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리들리 스콧 18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예전에 본 '에이리언'은 온통 충격 덩어리였다. 사람의 몸 속에서 부화해 살을 찢고 나오는 외계 생명체는 어떤 괴물보다도 무시무시한 공포를 안겨줬다. 그 작품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무서운 에이리언과 더불어 기괴한 형태의 존재였다. 에이리언이 처음 발견된 어느 혹성에 마치 의자에 앉아 천체망원경을 바라보는 듯한 거대한 형상. 에이리언을 창조한 위대한 디자이너 HR기거의 작품인 스페이스 자키라는 이 형상은 사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에이리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 고민할 때 영감을 준 그림이다. 1편은 이 형상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고 궁금증만 남긴 채 끝났다. 그로부터 30년이 넘어 리들리 스콧 감독은 그 답을 갖고 돌아 왔다.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2012년)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한니발 (블루레이)

리들리 스콧 감독의 '한니발'(Hannibal, 2001년)은 외로움이 절절히 묻어나는 영화다. 10년 동안 FBI의 추적을 피해 도망다니는 살인마 한니발 렉터(안소니 홉킨스) 박사나 그의 뒤를 쫓는 여수사관 클라리스 스탈링(줄리안 무어), 복수심에 불타서 한니발을 추적하는 백만장자 버거(게리 올드만), 현상금을 노리고 홀로 한니발을 수사하는 형사 파치(지안카를로 지아니니) 등 등장인물들은 모두 홀로 외로운 싸움을 벌인다. 아무에게도 마음을 터놓을 수 없기에 비록 군중 속에 있어도 그들은 외롭다. 그 절절한 외로움을 보여주는 명장면이 바로 텅 빈 피렌체 광장 한 복판에 서 있는 형사 파치의 모습이다. 마치 넓은 도화지에 찍어 놓은 점처럼 그의 모습은 절대 고독 그 자체다. 미치도록 외로운 싸움을 지탱해주..

바디 오브 라이즈 (블루레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중립국이었던 스페인 해안에서 영국군 장교 시체가 발견됐다. 시체에는 연합군의 다음 상륙지가 적혀있는 편지가 들어 있었다. 중립국이지만 독일과 친했던 스페인은 이 정보를 독일군에게 전달했고, 독일군은 편지에 적혀 있는 곳에 병력을 집결시켰다. 그러나 연합군은 편지 내용과 다른 시실리에 상륙하며 본격적인 이탈리아 진군을 시작했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시체는 가짜였다. 독일군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영국군이 가짜 시체, 즉 바디 오브 라이즈를 띄운 것이었다. 작가 데이비드 이그나티어스는 여기서 영감을 얻어 소설 '바디 오브 라이즈'를 썼다. 이 책을 읽고 감명을 받은 리들리 스콧 감독이 이를 같은 제목으로 영화화(Body of Lies, 2008년)했다. 내용은 중동 테러조직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