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공포영화 8

캐리 (블루레이)

비현실적인 내용을 다루는 공포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공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의 작품도 마찬가지. 그런데 그의 작품들 중 '쇼생크탈출'이나 '스탠 바이 미' '미저리' 등 인간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잔뜩 배어 있는 작품들은 예외다. 오히려 그런 작품들은 희생자 못지 않게 공포의 대상인 주인공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강하게 묻어 난다.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캐리'(Carrie, 1976년)도 마찬가지. 공포물이라기보다 어느 학교에서나 있을 법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성장물에 가까운 이 작품은 사람들로부터 공포의 대상이 된 주인공이 더 희생자처럼 보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강한 연민과 아픔을 느끼게 한다. 초자연적 현상을 제외하면 주인공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이 꽤나 사실적이어서 설득력있게 다가..

강령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공포영화 '강령'(2000년)은 공포물이라기 보다 심리 스릴러물에 가깝다. 귀신을 보는 여인이 어느날 실종된 소녀의 사건에 휘말리면서 부부가 겪게 되는 공포스런 상황을 다뤘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공포물에 가깝지만, 귀신이나 괴물이 아닌 사람의 심리상태를 통해 공포감을 유발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렇다보니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기괴한 형체나 소리보다는 매 순간 벌어지는 긴장 상황이 가슴을 졸이게 만든다. 그만큼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작품.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괴담의 내용을 벗어나지 못하고 영상 또한 다른 작품들에서 본 듯한 기시감을 불러 일으키는 점이 한계다. 특히 계단을 올라오는 형체의 모습은 영락없이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링'을 연상케 한다. 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5 (블루레이)

사람의 죽음을 마치 놀이처럼 다뤄서 성공한 시리즈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이 시리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갖가지 사고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렇다보니 얼마나 희한하고 끔찍하게 죽어가는 지가 승부의 요소가 됐다. 이 시리즈는 상상 속 괴물이나 귀신, 쓸데없이 흉기를 휘두르는 미치광이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 흔한 살인자도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싹한 공포를 주는 비결은 바로 우리 생활 속에 일어날 법한 사망 사고라는 점이다. 즉, 죽음의 도구가 우리 주변 곳곳에 널려 있는 생활 도구이며, 사건 현장은 우리가 흔히 오가는 길거리, 다리, 놀이동산, 건물 등이다. 그만큼 죽음이 우리 도처에 널려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 점이 영화의 성공 포인트다. 5번째 시리즈인 '파이널 데스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