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설경구 9

강철중 공공의 적 1-1

강우석 감독의 '강철중 공공의 적 1-1'(2008년)은 제목이 말해주듯 1편의 아류작이다. '공공의 적 3'가 아닌 굳이 '공공의 적 1-1'을 고집한 이유는 1편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겠다는 강 감독의 의지다. 워낙 2편이 형사에서 검사로 비약하는 등 뜬금없이 주인공의 설정이 바뀌면서 이야기 방향 또한 크게 달랐기 때문. 그만큼 2편은 좌충우돌 막무가내 형사인 강철중의 캐릭터를 잘 살리지 못하고 흥행 실패작이 돼버렸다. 결국 강 감독이 1편으로 회귀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자연스런 귀결이다. 이를 반영하듯 강철중은 강동서 강력반으로 돌아왔고, 강신일이 연기한 반장, 1편의 산수 캐릭터를 연기한 이문식, 칼잡이 유해진 등 조연 캐릭터들까지 그대로 살아났다. 아쉬운 것은 1편만큼 이야기의 임팩트가 강하..

영화 2008.07.13

싸움

한지승 감독의 '싸움'(2007년)은 칼로 물베기 같은 사랑 싸움이 급기야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극단적인 증오로 변하는 과정을 다뤘다. 대학교수인 상민(설경구)과 유리 공예가 진아(김태희)는 성격 차이로 이혼했지만 이혼 후에도 애증이 남아 서로를 괴롭힌다. 아주 사소한 이유로 시작된 두 사람의 다툼은 자동차 추격전을 벌이는 등 액션영화 못지않은 활극으로 번진다. 한 감독은 DVD에 실린 음성해설을 통해 "이혼과 증오 또한 사랑의 또다른 형태라고 생각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감독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사람의 싸움 과정이 지나치게 비약이 심하다보니 설득력이 떨어진다. 마치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들의 정신병적 행태를 보는 것처럼 영화는 어색하기 그지없다. 아..

역도산

송해성 감독의 '역도산'(2004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화다. 주인공 역도산(설경구)이 프로레슬링계의 거목이고, 감독은 전작 '파이란'으로 진한 감동을 주었던 사람이기에 기대가 컸으나 결과는 의외였다. 이유는 감독이 바라본 역도산과 관객이 기대한 역도산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감독은 절대 강자의 고독과 외로움 등 역도산이라는 인간의 내면을 파고들었고, 관객들은 도대체 역도산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었는지 궁금해하며 그의 외면을 바라봤다. 감독은 DVD의 음성해설을 통해 진정한 작품의 가치를 몰라준다며 안타까워했지만 관객들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1970년대 흑백 TV를 보고 자란 세대에게 프로레슬링은 전 국민의 오락거리였다. 당연히 박치기왕 김일, 쌕쌕이 여건부와 장영철, 천..

실미도

1971년 실제 일어났던 실미도 684 특수부대 사건을 영화로 옮긴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가 3장짜리 DVD로 출시. 극장 개봉 당시 기대를 안 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작품. 적당한 긴장감과 눈물, 유머가 뒤섞여 관객들의 심금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힘이 있다. 그런 점에서 강우석은 여우다. 한국적인 '웰메이드' 블록버스터를 영리하게 만들었다. 나중에 본 '태극기 휘날리며'보다 낫다는 생각.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답게 DVD 또한 풍성하다. 자료 화보집,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방송 내용, 영화 제작 과정 등 각종 부록과 함께 영화를 수록. 그러나 정작 영화 본편의 화질은 실망스럽다. 초반 화면은 지글거리고 색감은 탁하며 암부 디테일이 떨어진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