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선셋'(Before Sunset, 2004년)은 전편인 '비포 선라이즈'에서 하룻밤의 애달픈 사랑을 하고 헤어진 뒤 9년 만에 재회하는 이야기를 담은 속편이다. 풋풋한 미국 청년(에단 호크)은 유명 소설가가 됐고 파리 처녀는 열혈 환경운동가로 변신했다. 속편이 등장하기까지 9년이 흐른 시간은 영화 속 내용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팽팽했던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얼굴에 주름이 보이고 앳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서로를 갈망하면서도 이어지지 못한 둘의 애달픈 사랑은 변함없다. 외모만큼이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서로의 처지다. 그새 남자는 결혼을 해서 아이를 뒀고 여인은 사귀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행복하지 않다. 생활에 떠밀려 흘러온 세월이 그렇게 만족스럽..