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릭 시앤프랜스 감독의 영화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The Place Beyond the Pines, 2013년)는 서양 영화치고는 특이하게 되풀이되는 인연을 다뤘다. 아버지 대에서 얽힌 악연이 아들 대에서 다시 되풀이 되는 과정은 기독교적 원죄 의식과도 닿아 있지만, 어찌보면 동양적 정서인 윤회를 연상케 한다. 오토바이 스턴트맨이 옛 연인과 아들을 위해 은행을 털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담담하게 다뤘다. 감독이 초점을 맞춘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끈끈한 관계다. 사랑하면서도 다가설 수 없는 관계는 헤어진 연인사이, 부자 지간, 친구 지간에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이를 기나긴 서사와 인상적인 영상으로 담아낸 것은 전적으로 데릭 시앤프랜스 감독의 공이다. 말초적 재미와 뮤직 비디오식 빠른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