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서부극 31

네바다 스미스

지금도 스티브 맥퀸의 죽음은 기억이 선명하다. 당시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즐겨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암이었다. 혹자는 레이싱을 즐겼던 그가 석면으로 채운 옷을 자주 입어 폐암에 걸렸다고 했고, 누구는 1950년대 미국이 핵실험을 한 사막에서 서부극을 촬영한 탓이라고 했다. 어쨌든 영원한 '빠삐용'인 그는 1980년, 한창 나이인 50세때 멕시코에서 세상을 떴다. 워낙 좋아했던 배우여서 지금도 그가 나오는 영화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헨리 해서웨이 감독의 '네바다 스미스'(Nevada Smith, 1966년)는 그의 힘들었던 인생을 닮은 서부극이다. 주인공 맥스(스티브 맥퀸)가 부모를 잔혹하게 죽인 악당 3인조를 없애기 위해 집요한 복수를 펼치는 내용. 스티브 맥퀸은 워낙..

더 브레이브

복수는 서부극의 영원한 테마다. 흑백 영화시절부터 서부극의 총잡이들은 복수를 위해 황야를 떠돌았다. 코엔 형제가 만든 '더 브레이브'도 마찬가지. 뜻밖에 서부극을 들고 나타난 그들은 아버지를 죽인 악당을 잡기 위해 길을 나선 어린 소녀와 그를 돕는 늙은 보안관을 앞세워 또다시 복수로 얼룩진 서부극의 향수를 이야기한다. 원작은 1969년에 존 웨인이 주연한 '진정한 용기'다. 헨리 하서웨이가 감독하고 글렌 캠벨, 데니스 호퍼, 로버트 듀발 등이 출연한 이 작품으로 존 웨인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어린 소녀와 늙은 보안관이 빚어내는 이야기가 1950년대 고전 '셰인'을 연상케 한다. 즉, 스파게티 웨스턴처럼 사방 팔방 총을 난사해 수 많은 시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최후의 한 순간을..

영화 2011.02.26

툼스톤 (블루레이)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1848~1929년)는 미국 서부개척사를 대표하는 실존 인물이다. 특히 카우보이 영화에 자주 등장한 정의로운 보안관의 표상으로 꼽힌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사건은 1881년 10월26일 미국 캔자스주 툼스톤에서 벌어진 OK목장의 결투다. 와이어트는 형 버질, 동생 모건, 친구 닥 할리데이와 함께 보안관을 살해한 클린턴 패거리를 찾아가 전광석화같은 총솜씨로 6명의 악당들을 무찌른다. 이 이야기는 워낙 유명해 '황야의 결투' 'OK목장의 결투' '와이어트 어프' 등 여러 편의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실상도 과연 영화와 같을까. 스파게티 웨스턴의 대표주자인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할리우드 서부극은 엉터리다. 실제 서부는 폭력과 공포, 생존 본능으로 가득찬 세계였다"며 "보안관 와이..

레드 선

테렌스 영 감독의 '레드 선'은 참으로 독특한 서부극이다. 친선대사로 미국을 찾은 사무라이가 일본 왕이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칼을 강도들에게 빼앗긴 뒤 이를 되찾는 내용이다. 사무라이는 악당들의 총에 맞서 긴 칼과 표창을 휘두른다. 칼과 총 만남 만큼이나 이색적인 것은 배우들의 조합이다. 찰스 브론슨, 알랑 들롱, 미후네 토시로, 우르술라 안드레스 등 동서양의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특히 알랑 들롱의 악역이 인상적이다. 꼭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이병헌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이 작품을 찍은 테렌스 영 감독은 최초의 007 시리즈인 '살인번호' '007 위기일발' '007 썬더볼' 등 여러 편의 007을 만든 액션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덕분에 어색할 것 같은 사무라이와 총잡이의 만남이..

퀵 앤 데드 (블루레이)

샘 레이미의 서부극이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관심을 끄는 '퀵 앤 데드'(The Quick and The Dead, 1995년)는 암울한 죽음의 도시에 울리는 총소리의 교향악을 다룬 작품이다. 제목처럼 총을 빨리 뽑으면 살고 늦으면 죽는 총잡이들의 1 대 1 대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전형적 복수극이 주요 내용. 뻔한 내용을 채우는 것은 감각적인 영상. 이를 위해 선택된 인물이 공포 영화 '이블 데드'로 스타덤에 올라 훗날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명성을 쌓는 샘 레이미 감독이다. 아니나 다를까, 샘 레이미는 독특한 영상미를 발휘해 이 작품을 더 할 나위없이 감각적인 서부극으로 바꿔놓았다. 더불어 눈길을 끄는 것은 주인공 총잡이가 여자라는 점. 그것도 '원초적 본능'의 섹시 스타 샤론 스톤이다. 여기에 진 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