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누가 그녀와 잤을까 & 박물관이 살아 있다

울프팩 2007. 2. 23. 05:59
김유성 감독의 '누가 그녀와 잤을까'(2006년)와 숀 레비 감독의 '박물관이 살아있다'(Night At The Museum, 2006년)는 모두 우화다.

'누가 그녀와 잤을까'는 환상적인 성을 꿈꾸는 어른들을 위한 우화다.
겉으로는 김 감독이 조연출로 참여한 '몽정기'나 외화 '팬티 속의 개미'처럼 성장 영화의 탈을 쓰고 있지만 본질은 화장실 코미디다.

섹시한 여교생을 사이에 두고 학생들과 선생이 벌이는 기묘한 신경전은 온통 아랫도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미스코리아 출신 김사랑이 가차없이 미끼로 쓰였고 박준규, 하하, 이혁재, 하석진 등이 졸지에 하이에나로 둔갑했다.

민망한 아랫도리 이야기를 하려니 어쩔 수 없이 코미디로 밀어붙여서 영화는 내내 억지스런 이야기로 일관한다.
특히 박준규가 보약을 잘못먹어 겉늙은 학생으로 나오는 설정은 아무리봐도 비약이 심하다.

여교생에 대한 성적인 환상을 우화처럼 다뤘지만 우화의 진정한 묘미인 교훈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신현준, 김원희, 신이, 안선영, 노홍철 등 카메오도 대거 출연하는데 모두 우화속 바보같은 동물들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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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흑백TV 시절 주말이면 기다렸던 프로가 있다.
바로 '디즈니랜드'다.
60분 안팎의 짧은 시간 속에 온갖 모험담이 펼쳐져 그 시대 아이들은 열심히 봤던 프로다.

밀란 트렌크의 그림책이 원작인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바로 '디즈니랜드'처럼 아이들을 위한 우화다.
밤이면 박물관에 보관된 이집트 유물의 힘을 빌어 뼈만 남은 공룡, 박제 동물들, 밀랍인형들이 살아나 '주만지'처럼 온갖 소동을 벌인다.
아이들이라면 모를까, 어른들이 좋아서 박수치며 보기에는 민망한 영화다.

뜻하지 않게 박물관의 야간 경비원을 맡게된 주인공 래리는 코미디라면 일가견이 있는 벤 스틸러가 담당했고, 그의 단짝친구 오웬 윌슨이 서부시대 인형으로, 로빈 윌리엄스는 밀랍인형이 된 디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으로 등장한다.

허장성세랄까, 1억5,000만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치고는 그다지 볼거리가 없다.
이야기도 화려한 배역과 요란한 시작에 비해 중반 이후 맥이 빠져버린다.
제목을 보면 왠지 거대한 모험이 벌어질 것 같은데, 마치 '디즈니랜드' 소품처럼 늙어서 힘도 없고 제대로 뛰지도 못하는 도둑들을 잡는 이야기로 단순하게 끝나버렸다.

미취학 아동들을 달래기 위한 우화 정도로 봐주면 좋을 듯 싶다.
흑백TV 시절 '디즈니랜드'를 보며 좋아하던 세대와 달리 요즘 아이들은 성장 속도가 빨라서 초등학생만 돼도 제대로 먹히지 않을 것 같다.
감독은 '열두명의 웬수들'을 만든 숀 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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