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박중훈 10

해운대

한국형 본격 재난영화를 표방한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는 쓰나미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피서철 사람들이 몰리는 휴양지인 해운대를 무대로 선택한 점과 2004년 서남아시아를 덮친 재해 때문에 아직도 사람들의 뇌리에 생생히 남아있는 쓰나미를 소재로 삼아 현실감을 높인 점이 돋보인다. 내용은 최근 동해안에 자주 발생하는 지진이 대마도를 강타하면서 그 여파로 부산 해운대에 거대한 메가 쓰나미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이민기 등이 출연했다. 구성은 평범했던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거대한 자연의 파괴력을 동반한 재난으로 아수라장이 된 후, 다시 삶이 바뀌는 전형적인 재난물의 기승전결을 따른다. 결국 구성이 같을 수 밖에 없다면 승부는 얼마나 재난을 실감나게 묘사하는 가에 달렸다. 그런 ..

영화 2009.07.26

라디오스타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스타'(2006년)는 지난해 본 우리 영화 중에 가장 훌륭한 작품이었다. 마치 오래된 앨범을 들춘 것 처럼 보는 내내 가슴이 따뜻했다. 안성기, 박중훈의 훌륭한 연기와 더불어 1970, 80년대 잊혀진 노래들을 추억할 수 있어서 좋았다. 유명 스타가 쇠락의 길을 걷다가 재기하고 그 속에서 성공보다 소중한 것이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생각해보면,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감동은 결국 지나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영화 보는 내내 라디오를 듣던 학창 시절이 떠올라 영화 속 이야기가 남의 얘기 같지 않았다. 잊고 살았던 소중한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작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강적

조민호 감독의 '강적'(2006년)을 보면서 내내 궁금했던 것은 제목이었다. 영화는 폭력조직의 하수인 노릇을 하다가 살인누명을 뒤집어 쓴 사나이(천정명)와 난치병에 걸린 아들을 둔 가난한 형사(박중훈)의 혈투를 다루고 있다. 쓰러지고 깨지는 두 주인공을 보면서 과연 강적의 의미가 무엇이며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못내 궁금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풀리지 않았던 의문은 DVD에 실린 감독의 음성해설을 듣고서야 풀렸다. 감독 왈, "빈주먹이 강적"이라는 것. 가진 것 없어도 자기 생각이나 주관을 당당하게 펼칠 수 있다면 강적이라는 소리다. 감독의 해설을 듣지 않으면 영화의 메시지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 작품의 한계다. 메시지 전달에 실패하다보니 영화는 계속 이야기가 겉돌며 늘어진다. 조 감독이 액션물에..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년)는 스타일리시 무비의 전형을 보여준 작품이다. 마치 춤을 추는 듯한 옥상 결투 장면과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준 빗속 결투, '전함 포템킨'의 오뎃사 계단 학살을 연상케 하는 계단 살인사건 등에 쓰인 영상들은 한 편의 그림 같다. 이 감독이 그만큼 자신만의 독특한 영상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증거. 악역을 맡은 안성기의 변신과 느물 느물한 박중훈의 표정 연기도 좋았다. 다소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형사들의 리얼 액션도 볼 만한, 드라마와 액션 두 가지를 모두 잡은 수작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SE 판 DVD는 레터박스로 나왔던 일반판과 달리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한다. 화질은 스크래치와 잡티가 보이지만 일반판보다 한결 나아졌다. 오히려..

투 가이즈

영화를 보다 보면 간혹 도대체 왜 만들었을까 싶은 작품이 있다. 만든 사람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재미도 없고 남는 것도 없으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박헌수 감독의 '투 가이즈'(2004년)도 그런 영화다. 제목부터 '투캅스'를 흉내 낸 듯한 이 작품은 잘 웃기는 남자 박중훈과 차태현 콤비를 내세운 버디물로 대리운전기사와 3류 건달이 우연히 주운 반도체 가방 때문에 국제범죄조직에 쫓기는 내용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넘어지고 쓰러지는 슬랩스틱 코미디와 두 배우의 익살에만 의존한다. 그렇지만 박중훈, 차태현의 코미디는 그동안 두 사람의 출연작에서 많이 봤던 이미지의 중첩이어서 씁쓸함을 자아낸다. 오히려 이 작품은 두 배우의 한계를 드러낸 듯해서 아니 출연한 것만 못하게 됐다. 1.85 대 1 애너모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