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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블루레이)

울프팩 2014. 6. 1. 18:59

은퇴한 일곱명의 영국 노인들이 새 삶을 찾아 인도에 도착한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본 화려하고 우아한 궁전식 호텔에서 남은 생을 보내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들이 본 호텔 광고는 그야말로 한 편의 신기루였다.

여기저기 낡아서 보수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호텔은 심지어 문짝조차 없는 방도 있으며, 침대 위에 비둘기들이 잔뜩 앉아있는 먼지투성이 새장같은 곳이었다.

 

허풍 심한 인도 청년의 낚시질에 걸려도 제대로 걸려든 것이다.

그래도 노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개중에는 환불해달라고 소리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존 매든 감독의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The Best Exotic Marigold Hotel, 2012년)은 보면 볼 수록 빠져드는 은근한 매력이 있는 영화다.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들의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찾는 과정을 이국적인 인도의 풍경 속에 때로는 코믹하고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가슴아프게 묘사했다.

그래서 기대하지 않고 봤다가 점점 더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기대하지 않았던 이유는 인도라는 배경 때문이다.

예전 인도 출장을 갔을 때 하도 고생한 악몽 같은 기억이 있어서 인도라면 무조건 고개부터 흔들게 됐는데, 이 영화는 그런 생각을 어느 정도 바꿔 놓았다.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인도의 매력을 보여줬다.

인도의 낯선 환경에 불편해 하면서도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는 노인들을 보면서, 불편하고 무질서하며 그악스런 환경 속에도 나름대로의 삶이 있다는 것, 곧 다름의 차이를 발견한 것이다.

 

이를 영화는 꾸미거나 미화하지 않고 진솔하게 보여준다.

노인들이 느끼는 불편은 예전 인도 출장을 갔을 때 접했던 충격을 생생하게 떠올릴 만큼 솔직하다.

 

그런데 인도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힘든 삶의 풍경이 의외로 정감있고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이 바로 이 영화가 지닌 매력이다.

더불어 "다시 시작하려니 실망할까봐 두려운가. 포기하지 마라. 아침에 일어나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라는 대사처럼 삶에 대한 의지를 북돋우는 자양 강장제 같은 메시지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빌 나이, 주디 덴치, 톰 윌킨슨, 매기 스미스 등 관록있는 배우들의 꾸밈없는 자연스런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또 데브 파텔, 티나 데사이 등 젊은 배우들의 열연이 더 해지면서 신구 배우들의 조화로운 연기 호흡을 볼 수 있다.

 

의외로 잔잔한 이 영화는 적잖은 성공을 거두었기에 속편 제작을 준비 중이다.

감독은 동일하며, 속편에 리처드 기어도 출연한단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미세한 지글거림이 보이지만 이국적 풍경이 생생한 색감 속에 잘 살아 있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청취 공간을 은은하게 감싸며 부드러운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비하인드 스토리, 캐스팅, 제작과정 등의 짧은 영상들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화는 전직 판사, 가정부, 회사원 등 은퇴한 7명의 영국 노인들이 이상적인 낙원을 꿈꾸며 인도 자이푸르의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을 찾아가며 시작된다. 하지만 자이푸르행 비행기가 취소되면서 그들은 시작부터 난관을 맞는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국내선 연발착은 늘 있는 일이며, 비행 취소가 빈번하다. 희한한 것은 워낙 자주 있는 일이어서 그런 지 모르겠지만 연발착이나 취소에 대해 아무도 항의하지 않는다. 

인도에 처음 도착해 가장 놀라는 것이 바로 교통이다. 일반 시내도로는 물론이고 고속도로에서도 중앙선을 넘어 마주 달려오는 차량을 곧잘 발견한다. 이런 광경이 영화에 잘 살아 있다. 또 버스 지붕위에는 짐 뿐만 아니라 사람까지 새까맣게 올라타거나 매달려 있다. 버스 외부에 타면 차장이 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도로가 막히는 시내에서 유용한 교통수단인 툭툭. 스쿠터에 지붕을 덮어 사람과 짐을 실어나를 수 있도록 개조했다. 

시내 풍경은 핑크도시로 통하는 자이푸르 중심가에서 촬영했다. 

데보라 모가치의 소설 'These Foolish Things'가 원작이다. 그의 책 중에 '튤립피버'가 국내 출간됐다. 

영화 '더 폴'에도 등장하는 아바네리에 있는 찬드라바오리 저수조가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장소로 등장. 1,200년 전 찬드라 왕이 만든 깊이 30m의 이 저수조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우물이자 목욕탕이다. 무려 13층으로 된 3,500여개 계단은 물의 깊이를 재는 구실을 한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유명해진 데브 파텔이 꿈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인도 청년으로 나오고, 티나 데사이가 그의 연인을 연기했다. 

명문 사교클럽 장면은 자이푸르 외곽에 위치한 카노타 포트에서 촬영. 

카마수트라의 체위를 연습하는 노먼 역은 로널드 픽업이 연기. 원래 피터 오툴과 줄리 크리스티가 노먼과 마지를 맡았으나 나중에 로널드 픽업과 셀리아 아임리의 연기로 대체됐다. 

은퇴한 판사 역의 톰 윌킨슨은 노먼이 꼬시는 상대인 캐롤 역의 다이아나 허드캐슬과 결혼했다. 

이 작품을 맡은 존 매든 감독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세익스피어 인 러브'를 감독했다. 

인도식 화장 장면은 라자스탄주의 우다이푸르에서 촬영. 악바르 제국군을 피해 피촐라 강변으로 쫓겨온 마하라나 우다이 싱 2세가 우다이푸르를 건설했다. 

우다이푸르의 상징인 피촐라 호수. 마하라나 우다이 싱 2세가 댐을 만들면서 길이 4km, 폭 3km의 호수가 조성됐다. 

피촐라 호수 동쪽에는 유명한 시티팰리스가 자리잡고 있다. 영화 '더 폴'에도 등장하는 이 곳 역시 마하라나 우다이 싱 2세가 만들었다. 

피촐라 호수 한복판에는 인도에서 비싸기로 유명한 타지레이크팰리스 호텔이 있다. 호수가 섬처럼 물에 둘러쌓여 있어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로 나온 곳은 우다이푸르 외곽에 있는 라블라 켐푸르이다. 지역 영주의 성이었던 이 곳을 호텔처럼 꾸미고 객실을 만들었다.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 블루레이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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