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리들리 스콧 18

매치스틱맨(블루레이)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매치스틱맨'(Matchstick Men, 2003년)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영화다. 그럴듯한 작전을 세워 남의 돈을 가로채는 사기꾼 얘기를 다룬 이 작품은 에릭 가르시아의 책이 원작이다. 주인공은 파트너와 함께 오랜 세월 사기를 벌여 한 밑천 장만한 고참 사기꾼(니콜라스 케이지)이다. 워낙 꼼꼼하고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어지간한 사람들은 쉽게 속아 넘어간다. 단점이 있다면 더러운 것을 참지 못하는 강박증을 앓고 있다는 것. 약을 먹지 않으면 좀처럼 신경이 안정되지 않아 사기는 고사하고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그런 그에게 오래전 이혼한 아내가 키우던 말괄량이 딸이 찾아온다. 그때부터 뜻하지 않게 아버지가 된 주인공의 일상이 뒤죽박죽 꼬이기 시작한다. 리..

에이리언 커버넌트(블루레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 커버넌트'(Alien: Covenant, 2017년)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프로메테우스'의 속편으로 기획된 작품이다. 프로메테우스로 시작하는 프리퀄은 3부작으로 기획됐으며 그중 이 작품이 두 번째에 해당한다. 당연히 이야기는 '프로메테우스'와 이어지게 된다. 특히 '프로메테우스'에서 마이클 패스벤더가 연기한 안드로이드가 이 작품에서도 등장하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마이클 패스벤더가 주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프리퀄 시리즈를 연결하는 고리는 시원(始原)이다. 전작인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의 기원을 찾는 여정을 다뤘다면 이 작품에서는 에이리언의 기원에 집중한다. 과연 누가 에이리언을 창조했는지가 영화의 초점이다. 커버넌트호를 타고 우주 개척지를 향해 ..

리젠드 (블루레이)

리들리 스코트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의 국내 블루레이 출시 제목은 '리젠드'(Legend, 1985년)이다. 그런데 이 제목보다는 우리 입에 익숙한 '레전드'가 더 자연스럽다. 내용은 판타지 세계에서 순수의 상징인 유니콘을 악마로부터 지키기 위해 싸우는 요정의 이야기다. 당시로서는 앳된 얼굴의 톰 크루즈가 요정 역할을 맡았고 10대 소녀의 풋풋한 느낌을 갖고 있는 미아 사라가 여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금은 대배우가 된 톰 크루즈의 신인 시절 모습이다. '탑건' 출연 이전 그의 모습은 소년 티가 가시지 않아 지금과 비교하면 아주 오래된 작품을 보는 느낌이다. 당초 공포물에 가까운 판타지를 생각했던 리들리 스코트 감독은 꽤 큰 규모의 숲 세트를 만들어 촬영을 진행했다. 하지만 나오는 장소가..

킹덤 오브 헤븐(블루레이)

서사적이고 규모가 큰 작품을 좋아하는 리들리 스코트(Ridley Scott) 감독의 '킹덤 오브 헤븐'(Kingdom Of Heaven, 2005년)은 그의 남성적인 연출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작이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기사들의 십자군 원정을 다룬 이 작품은 칼과 창이 번뜩이며 피가 튀고 비명이 울리는 중세시대의 참혹하기 이를 데 없는 전쟁을 개각도 촬영과 슬로 모션을 적절히 섞어서 핏방울과 흙먼지까지 보일 만큼 세세하게 묘사했다. 덕분에 '글래디에이터' 못지않게 실감 나고 박력이 넘친다. 2003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스코트 감독은 같은 칭호를 받은 기사로서 과거의 기사 이야기를 역사에 충실하게 담으려고 노력했다. 실존 인물과 각종 소품을 시대의 고증에 맞게 재현했으나 정작 중요..

스토커 (블루레이)

박찬욱 감독이 미국 폭스서치라이트 의뢰로 해외에서 처음 만든 '스토커'(Stoker, 2013년)는 관계에서 오는 긴장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숨겨진 미묘한 관계를 갖고 있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여인은 시동생과 은밀한 접촉을 하며, 시동생은 조카 딸과 야릇한 감정을 나눈다. 이토록 복잡 미묘한 세 사람이 한 집에 살면서 빚어내는 긴장과 갈등이 영화의 큰 축을 이룬다. 박 감독은 범상치 않은 이야기를 물 흐르듯 은밀하게 움직이는 카메라와 깔끔한 편집으로 풀어냈다. 카메라는 '박쥐'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 등 박 감독의 전작을 찍은 정정훈 촬영 감독이 잡았다. 그만큼 박 감독과 호흡이 잘 맞아 이번 작품에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유려한 카메라 움직임을 선보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