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미인

울프팩 2005. 10. 9. 01:47

여균동 감독의 '미인'(2000년)은 퍼포먼스 같은 작품이다.
누드 외에는 개성 있는 캐릭터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이야기도, 이렇다 할 볼거리도 없다.

그렇다 보니 카페처럼 꾸민 공간과 곱기만 한 영상, 그리고 벗은 몸만 부각될 뿐이다.
내용과 메시지 전달에 실패한 채 배우들의 꿈틀거리는 몸부리만 남다 보니 결국 퍼포먼스가 되고 말았다.

누드모델인 여자(이지현)와 프리랜서 작가(오지호)가 사랑의 몸살을 앓는 이 작품은 감독의 단편 '몸'이 원작이다.
사랑하면서도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는 묘한 인간관계를 다룬 작품인 만큼 심리 묘사가 중요한데, 대사 처리도 제대로 못한 오지호와 이지현의 어설픈 연기는 오히려 작품을 많이 깎아내렸다.

그나마 간간이 나타나는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과 노영심의 단정한 음악이 돋보였다.
특히 피아노 선율로만 이어지는 음악은 영화의 격을 높였다.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평균 이하다.
잡티와 스크래치도 많고 미세하게 위, 아래로 흔들리기까지 한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소리가 주로 전방에 집중된 편이어서 이렇다 할 서라운드 효과를 느낄 만한 부분이 많지 않다.
여기에 부록마저 전무하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모델로 활동하다 이 작품에서 처음 연기를 한 이지현과 오지호. 연기와 대사처리가 민망할 정도로 미숙하다. 특히 오지호의 고저 없는 억양은 로봇 같다.
특이하게도 현대무용가 안은미가 성애 연기를 지도했다.
의미 없는 이미지의 나열은 영화가 아니라 퍼포먼스다. 망상 해수욕장에서 촬영한 장면.
'세상 밖으로'로 역량을 보여준 여균동 감독 작품치고 기대이하다. 엔딩 크레디트에 흐르던 이자람의 '벨르'라는 주제가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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