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배리 린든(블루레이)

울프팩 2017. 11. 11. 22:19

흔히들 영상이 아름다운 영화를 말할 때 그림 같은 영상이라고 표현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배리 린든'(Barry Lyndon, 1975년)이 그런 영화다.


모든 장면이 마치 유럽의 유명 박물관에 걸린 18세기 유화를 보는 것처럼 은은한 빛 속에 색깔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압권은 촛불 조명 장면.


이 작품은 독특하게도 실내 야경을 전기가 아닌 촛불 조명만으로 촬영했다.
촛불은 전기 조명에 비해 조도가 워낙 낮아 일반 렌즈로는 영화를 찍을 수 없다.

그래서 큐브릭 감독은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천체 관측에 사용하는 특수 렌즈를 개조해 카메라에 장착한 뒤 아름답고 독특한 그림을 뽑아냈다.

촛불 조명으로 찍은 실내 장면은 마치 로모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은은하면서 따뜻하다.


이토록 아름다운 영상으로 빛나는 이 작품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이자 큐브릭 감독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다.

내용은 18세기 아일랜드의 가난뱅이 청년 배리가 유럽을 떠돌며 우여곡절 끝에 귀부인과 결혼해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말년에 모든 것을 잃는 새옹지마 같은 이야기다.


작품 전편에 걸쳐 중세 귀족들을 조롱하고 인간의 권력과 부에 대한 욕심을 비웃는 큐브릭 감독의 냉소적인 메시지가 흐른다.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주제곡이나 마찬가지인 헨델의 '사라방드'.
더 할 수 없이 비장한 느낌이 감도는 이 음악 외에도 슈베르트의 피아노 3중주, 비발디의 첼로 협주곡 등 갖가지 클래식 선율이 작품 전반을 수놓으며 우아하고 격조 높은 분위기를 만든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3시간이 넘는 상영시간 때문에 극장 개봉을 하지 못했으며 2001년 DVD가 국내 출시되면서 정식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블루레이 타이틀은 아직 국내에 나오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최근 크라이테리언으로 2장짜리 디스크로 구성된 스페셜 에디션 블루레이 타이틀을 내놓았다.

1.66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이 타이틀은 4K 해상도로 리마스터링 돼서 과거 DVD 타이틀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개선된 화질을 보여준다.


그러나 원체 낮은 조도 때문에 그레인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은 큐브릭 감독의 고집대로 레터박스 와이드 스크린 포맷이다.


음향도 비압축 모노 사운드트랙을 DTS HD MA 5.1 채널로 서라운드 음향을 추가했다.

그렇다고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지만 각종 효과음이 모노 사운드보다 생생하게 들린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만큼 제작과정, 촬영기법, 편집, 미술, 음향, 의상, 비평가 인터뷰, 제작에 참조한 그림 소개 등 다양한 부록이 대부분 HD 영상으로 들어있다.

그러나 크라이테리언 타이틀답게 영화 본편은 물론이고 부록 어디에도 영문 자막조차 지원하지 않는다.


국내에도 이 걸작이 한글자막을 수록한 블루레이 타이틀로 나오기를 학수고대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어느 사기꾼의 우아하고 슬픈 사랑 이야기다. 원작은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가 1844년 출판한 피카레스크 소설인 '배리 린든 본인의 회고록'이다.

주인공 배리 린든을 연기한 라이언 오닐. 그는 해설을 맡은 마이클 호던의 대사가 더 많은 것을 문제 삼아 대사를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큐브릭 감독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다시는 라이언 오닐과 영화를 찍지 않았다.

모든 촬영은 코닥의 5454 컬러 네거티브 필름을 사용.

촛불 조명만으로 촬영한 장면. 이를 위해 제작진은 NASA에서 사용하는 렌즈 밝기가 f0.7인 극단적으로 밝은 50미리 칼 자이스 렌즈를 개조해 미첼 BNC 카메라에 장착해서 촬영했다.

제작진은 당시 워너브라더스에 2대밖에 없던 미첼 BNC카메라를 분해한 뒤 특별 제작한 50미리 자이스 렌즈에 맞춰 재조립해 사용했다.

큐브릭 감독은 18세기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당시 유명 화가들의 유화를 참조해 장면을 구성했다.

이 작품은 아카데미 의상상, 음악상, 미술상, 촬영상을 수상했다.

아름다운 풍경은 토마스 게인즈버러의 풍경화를 주로 참조했다.

린든 백작부인이 등장하는 장면에 흐르는 음악은 슈베르트의 피아노 3중주 E단조.

원래 큐브릭 감독은 나폴레옹을 다룬 영화를 만들려고 했으나 제작사에서 반대해 18세기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을 만들었다.

까다롭기로 유명했던 큐브릭 감독은 린든 백작부인을 연기한 마리사 베렌슨에게 창백한 얼굴을 유지할 수 있도록 촬영하기 수개월 전부터 외출을 하지 말라고 했다.

제작진은 촛불의 밝기를 높이기 위해 3개의 심지를 꽂은 초를 따로 만들어 촬영에 사용했다.

촬영은 존 알코트가 담당. 그는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과 '시계태엽 오렌지' 등을 찍었다.

큐브릭 감독이 공들여 만든 이 영화는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극 중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헨델의 '사라방드'는 레오나드 로젠만이 지휘했다.

윌리엄 호가스가 1743년에 그린 'The Tet a Tete'를 참조해서 구성한 장면. 카라바조의 그림 'The Calling of Saint Matthew'도 참조해 초반 배리와 영국군 대위가 식당에서 실랑이하는 장면을 구성.

큐브릭 감독은 의상 디자이너인 밀레나 카노네에게 18세기 풍경화 속 의상을 구해오도록 경매장에 보내 다양한 의상을 사용.

큐브릭 감독은 연출뿐 아니라 각본 작업에도 참여했고 공동제작까지 맡았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큐브릭 감독의 이 영화를 꼽았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배리 린든 (1Disc)
Criterion Collection: Barry Lyndon (배리 린든)(한글무자막)(Blu-ray)
예스24 | 애드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