치 그림을 연상케 하는 이 장면은 참으로 시적이다.
이 영화는 대사 또한 극도로 아꼈다. 그저 사내의 몸짓, 우울한 하늘 등 분위기가 수 많은 말을 대신한다. 고독을 상징하는 살인청부업자의 무뚝뚝하면서도 절제된 이미지는 모두 여기서 나왔다.
마치 50년대 미국 정통 서부극의 총격전처럼 액션 장면 또한 단조로우면서 순식간에 끝난다. 요란한 액션으로 분위기를 깨트리지 않겠다는 것이 멜빌 감독의 의도다.
용의자들을 세워 놓고 목격자들이 대질 심문하는 장면. '유주얼 서스펙트'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킬러는 차분하고 침착하며 치밀한 반면 그를 쫓는 경찰은 허둥대며 억지스럽고 투박하다. 특히 미남 배우 알랑 드롱이 킬러를 맡으면서 안티 히어로는 더욱 빛났다.
영화의 색조 또한 거의 단색이다. 잿빛 아니면 청색에 가까운 우울한 영상은 마치 압축된 시한 폭탄같다.
흑인 피아니스트를 연기한 케이티 로지어.
알랑 드롱의 실제 부인 나탈리 들롱이 애인으로 등장한다. 비록 두 여인이 킬러와 삼각 로맨스를 만들지만 사실상 러브 스토리는 거의 배제돼 있다. 멜빌은 왜 여인들이 킬러를 좋아하는 지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관객은 느낄 뿐이다.
1917년생인 장 피에르 멜빌 감독은 10여편의 영화를 감독하고 1973년에 죽었다. 우리에게는 이 작품과 더불어 '암흑가의 세 사람' '리스본 특급'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차 세계대전때 레지스탕스로 활약한 전쟁 영웅이었다. 멜빌 감독은 어둠의 사용에도 익숙하다. 그림자를 소품처럼 활용할 줄 알았고, 영화 문법을 거슬러 반대편에서 조명을 때려 그림자가 진 얼굴을 촬영하는 등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꽃미남 배우 알랑 드롱은 느와르에 안어울리는 미남이라는 핸디캡을 무표정 연기로 분위기있게 반전시켰다.
멜빌 감독은 1930년대 미국 갱스터 영화를 즐겨 봤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1942년작인 프랭크 터틀 감독의 'The Gun for Hire'나 1950년 작품 '아스팔트 정글' 등 미국 갱스터 영화들과 유사한 장면들이 많다. 짜깁기를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하면 독창적인 작품이 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다.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 같은 소위 홍콩 느와르물과 짐 자무시 감독의 '고스트 독' 등 비장미가 흐르는 현대 느와르물은 모두 멜빌 감독의 '한밤의 암살자'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렇지만 총알이 난무하고 피가 튀는 요란한 액션을 기대하면 안된다.
이 영화는 상당히 모호한 미스터리물이다.
쉽게 말해 액션보다는 알듯 말듯한 스토리 텔링과 회색빛 우울한 영상으로 암흑가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즉, 느와르라는 장르가 얼마나 시적 분위기를 지닌 장르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속에서 액션은 그저 분위기에 일조하는 소품일 뿐이다.
그래서 액션 또한 간결하게 처리된다.
내용은 살인청부업자가 살인을 저지른 뒤 경찰에 쫓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 과정에 살인을 의뢰한 사람들과 일이 꼬이면서 살인청부업자가 도리어 그들을 추격하는 이중 미스터리가 펼쳐지며 여기에 두 여인이 가세해 비정한 로맨스를 만든다.
멜빌 감독은 때로는 긴 호흡으로, 때로는 숨막힐 듯 빠르게 전개되는 커트로 이야기의 템포를 조절하며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 들인다.
이와 함께 주인공 킬러를 맡은 꽃미남 원조 배우 알랑 드롱은 우수에 찬 눈빛으로 무표정의 연기를 펼쳐 느와르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총알이 비처럼 쏟아지는 홍콩 느와르를 기대하며 본다면 실망하겠지만, 오래도록 곱씹을 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진정한 느와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주저없이 선택할 만한 작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오래된 작품인 만큼 화질은 좋지 않다.
윤곽선이 뭉개지는 부분은 물론이고 제 색깔을 알아보기 힘든 장면도 많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모노를 지원한다.
부록으로 멜빌 감독의 인터뷰 등이 들어 있으나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파워DVD로 순간 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영화는 모호함 그 자체로 시작한다. 어둑한 방안에 조명처럼 하얀 창만 빛나고 그 속에 담배연기만 부유한다. 빈 방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가 보인다. 영화사상 너무나 유명한 이 오프닝은 뒤에 나온 영화 '백야'의 시작 부분을 연상케 한다.
느와르가 얼마나 분위기로 모든 것을 좌우하는 영화인 지를 보여주는 시퀀스. 일 나가기 전 꼼꼼하게 복장을 챙기는 알랑 드롱을 멜빌 감독은 긴 호흡으로 오래동안 차분하게 보여준다.
차 창에 흐르는 빗물이 영상을 일그러뜨리며 마치 그림을 연상케 하는 이 장면은 참으로 시적이다.
이 영화는 대사 또한 극도로 아꼈다. 그저 사내의 몸짓, 우울한 하늘 등 분위기가 수 많은 말을 대신한다. 고독을 상징하는 살인청부업자의 무뚝뚝하면서도 절제된 이미지는 모두 여기서 나왔다.
마치 50년대 미국 정통 서부극의 총격전처럼 액션 장면 또한 단조로우면서 순식간에 끝난다. 요란한 액션으로 분위기를 깨트리지 않겠다는 것이 멜빌 감독의 의도다.
용의자들을 세워 놓고 목격자들이 대질 심문하는 장면. '유주얼 서스펙트'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킬러는 차분하고 침착하며 치밀한 반면 그를 쫓는 경찰은 허둥대며 억지스럽고 투박하다. 특히 미남 배우 알랑 드롱이 킬러를 맡으면서 안티 히어로는 더욱 빛났다.
영화의 색조 또한 거의 단색이다. 잿빛 아니면 청색에 가까운 우울한 영상은 마치 압축된 시한 폭탄같다.
흑인 피아니스트를 연기한 케이티 로지어.
알랑 드롱의 실제 부인 나탈리 들롱이 애인으로 등장한다. 비록 두 여인이 킬러와 삼각 로맨스를 만들지만 사실상 러브 스토리는 거의 배제돼 있다. 멜빌은 왜 여인들이 킬러를 좋아하는 지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관객은 느낄 뿐이다.
1917년생인 장 피에르 멜빌 감독은 10여편의 영화를 감독하고 1973년에 죽었다. 우리에게는 이 작품과 더불어 '암흑가의 세 사람' '리스본 특급'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차 세계대전때 레지스탕스로 활약한 전쟁 영웅이었다. 멜빌 감독은 어둠의 사용에도 익숙하다. 그림자를 소품처럼 활용할 줄 알았고, 영화 문법을 거슬러 반대편에서 조명을 때려 그림자가 진 얼굴을 촬영하는 등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꽃미남 배우 알랑 드롱은 느와르에 안어울리는 미남이라는 핸디캡을 무표정 연기로 분위기있게 반전시켰다.
멜빌 감독은 1930년대 미국 갱스터 영화를 즐겨 봤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1942년작인 프랭크 터틀 감독의 'The Gun for Hire'나 1950년 작품 '아스팔트 정글' 등 미국 갱스터 영화들과 유사한 장면들이 많다. 짜깁기를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하면 독창적인 작품이 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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