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베토벤 9

밤과 낮 (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여덟 번 째 영화 '밤과 낮'(2008년)은 이중성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딱히 이중성을 다룬 영화라고 단정하기 힘든 이유는, 그의 영화는 보는 사람마다 워낙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다면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내용은 우연히 대마초를 얻어 피웠다가 잡힐까봐 파리로 몸을 피한 어느 유부남 화가의 이야기다. 설정부터 범상치 않아 웃음이 나온다. 이 작품은 서로 대립하면서 묘한 긴장관계를 불러 일으키는 이중적 요소들이 등장한다. 우선 서로 댓구를 이루는 제목부터 그렇다. 하루를 구성하는 밤과 낮은 상호보완적이면서 서로 함께할 수 없는 분리적인 요소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성남(김영호)과 아내 성인(황수정)이 있는 서로 다른 장소인 파리와 서울의 시간대를 의미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공간의 존..

환타지아 SE (블루레이)

언제나 사람들에게 꿈과 낭만을 심어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월트 디즈니는 1940년 '환타지아'(Fantasia, 1940년)로 클래식과 애니메이션의 만남이라는 환상적인 결합에 도전한다. 당시 디즈니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성공으로 꽤 많은 돈을 벌었기에, 자신의 생각이 큰 성공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했다. 갖고 있던 모든 자산을 털어부은 것은 물론이고 1,000여명의 제작진이 3년 간 오로지 이 작품에 매달렸다. 뿐만 아니라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클래식 사운드를 위해 스테레오가 나오기도 전에 최초의 극장용 멀티시스템인 판타사운드라는 독특한 음향 시스템까지 개발했다. 그러나 이렇게 공들인 디즈니의 작업은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그가 얘기한 꿈과 환상은 제 2차 세계대전 발발로 사람들이 돌아볼 여유..

환타지아 2000 SE (블루레이)

초현실주의 화가로 유명한 스페인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는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전쟁을 피해 미국 캘리포니아로 옮겨 갔다. 그곳에서 그는 월트 디즈니를 만났다. 거장은 거장을 알아보는 법, 두 사람은 스타일이 너무 달랐지만 친구가 됐다. 그리고 디즈니는 작품을 함께 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1940년에 클래식과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환타지아'를 만든 디즈니는 그 후속작을 달리와 하고 싶었다. 달리는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했고, 멕시코의 포크송 '데스티노'를 메인 테마로 골랐다. 가족들을 위해 곱고 예쁜 그림만 그린 디즈니와 프로이드의 영향으로 악몽을 캔버스에 옮겨 기괴한 그림을 그린 달리는 그렇게 1946년에 '데스티노'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 전후 재정 압박을..

카핑 베토벤

아그네츠카 홀랜드 감독의 '카핑 베토벤'(Copying Beethoven, 2006년)은 버나드 로즈 감독의 '불멸의 연인'과 비슷하다. 베토벤의 죽음과 음악에 얽힌 수수께끼, 그리고 정체불명의 여인이 등장하고 이를 미스테리처럼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닮았다. 그러나 구성, 연기 등 모든 면에서 버나드 로즈 감독의 걸작 '불멸의 연인'이 한 수 위다. 우선 설득력과 재미에서 불멸의 연인이 카핑 베토벤을 압도한다. 카핑 베토벤은 악필로 유명한 베토벤의 악보를 받아적은 것으로 설정된 가공의 여인 안나 홀츠가 등장해 교향곡 9번 '합창'과 '대푸가' 작곡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하지만 안나 홀츠라는 존재부터 가공이다보니 전개되는 이야기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물론 '불멸의 연인'도 베토벤의 여인을 정확히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