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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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블루레이)

영국의 앤 여왕은 비운의 통치자였다. 그의 아버지인 국왕 제임스 2세는 권력이란 신이 주신 것이라며 의회에 맞서다가 쫓겨났다. 이후 윌리엄 3세를 거쳐 앤이 여왕 자리에 올랐으나 강력한 의회의 견제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여기에 유럽은 스페인 왕위 계승을 둘러싸고 둘러 쪼개져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영국은 네덜란드, 오스트리아와 손잡고 스페인 왕좌를 차지하려는 프랑스, 스페인과 맞서 싸웠다. 하지만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고 길어지면서 영국에서는 철수를 주장하는 평화파와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전쟁파가 팽팽이 맞서면서 국론은 둘로 갈렸다. 여기에 오랜 전쟁으로 국민들은 지치고 나라의 재정은 고갈돼 가고 있었다. 그만큼 앤 여왕은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이때 지치고 힘든 여왕의 곁에서 그를 ..

더 허슬(블루레이): 여성들의 사기극

크리스 에디슨 감독의 '더 허슬'(The Hustle, 2019년)은 전형적인 할리우드의 애버트와 코스텔로식 코미디 영화다. 뚱뚱이와 홀쭉이의 원조인 애버트와 코스텔로는 상반된 외모와 성격에도 불구하고 콤비를 이뤄 죽이 잘 맞는 희극을 선보였다. 오히려 서로 다른 극단적 외모와 성격의 불균형이 뜻하지 않은 웃음을 유발했다. 이후 애버트와 코스텔로는 불일치의 조화라는 모순된 코미디의 전형을 이룬 셈이다. 이 작품에서 앤 해서웨이와 레벨 윌슨은 애버트와 코스텔로 역할을 한다. 기발한 사기극으로 꽤 많은 돈을 모은 조세핀(앤 해서웨이)은 우연히 만난 초보 사기꾼 페니(레벨)와 짝을 이뤄 부호들을 털기 위한 대형 사기극을 공모한다. 마치 한편의 연극처럼 잘 꾸민 그들의 사기극에 여러 남자들이 걸려들어 돈을 털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블루레이): 끔찍한 젊은날의 기억

사람의 기억이란 시간이 지나면 미화되거나 과장되는 등 왜곡되기 마련이다. 특히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라면 온전한 기억을 간직하기란 쉽지 않다. 리테쉬 바트라 감독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The Sense of an Ending, 2017년)는 왜곡된 젊은 날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줄리언 반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어느 노인이 젊어서 좋아했던 여인의 기억을 되짚어가는 내용이다. 주인공 노인은 가치관 등 여러가지가 여인과 맞지 않아 헤어졌고, 그 여인이 친구와 사귀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바트라 감독은 노인이 기억을 더듬는 과정을 마치 미스터리 소설처럼 수수께끼를 풀 듯 헤쳐 나간다. 아름답고 빛났던 청춘의 한때라고 여겼던 기억의 이면에는 돌이킬 ..

갱스 오브 뉴욕(블루레이)

미국을 상징하는 도시 뉴욕은 그렇게 아름답거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 아니다. 19세기만 해도 이곳은 미국의 온갖 부조리를 안고 있는 쓰레기장 같은 곳이었다. 가난과 기근을 피해 유럽 각지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은 미국 토박이들과 끊임없는 마찰을 일으켰다.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생각한 토박이들은 이민자들을 적대적으로 대했다. 이민자들은 이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갱단을 조직하면서 그야말로 19세기 뉴욕은 지옥도를 방불케 하는 무법과 폭력의 아수라장 같은 도시였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만든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 2002년)은 바로 19세기 혼돈의 뉴욕을 다루고 있다. 1928년에 출간된 허버트 애스베리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아일랜드 갱의 후손인 ..

카지노(4K 블루레이)

마틴 스콜세지는 드라마에 강하다. 그가 만든 '좋은 친구들' '성난 황소' '갱스 오브 뉴욕' 등의 작품을 보면 이야기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만큼 줄거리를 탄탄하게 잘 만들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있다. '카지노'(Casino, 1995년)도 마찬가지. 1970년대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를 주름잡던 실제 갱들의 실화를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3시간의 상영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후딱 지나간다. 위대한 실화의 힘도 있지만 이야기의 완급을 적절히 조절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공이 가장 크다. 로버트 드 니로, 조 페시, 샤론 스톤, 제임스 우즈 등 호화 배역진의 개성있는 연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라스베이거스가 무대인 만큼 화려한 스타 못지 않게 다채로운 의상도 볼거리. 국내 출시된 4K 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