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브루스 윌리스 22

식스센스 (블루레이)

귀신의 소리를 보고 듣는 영매나 심령술사들의 이야기는 과학의 영역 밖에 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가 무섭다. 우리가 이해하는 이론이나 공식으로 풀 수 없는, 즉 모르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오랜 옛날 사람들이 개기 일식에 떨었듯, 불가지론 앞에서 무지한 자는 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식스센스'(The Sixth Sense, 1999년)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느끼는 두려움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공포영화다. 영화는 죽은 자들과 소통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다뤘다. 익히 아는 소재인데도, 영화는 정교한 구성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게 만든다. 누군가 모르는 존재가 훔쳐보듯 은밀히 움직이는 카메라 앵글과 갑작스레 들이대는 플래시 샷으로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결코 흉칙한 괴물이나 피범벅된 장면..

아마겟돈 (블루레이)

세기말이라 그런지 90년대 후반에는 지구 종말을 다룬 재난 영화가 여러 편 등장했다. 그 중 하나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마겟돈'(Armageddon, 1998년)이다. 우주를 떠돌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인류가 멸망 위기에 처한다는 내용은 하필 공교롭게 같은 해에 개봉한 '딥 임팩트'와 같았다. 하지만 해결 방식은 달랐다. 극우 마초 기질이 다분한 마이클 베이 답게 그는 무지막지한 핵탄두를 써서 소행성을 날려 버리는 방법을 택했다. 이를 위해 터프함으로 가득한 브루스 윌리스, 벤 애플렉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동원됐다. 소행성이 지구를 위협하는 설정 자체는 무리가 없다. 퉁구스카 고원에 떨어진 운석도 있었고 지구를 스쳐간 행성도 여럿 있었던 만큼 과학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지만, 해결 방법은 현실감..

다이하드 4.0 (블루레이)

브루스 윌리스 하면 떠오르는 대표작은 단연 '다이하드' 시리즈다.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맨 몸으로 부딪쳐 해결하는 막가파 형사 스타일의 액션을 보여준 그는 이 시리즈로 일약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액션스타로 우뚝 섰다. 1988년 개봉한 1편이 워낙 큰 성공을 거두었기에 시리즈를 거듭하며 어느덧 4편 '다이하드 4.0'(Live Free or Die Hard, 2007년)까지 이르렀다. 실로 4편이 나오기까지 20년이란 기나긴 세월은 주인공도 그만큼 늙고 지치게 만들었다. 머리가 벗겨지고 얼굴에 주름이 늘어난 브루스 윌리스의 모습은 '인디아나 존스 4'편의 해리슨 포드 만큼은 아니지만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1편에서 보여준 좌충우돌 액션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2,..

다이하드 (SE)

존 맥티어난 감독이 1988년에 만든 액션 영화 '다이하드'는 주연 배우인 브루스 윌리스를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작품이다. 크리스마스이브 파티가 열리는 고층 건물을 장악한 테러리스트들과 건물에 갇힌 형사가 홀로 대결을 펼치는 내용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비결은 형사가 아닌 악당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갔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냉정하게 보면 악당 두목인 한스가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의 결정에 따라 사건은 시시각각 뒤바뀐다. 관객들까지 한스의 범죄 계획에 끌려다니며 형사가 이를 어떻게 뒤집을지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봐야 했다. 탄탄한 구성, 긴박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봉쇄된 건물이 가져오는 묘한 폐쇄 공포감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이후 시리즈로 거듭났고..

럭키 넘버 슬레븐

폴 맥기건 감독의 '럭키 넘버 슬레븐'(Lucky Number Slevin, 2006년)은 지독히 운이 없는 사내의 희한한 모험담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슬레빈(조시 하트넷)은 바람난 애인 때문에 홧김에 집을 나와 친구집을 방문하다가 강도를 만나 몽땅 털린다. 할 수 없이 외출한 친구 집에 머물게 되는데 그때 하필 친구의 얼굴을 모르는 빚쟁이들이 들이닥친다. 범죄조직원인 빚쟁이들에게 친구 대신 끌려간 슬레븐은 빚을 갚거나 살인을 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이 작품은 얼핏 보면 매사에 모든 일들이 꼬이기만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가이 리치 감독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를 연상케한다. 또 사건의 진실을 궁금하게 만드는 끝없는 수수께끼의 연속은 '유주얼 서스펙트'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