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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U-571 (블루레이)

울프팩 2011. 4. 12. 01:07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무서운 병기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잠수함인 유보트(U-boat)였다.
U보트가 무서운 이유는 무기 자체의 성능 보다 그들의 전술 때문이었다.

연합군 선단을 목표로 정하면 U보트는 무전으로 주변의 동료들을 불러 모아 한꺼번에 떼로 기습한다.
숫적 열세를 극복하고 집중 공격으로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해서다.

연합군은 그 전술이 마치 늑대 무리가 양떼를 덥치는 것 같다고 해서 '이리떼' 즉, 영어로 울프팩(wolfpack)이라고 불렀다.
개인적으로는 예전 PC통신 시절부터 사용해온 아이디도 바로 U보트 함장들을 뜻하는 울프팩에서 따왔다.

울프팩 전술이 결정적으로 가능했던 것은 U보트 마다 실려있던 암호 통신기기인 에니그마 덕분이었다.
에니그마는 독일 해군이 무전을 주고 받을 때 사용한 기기였다.

그래서 연합군은 어떻게든 독일 해군의 암호를 해독하고 싶어 에니그마 탈취에 총력을 기울였다.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은 여기서 힌트를 얻어 전쟁영화 'U-571'(2000년)을 만들었다.

영화는 미군 잠수함이 고장나 표류중인 독일 U보트에 침투해 암호기기를 탈취하는 내용이다.
물론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감독이 임의로 바꾼 허구다.

실제 역사는 미군이 아닌 영국군이 에니그마를 탈취한다.
영국군에 나포당한 U보트도 U-571이 아니라 U-570이었다.

비록 영화는 역사적 사실과 어긋나지만 잠수함전의 숨막히는 긴장감을 제대로 묘사했다.
그만큼 오락 영화로서는 잘 만든 작품이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은 편이다.
암부를 제외하고 전체적인 디테일이나 색감이 우수하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DVD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원래 이 작품은 사운드 디자인이 뛰어나기로 유명한데, DTS-HD로 듣는 폭뢰 소리나 어뢰 발사음 등은 최고로 꼽을 만 하다.

한마디로 잠수함 내 상황을 소리로 정교하게 재현했다.
부록으로 감독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U보트 등 잠수함 관련 자료 등을 한글 자막과 함께 수록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대부분의 촬영을 로마 치네치타 스튜디오의 제 5 스튜디오에서 찍었다.
출항 장면 등은 212 피트 길이의 무게 600톤급 실제 잠수함을 만들어 촬영했다. 이 잠수함은 1800마력의 디젤엔진을 갖춰 시속 12노트로 항해했다.
수중전에 등장하는 잠수함 외관은 실제 크기의 4분의 1로 축소한 모형이다. 길이는 45~50피트.
조선소 풍경과 일부 해상전 장면은 말타섬에서 찍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까지만 해도 미국은 인종차별이 심했다. 영화 '진주만' 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흑인들이 군에서 맡을 수 있는 보직은 제한적이었다. 물론 전투기 조종사도 있었지만 해군에서 흑인들은 주로 취사나 당번병 등을 맡았다. 단, 잠수함에서는 비상시를 대비해 모든 업무를 훈련받았다고 한다.
주인공을 연기한 매튜 맥커너히 옆에 서 있는 해군 장교는 록커 존 본 저비다.
독일 U보트로 위장한 미군 잠수함인 S33은 1차 대전때인 1918년에 건조됐으며 1945년에 퇴역했다. 그만큼 오래됐다보니 곳곳에서 물이 새고 냉난방이 되지 않았으며, 선내에 바퀴벌레가 들끓었다고 한다.
U보트 나포 장면은 말타섬에 거대한 물탱크를 특수 제작한 뒤 모형 잠수함을 띄워놓고 촬영. 탱크가 좁아서 잠수함을 고정시킨 뒤 카메라를 크레인에 달아 이를 위아래로 15피트씩 흔들어 잠수함이 움직이는 듯한 효과를 냈다.
독일 구축함으로 나온 배는 이태리 함정이다.
잠수함 내부는 '특전 U보트'에서 잠수함 내부를 설계한 괴츠 바이트너가 담당. 촬영 편의를 위해 실제 공간보다 15% 정도 넓게 만들었다.
수중전 장면은 모형 잠수함을 쇠사슬로 끌어 움직이고, CG로 쇠사슬을 지우는 방법을 사용.
잠수함이 깊이 들어가는 장면은 깊이감을 위해 원거리 렌즈를 사용했고, 일부 장면은 600mm 렌즈로 찍었다.
영국군 뿐 아니라 미 해군도 1944년에 U보트를 노획했다. 블루레이에 수록된 자료를 보면 U-505가 1944년 6월 4일 미 해군에 노획돼 버뮤다 연안으로 끌려갔다.
역사 속의 U-571은 헬무트 메흐라만 소령이 함장이던 시절에 5척을 격침해 격침 톤수 3만3,000여톤을 기록해 헬무트 소령이 기사십자장을 받기도 했다.
실제 U-571은 구스타프 뤼소 소령이 후임 함장을 맡은 1944년에 연합군 비행정에 공격을 받아 격침돼 승무원 50여명이 모두 전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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